내게 맞는 방법 찾기. 1 - 필사

by 이경



무명 글쟁이입니다. 이 시리즈로 글을 쓰면서 시종일관 이야기하는 게, 글 잘 쓰는 비법, 그딴 거 없다. 세상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글쓰기에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적용이 된다,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그나마 좋은 글쓰기를 위한 비법일 것이다, 라는 얘기인데요. 이걸 달리 말하면 '글쓰기 비법'이랍시고 알려주는 책이나 글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라는 이야기와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봐왔던 대부분의 글쓰기 책은 보통 단언을 합니다. 이건 해. 이건 하지 마. 그렇게 확신에 차서는 비법이랍시고 알려주는 글쓰기 책이 많았는데요. 가장 흔한 주장이 '글은 간결하게, 단문으로 써라' 하는 거겠죠? 단문에 대한 장단점은 추후에 다시 얘기를 해보도록 하고요.


이렇게 뭐든지 단언을 하는 글쓰기 책과 달리 장강명 작가의 경우 자신의 책을 통해, 책이 말하는 내용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은 취하고 아닌 것은 버리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그 어떤 글쓰기 관련 책 보다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SNS를 하면서 사람들이 올리는 서평 등을 보며 의외로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비판적 시각이 아닌 책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령 책에서, "A는 A이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칩시다. 좋은 서평가나, 혹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 A는 A이구나 하고서 받아들일 게 아니라, A는 왜 A일까, A는 정말 A일까 하고서 의심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고민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SNS에서 제가 보는 서평들은 대부분 책에 나오는 문장을 발췌하는 수준으로 그치기도 합니다. 글을 쓰려는 사람이라면 타인의 문장을 발췌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로 확장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예로부터 글 잘 쓰는 비법 중 하나로 다독, 그러니까 많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그저 읽는 수준에 그칠 게 아니라, 읽고서 생각하고 쓰는 것 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다독'만 해서는 좋은 글이 나올 리 없습니다. 그러니 좋은 글쓰기를 위한 비법으로 흔히 말하는,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라'는 개별의 움직임이 아닌 하나의 세트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 작가라면 세상에 답을 내놓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글쓰기 비법이랍시고 알려주는 것들도 의심을 해보고, 자신에게 맞으면 취하되,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버릴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는 많은 일이 있지만, 글쓰기는 특히나 그런 것 같습니다.



글쓰기.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많은 분들이 행하는 것들 중에 제가 하지 않는 것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필사이고, 하나는 합평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 '필사'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많은 글쓰기 책에서 아, 필사 그거 하면 진짜 좋다, 글 쓰는 데에 도움이 된다 하면서 적극 추천을 하기도 하고요. 또 서점에 가면 이미 검증된 문장들의 필사 책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죠.


저는 필사가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필사가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저 저는 안 해봐서 모르겠다는 겁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해야 할 텐데요. 저는 태어나기를 왼손잡이로 태어났습니다. 요즘에는 왼손잡이 교정을 거의 안 하는 것 같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오른손은 옳은 손이라는 생각이 있었는지 어른들은 왼손잡이를 못마땅해했습니다. 영어로도 오른쪽은 Right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유치원에 다니며 ㄱㄴㄷ를 배울 때쯤 글씨를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쓰는 교정을 거쳤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제가 쓴 글씨도 못 알아보는 끔찍한 악필입니다. 만약에 제가 손글씨를 아주 예쁘게 쓸 줄 알았다면 저 역시 이런저런 좋은 문장과 책들을 따라 써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애편지도 많이 썼을 테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저는 제가 쓴 글씨를 보면 몹시 기분이 나빠져서는, 아, 이게 뭔가, 싶은 지경에 이르러 글이고 뭐고 당장 종이를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입니다. 책을 세 권이나 냈지만 책에 사인을 해본 일도 50번이 안될 겁니다. 아, 이건 제가 악필이라기보다는 작가로서 인기가 없어서일까요... 쳇. 어쨌든 한마디로 저에게 필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입니다.


그런 점에서 키보드로 글을 쓸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손으로 글을 써야 하는 시대라면 저는 작가의 꿈을 일치감치 포기하고 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한하게 키보드 위에서는 손가락이 춤을 추듯 활발하게 움직이는데 말이죠. 연필이든 볼펜이든 만년필이든, 육필로 종이 위에서 글을 쓰다 보면, 덜덜덜덜 떨리기도 하고, 키보드로 쓸 때는 분명 확신에 차서 쓰는 단어들도, 육필로 쓸 때만큼은 아, 이게 맞춤법이 맞던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육필 필사가 아닌, 전자 필사라고나 할까, 키보드 타이핑을 통한 필사도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요. 이것 역시 저는 안 해봐서 모르겠습니다. 도움이 될지, 아니 될지는 역시 개개인 각자가 해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만, 내 글쓰기 인생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싶으시면 집착을 버리시고 과감하게 때려치울 필요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필사의 장점으로 종이 위에 좋은 문장을 꾹꾹 눌러쓰며 손가락 끝에서 어깨까지 올라오는 그 감각을 깨우치고 어쩌고 저쩌고, 멋스러운 단어들로 떠들어대는데, 이제 종이에 글 쓰는 시대가 아닌데 그런 감각을 깨우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작가 김훈처럼 여전히 종이 위에 꾹꾹 눌러가며 글을 쓰는 작가도 있겠습니다만.


필사를 안 해본 저로서는 필사 그거, 타인이 써놓은 검증된 문장을 천천히 써가며, 이거 마치 내가 이런 훌륭한 문장을 썼다, 아니, 이런 훌륭한 생각을 했다, 그러니 앞으로도 이렇게 훌륭한 문장을 쓸 수 있다, 하는 착각, 자기만족에 빠지게끔 하는 행위가 아닌가 싶기도 한 것입니다. 부러 '필사'에 대해 나쁘게 말해보았습니다만, 실제로 이렇게까지 나쁘다는 생각은 하질 않습니다. 역시 안 해봐서 모르는 겁니다.


다만 책을 읽을 때 비판적 사고 없이 읽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글을 쓰려는 사람들 중에서도 지나치게 필사라는 행위에 집착 매몰되어 정작 자신의 글을 써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필사가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 되는지. 아직은 모릅니다. 훗날 제가 갑자기 금손이 되어 예쁜 글을 쓸 수 있다면 그때 가서는 저도 필사를 하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만, 당장 저에게 필사가 좋은 글을 쓰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습니다.


저와는 달리 필사를 해보았더니, 내 글을 쓰는 데에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 장점이 많더라, 하시는 분들은 물론 앞으로도 쭉 필사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분들에겐 필사가 자신에게 맞는 글쓰기 비법일 테니까요.


필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지만, 필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비판적 사고를 할 줄 아시는 분이라면 이 글의 요지를 아시겠죠. 이 글의 요지가 바로 비판적 사고를 하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네? 작법서 등에 나오는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시지 마시고, 자신에게 맞는 글쓰기 훈련법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이야기겠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양질의 '글쓰기' 책을 많이 읽어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혹시 이경이라는 작자의 <난생처음 내 책>은 아직도 안 읽어보셨나요? 네? 그 책이 작가 지망생들에겐 정말 요긴한 책일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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