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글쟁이 이경입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시작한 시리즈가 벌써 네 번째입니다. 비록 생각 없이 시작한 시리즈라지만, 쓰다 보니 마음껏 잘난 척할 수 있는 거 같아서, 쓰면서도 나름의 재미가 있고 말이죠. "네까짓 게 무슨 글쓰기 비법이냐, 냉큼 때려치워라!" 혼구녕을 내시는 분도 없으니, 당분간은 계속 쓸 수 있겠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은 없더라도 혼내는 사람이 없으면 일단은 쓰고 볼 일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앞서 썼던 글을 간단하게 복습하자면,
첫 번째 시간엔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 위에서 아래로 쓴다.'
두 번째 시간엔 '작가라는 단어 생각해보기'
세 번째 시간엔 '반말로 쓸까, 존댓말로 쓸까'였습니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말씀드리는 게 '글쓰기'에 비법 따윈 없고, 진리의 케바케라는 것.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사정은 어떠한지 저는 모르겠고, 제가 생각하고 꿈꾸던 '작가'는 투고를 통해 기성 출판사에서 단행본을 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첫 번째 책은 60여 곳의 출판사에 투고를 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책은 각각 스무 번이 넘는 투고 끝에 책이 될 수 있었습니다. 투고하고 거절을 받고 상처를 받던 시간은 힘겨웠지만 어쨌든 책을 세 권 내었으니 이제는 주변에서도 저를 가리켜 '작가님'이라고 불러주시는 분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출간을 하기 전, 그러니까 작가 지망생 시절 저는 무던히도 많은 글쓰기, 책 쓰기 책을 보았는데요. 어떤 책은 도움이 되었고, 어떤 책은 열 페이지도 넘기질 못하고 책장을 덮어두기도 했습니다. 이쯤에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확실히 아시고 구분해야 할 게 글쓰기와 책 쓰기는 다르다는 겁니다. 얼마나 다른지 글쓰기는 붙여 쓰고, 책 쓰기는 띄어서 쓰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서점에 가면 글쓰기 책이 따로 있고, 책 쓰기 책이 따로 구분돼 있기도 합니다. 제 글을 보시는 분들은 글을 좀 잘 써서, 이왕이면 책까지 쓰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으니, 제가 쓰는 '글쓰기 비법'에는 넓은 의미로 '책 쓰기'까지 포함된다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여하튼 글쓰기 책이든 책 쓰기 책이든 서점에 많은 책이 있으니 둘러보시고 읽어보시면 분명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있을 겁니다. 어떤 책은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고, 어떤 책은 멘탈을 부여잡는 데에 도움이 되고, 하물며 원치 않게 쓰레기 같은 책을 만나더라도 아, 이따구로는 글을 쓰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심어 줄 수 있으니, 웬만한 책은 다 도움이 되겠다 싶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들의 돈과 시간은 소중하니 피해야 할 글쓰기 책 쓰기 책을 알 수 있으면 좋겠죠. 반대로 말하면 어떤 책이 도움이 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글쓰기 책 쓰기 책이 있는데요. 글쓰기야 종류가 워낙 다양하니 다양한 각계각층 어르신, 선생님, 박사님, 도사님, 교수님, 무슨무슨 이런저런 님님님 들이 책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하겠죠. 그런데 책 쓰기 책은 어떨까요. 저는 책 쓰기 책의 경우 주로 출판 편집자들이 쓴 책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이거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자신이 쓰고픈 글의 분야에 따라 학생의 글쓰기, 직장인 글쓰기, 스릴러 글쓰기, 미스터리 글쓰기, 웹소설 글쓰기 등을 안내하는 책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책 출간이 목표인 사람들은 어떤 직업의 사람이 쓴 책을 참고하면 좋을까요. 당연히 직접 작가를 섭외하고 책을 만드는 출판 편집자들이 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자, 다시 말씀드리면 글쓰기와. 책 쓰기는. 다르죠. 많이 다릅니다. 그냥 뭐 마음 편하게 둘의 성격은 아주 그냥 콩쥐 팥쥐처럼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글쓰기는 워낙 다양한 곳에서 쓰이니까요. 회사, 학교, 집, 군대, 유치원 뭐 어디에서나 쓰이는 게 글쓰기인 반면, 보통 말하는 책 쓰기라 함은 '출판사'를 통해 내 글을 묶는 거니까요. 그러니 글쓰기 책은 자신이 쓰고 싶은 글에 맞추어 적당한 책을 사서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만, 문제는 '책 쓰기' 책도 희한한 사람들이 많이 낸단 말이죠? 출판사 편집자도 아닌 사람들. 이 사람들 누구시길래 책 쓰기 책을 턱턱 낼까요? 누구세요들?
