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시간에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비판적인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하고, 이런저런 글쓰기 팁에서 자신에게 맞는 취사선택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예를 든 게 '필사'였고, 저는 필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필사와 함께 다른 분들은 많이 하지만 제가 하지 않는 하나가 더 있다는 얘기도 드렸습니다. 바로 '합평'인데요.
요즘에는 글쓰기 모임이 참 많죠. 코로나로 온라인 글쓰기 모임도 많이 활성화된 거 같고요. 주변에 작가를 지망하는 많은 분들도 이런 글쓰기 모임과 합평을 하시는 걸 보고 사회성이 낮은 저는 부럽기도 하면서, 저런 모임이 글을 쓰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궁금증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합평' 역시 저는 안 해봐서 모르겠습니다.
강영숙의 소설 <라이팅 클럽>을 보면 소설 속 주인공 어머니가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지만, 정작 글은 안 쓰고 사람들끼리 모여서 시시덕 시답잖은 농담이나 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는데요. 저는 그런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뭐 글쓰기 모임이라고 해서 글만 쓰고 살 수 있나요. 각자 사는 얘기도 좀 하고, 농담도 하고 뭐 그러고 살면 좋겠죠.
저는 합평의 단점은 오히려 너무 열심히 할 때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니까 상대방의 글을 읽고서 의견을 내어야 할 텐데, 이게 좀 과해지다 보면 원하든 원치 않든 글쓴이에게 큰 상처를 남겨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주변에 합평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분들을 몇 번 보았는데요. 저는 이게 개개인의 성격에 따라서는 글쓰기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합평에서 나오는 '지적'에도 상처를 받는 분들은 대부분 온라인 글쓰기의 악플에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악플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외향적인 성격의 털털한 이라면 글쓰기 모임에서의 합평도 꽤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사회성이 낮을뿐더러, 누군가 악플을 단다면 저 인간은 대체 어떤 인간이길래 내 글에 악플을 달았는가, IP를 추적하고 싶은 욕구를 느낄 정도로 쉽게 상처를 받는 사람이라 앞으로도 글쓰기 모임이나 합평을 하진 않을 것 같네요.
합평에 따른 마음의 상처 못지않게 그 반대의 일도 우려가 되는데요. 바로 패거리 문화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자화자찬'입니다. 작가 지망생 여럿이 모여 서로 으쌰 으쌰 하다 보면,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읽지 못하고 자신감이 넘어, 자만심에 차오르는 일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원 타입의 대부분의 글쓰기 수업이 이런 식인 거 같아요.
어떤 글쓰기 강좌랄까, 강연이랄까, 사기랄까, 아무튼 그런 곳에서는 작가 지망생들이 서로를 '천재 작가'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이게 뭐라더라. 성공을 위한 의식 확장? 뭐 그런 단어를 쓰던데. 서로가 서로를 천재라고 부르면 진짜 천재가 되는 줄로 믿는 것 같았어요. 제가 보기엔 그냥 사이비 종교 집단 같았는데요. 이게 무슨 개똥망 같은 소리일까 싶었습니다.
글쓰기는 혼자서 오래 고민을 하고,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의 생각을 손가락으로 두드려 적는 겁니다. 아, 물론 녹취 등의 구술 인터뷰를 대필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여기에서는 차치하도록 합니다. 옆에서 누가 뭐라 하든 글쓰기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일인데, 불필요하게 타인의 의견에 휘둘려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지나친 자만을 얻어서는 좋은 글을 쓸 수 없을 거예요.
글을 정말 잘 써서 합평 시간에 칭찬을 받고서 지나치게 어깨가 빵빵해져도 곤란할 테고, 글을 좀 어설프게 썼다고 합평 시간에 이런저런 지적을 받고 자신감이 뚝뚝 떨어져도 곤란할 겁니다. 글쓰기는 자신감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결국 글쓰기 모임이나 합평 역시 자기가 감당하고 감내할 수 있는 그릇에 맞게 취사선택하면 좋겠습니다. 필사와 합평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글쓰기 훈련법이지만, 저처럼 이런 것들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도 글을 쓰는 인간들은 존재하니까요. 제가 뭐 천재 작가라서 그런 건 당연히 아닐 테고요.
그렇다고 글을 어디에도 공개하지 않고 혼자만 간직하고 있는 것 또한 어리석은 일입니다. 이쯤 되면, 아 무명 글쟁이 이경, 너는 대체 뭘 어쩌라는 거냐, 싶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합평 외에 자신의 글을 공개하는 방법, 그리고 글 쓰는 이의 '자신감'에 대해 써볼까요? 너무 지나쳐서도, 또 너무 부족해서도 안 되는 자신감. 이걸 대체 어찌해야 될지 말이에요.
사실 이 시리즈는 워낙에 즉흥적으로 써내려 가는 글이다 보니까, 글 쓰는 중간중간에 아, 이런 내용을 써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떠올라 이것은 메모를 대신 한 계획이랄까, 뭐 그렇습니다. 브런치 공모전 마감 기한까지만 쭉쭉 써 볼 예정이라서 저도 제가 어떤 헛소리를 하며 써댈지 모르겠군요. 그럼 오늘은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