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의심하기

by 이경



즉흥적으로 써 내려가는 무명 글쟁이의 글쓰기 비법 일곱 번째 시간입니다. 이전까지는 약간 관념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죠. 작가라는 단어에 대해 고민을 해보라든가, 하는. 실제로 글이란 자고로 이렇게 쓰는 겁니다, 하는 실용적인 이야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렇게 너무 관념에 가까운 이야기만 하다 보니 글을 읽는 분들도, 으음 무명 글쟁이 이경, 이거 이거 글쓰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소리만 해대는구나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실제로 글쓰기에 있어 실용적인 내용을 알려드리면 어떨까 싶네요. 바로 단어 의심하기입니다. 언어학자, 국어학자 등 우리말 전문가가 아닌 이상은 글을 쓰면서 항상 단어를 의심할 줄 알아야겠습니다. 모르는 단어, 알쏭달쏭한 단어는 당연히 사전을 찾아서 단어의 뜻을 확인해봐야 할 테고, 아, 이 단어의 뜻은 내가 확실히 알지, 싶은 단어도 의심하는 버릇이 있어야겠습니다.


일기장이나 쉽게 수정이 가능한 온라인에서의 글은 그나마 괜찮겠습니다만, 종이책은 문신과도 같습니다. 한번 쓰이고 나면 고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출간되면 수정이 어려운 종이책을 목표로 한 글쓰기에서는 반드시 단어를 확인해야 하는 버릇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뜻을 모르고 쓴 단어나 아예 틀려먹은 단어가 있다고 칩시다. 매의 눈을 가진 편집자가 지적하여 출간 전에 교정을 볼 수 있다면 커다란 행운이겠지만, 만약 편집자도 음, 이건 작가가 어련히 알아서 이런 뜻으로 썼겠지, 하고 넘어간다면 끔찍한 결과물이 탄생할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한자어의 단어는 여러분들을 쉽게 배신할 수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단어의 뜻이 사실은 전혀 다른 뜻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글쓴이는 말도 못 하는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자다가 부끄러워 이불을 발로 찰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제 세 번째 책 <난생처음 내 책>에는 이런 에피소드를 적어두었는데요.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라는 골프 에세이 원고를 교정 볼 때의 일입니다. 저는 원고에서 '목례(目禮)'라는 단어를 쓴 일이 있는데, 저는 아무 생각 없이도 이게 당연히 '목으로 하는 인사'로 생각을 했습니다. '목례'의 례가 예절 예(禮)이니 목자도 당연히 한자어일 테고, 그렇다면 목은 눈 목(目)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할 텐데요.


저에게는 다행히도 매의 눈을 가진 담당 편집자가 있었습니다. 편집자는 저에게, 목례는 목으로 하는 인사가 아니라 '눈으로 하는 가벼운 인사'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제가 원고에서 실제로 하고 싶었던 표현은 목을 수그려 가볍게 하는 인사였지, 눈인사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믿고 있던 단어의 배신으로 제가 전달하려던 뜻과는 전혀 다른 표현을 책에 담을 뻔했던 일입니다.


같은 편집자 분이 얼마 전에 SNS에서 알려주신 한 단어의 뜻도 놀라웠습니다. 우리는 가끔 '소정의 상품' 뭐 이런 표현을 접하고는 하는데요. 십중팔구는 아마 '소정'을 적은 금액, 정도의 뜻으로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저도 그런 뜻으로 알고 지냈습니다. 누군가 소정의 금액을 주겠다고 하면, 음 주려면 많이 주지 왜 적게 주는 건가, 뭐 이런 생각을 한달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소정'은 적은 금액이라는 뜻이 아니라 '정해진 바'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누군가 '소정의 금액'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정해진 금액이라는 뜻이지,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는 얘기죠. 저에게 '소정'의 뜻은 충격과 공포였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소정'의 뜻을 제대로 알고 계셨나요?


글을 쓰다 보면 이 단어는 당연히 이런 뜻이겠거니, 하는 단어들도 아예 다른 뜻을 지닌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올바른 단어로 연결 지어 글을 쓸 수 있다면 글을 쓰고 나서, 불필요한 수정의 시간도 줄어들 겁니다. 보기에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는 얘기가 있죠? 글쓰기의 실력을 한 번에 확 올려줄 만한 비법이 혹여나 하나라도 있다면, 그건 정확한 단어의 사용과 맞춤법 등의 겉모습이 보기에 괜찮아질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불명확한 단어를 의심할 줄 아는 습관이 있으면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 사전을 자주 찾아보는 게 가장 좋겠습니다. 종이책 사전도 필요 없습니다. 포털 사이트 어학사전을 찾아보면 바로 단어의 뜻이 뜨는 스마트한 세상 아니겠습니까.

단어의 뜻을 찾아 헤매다 보면 자연스레 맞춤법에도 신경을 쓰게 됩니다. 내가 맞춤법이 많이 약하다 싶으신 분들은 가벼운 맞춤법 책을 하나쯤 사서 읽어보는 게 좋습니다.

'예요'와 '이에요'를 어떻게 구분하는지만 알게 되어도 추후 수정의 시간이 줄어들고 글쓰기에 자신감이 붙을 수 있습니다.


다만 띄어쓰기는 조금 예외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띄어쓰기에는 워낙에 특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가령 '해 질 녘'이라는 단어는 음절 하나하나 모두 띄어 쓰지만, 출판사나 편집자의 재량에 따라서는 모두 붙여쓰기도 합니다. 책에서 '해질녘' 이라는 단어를 보신 기억이 있는 분도 계시겠죠?


머릿속에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걸 정확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 그리고 그 단어의 맞춤법을 틀리지 않고 올바르게 적는 것. 이 두 가지가 이뤄진다면 글의 외형은 몰라보게 보기 좋아질 겁니다. 당장 인터넷에서 '90% 이상이 틀리는 맞춤법' 같은 게시물만 보더라도 도움이 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걸 의심해보는 것.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에는 이 당연한 걸 당연하게만 여겨서 오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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