자, 다시 한번 집고 넘어갑니다. 미천한 저의 생각으로는 '책 쓰기 책'이라고 하면 응당 실제로 책을 만드는 출판사 편집자나 관계자, 혹은 뭐 이미 여러 번 책을 내본 경험이 있는 작가가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서점에 가보면 글쓰기 코치라는 둥 무슨무슨 도사님 박사님 어르신들이 그렇게나 많이들 책 쓰기 책을 낸단 말이죠. 그분들의 특징이라면 맨 내는 책이 항상 그런 책입니다. 심지어 첫 책이 책 쓰기 책인 경우도 있어요.
책을 내면 무슨 인생이 달라진다는 둥,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둥, 퍼스날 브랜딩인지 개똥인지,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책을 목표가 아닌 도구로 삼는 케이스입니다. 목표가 글을 잘 쓰기 위함이 아니라, 그냥 뭐 대충 책 하나 내고 강연해서 개인 사업 잘해보자, 하는 글쓰기 코치랄까요.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요즘 세상에 돈 없이 살 수 있나요. 돈 있으면 좋지요. 그런데 이렇게 뜬구름 잡고, 당연한 소릴 해대는 가벼운 책을 통해서는 제대로 된 글쓰기도, 또 책을 쓰는 데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겁니다. 일단 진짜로 좋은 글을 쓸 줄 알아야 퍼스날 브랜딩인지 뭔지를 할 거 아닙니까.
그러니 저는 글쓰기를 목표가 아닌 도구로 삼는 그런 책들은 절대적으로 피하시라, 서점에서 쳐다도 보지 마시라, 혹여나 집에 그런 책이 있다면 당장 갖다 버리시든가 냄비 받침으로 쓰시라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그런 책들은 어떻게 알 수 있느냐. 일일이 읽어봐야 알 수 있느냐 궁금하실 텐데요.
그런 책들은 얼추 제목만 봐도 높은 확률로 거를 수 있습니다. 그런 책들은 성격이 얼마나 급한지 얼마 만에 책 쓰기, 얼마 만에 작가 되기, 이런 식의 빨리빨리 제목으로 숨 넘어가듯 작가 지망생을 유혹합니다. 예를 들면 뭐, 3주 만에 작가 되는 법이라든가, 4주 안에 초고 쓰는 법이라든가, 누구보다 빠르게 책 내는 법이라든가. 누구보다 빨리 작가 소리 듣기라든가. 저는 그런 빨리빨리 책들의 제목을 보고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힙니다.
요즘에는 그런 표어가 줄어든 거 같은데요. 예전에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갑니다.' 뭐 이런 표어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잠깐 일찍 도착하기 위해서 목숨 걸지 말고 안전 운행하라는 표현일 텐데요, 지금 생각하니 좀 섬뜩한 표현인 거 같군요. 저는 책 쓰기, 그러니까 작가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3, 4주 만에 책을 뚝딱 쓰고 빨리빨리 작가 타이틀을 다는 게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빨리빨리 글 쓰고, 빨리빨리 책 내고, 빨리빨리 망해가지고, 빨리빨리 죽음으로 이를 건지.
살다 보면 빨리빨리 해서 좋은 게 있지만, 가끔은 아주 천천히 진행될 때 진국이 되는 것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글쓰기와 '작가'가 그런 것 같습니다. 글은 엉덩이로 쓴다, 하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닐 겁니다. 좋은 글쓰기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진득함이 필요합니다. 3, 4주 만에 작가가 되어서는 결코 좋은 책을 쓸 수 없을 겁니다.
물론 오로지 빨리 책을 내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정치인들이 그렇겠습니다. 특정 시기에 맞추어 자서전을 내고 출간기념회를 열어야 하는 정치인들은 빨리빨리 호다다다닥 책을 내는 게 목표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보통의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 글 쓰는, 그것도 좋은 글을 쓰는 삶을 원하지 않을까요?
글쓰기 비법은 어차피 본인 스스로가 자기에게 알맞은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일입니다. 다만 내가 지금 원하는 게 글을 잘 쓰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글은 그럭저럭 쓰고 있으니 책을 내고 싶은 것인지. 글쓰기와 책 쓰기의 구분을 하고서 올바른 참고 도서를 찾는 법, 혹은 불량스러운 책을 거를 줄 아는 법이 중요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역시 이경의 <난생처음 내 책>이 작가 지망생에겐 필독서가 아니겠는가. 네? 아님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