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분위기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by 이경



안녕하십니까, 일경도 삼경도 사경도 아닌 무명 글쟁이 이경입니다. 벌써 세 번째 시간입니다. 첫 번째 시간에 '글쓰기 비법'이라는 제목과 달리 분명 글쓰기 잘하는 비법 따윈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세 번째 시간까지도 이 글을 읽어주시는 데에는 그만큼 글을 잘 써보고 싶다, 하는 간절함에 지푸라기라도 잡아볼까 하는 심정, 혹은 오늘은 이 무명 글쟁이가 어떤 개소리를 해댈까 하는 단순한 궁금증의 발동이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그래도 못 봐주겠으니 때려치우라는 분은 안 계셔서 다행입니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제가 쓴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합니다. 아무런 계획 없이 즉흥으로 떠들어대는 이야기이니 저도 뭐라고 쓸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보시다가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댓글로 질문을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반영하여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커리큘럼도 짜지 않고 즉흥으로 떠들다 보니, 글감이 떨어질까 봐 이러는 게 절대 아닙니다. 네네. 믿어주세요.


각설, 첫 번째 시간에 글은 왼쪽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쓴다는 점. 위에서 아래로 쓴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던 내용이니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사실이죠. 그리고 두 번째 시간에 내가 생각하는 '작가'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해보라고 썼습니다. 고민해 보신 분도 계실 테고, 아이고 나는 작가 그거 생각하니까 머리 아프다, 생각 안 할란다, 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제가 뭐 어찌하겠습니까.


그래도 자기가 생각하는 '작가'를 떠올리면 앞으로의 계획이 마련됩니다. 아, 나는 독립출판 작가, 독립출판 작가 그거 하고 싶다라든가. 나는 신춘문예 등단해서 이름을 떨치는 작가가 되겠다라든가. 됐고 나는 책 팔고 싶은 생각은 없고 기념으로 자비 출판해서 주변에 나눠갖고 말란다, 자비 출판 작가가 되련다 하는 분들도 계실 테고. 나는 웹소설 작가가 되어서 떼돈을 벌고 싶다 하시는 분들도 계실 테고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앞으로 어떤 글을 쓸지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소설을 쓸지, 에세이를 쓸지, 자기계발서를 쓸지, 쓰레기를 쓸지, 새 역사를 쓸지. 무얼 쓰든 간에 우리는 종이와 펜이 있고, 왼쪽에서 시작하는 글이 오른쪽으로 나아간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뭐라도 써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하나 정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뭘까요.


'무명 글쟁이의 글쓰기 비법' 첫 번째 글과 두 번째 글을 모두 읽어보신 분들 중에 눈치가 빠르신 분은 알아차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첫 번째 글은 평어체로 쓰였고, 두 번째 글과 현재 쓰고 있는 글은 모두 경어체로 쓰였습니다. 간단히 말해 평어체는 반말이오, 경어체는 존대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사실 국어사전에 '평어체'라는 단어는 등재가 안됐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깊게 파고들면 머리 아픕니다.


제 세 번째 책의 담당 편집자님은 흔히 말하는 '경어체'를 가리켜 '합쇼체'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단어가 다를 텐데요. 여기서는 단순하게 평어체 = 반말 / 경어체 = 존댓말로 정의 내리고 진행하겠습니다. 글에서 풍기는 분위기의 절반 정도는 이 반말과 존대에서 결정이 난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근데 뭐 그게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 말이지요.


보통 평어체의 장점으로는 문장을 간결하게 쓸 수 있고, 메시지 전달이 뚜렷하고, 신뢰성이 느껴지고 어쩌고 저쩌고. 경어체의 장점으로는 친근하고 따뜻하고 또 블라블라 하는데, 이건 다 일반적으로 보통 그렇다는 얘기지 꼭 그렇다는 건 아니니까요. 세상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사람은 살아온 환경과 스타일이 달라서 글쓰기 또한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적용됩니다.


제가 쓴 책을 예로 들어 설명드려보겠습니다. 저는 <작가님? 작가님!>이라는 장편 소설로 데뷔를 했습니다. 작가 지망생인 화자가 연상의 작가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간체의 소설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문장 전체가 경어로 쓰였습니다. 아아, 글이 얼마나 담백하고 따듯한지.

두 번째 책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는 초보 골퍼가 집 앞 연습장에서 골프를 배우며 처음 필드에 나가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에세이로 평어체로 쓰였습니다. 아아, 글이 얼마나 유쾌하고 재미난지.

세 번째 책 <난생처음 내 책>은 앞선 두 책과 달리 꼭지에 따라 평어체를 쓰기도 했고 경어체를 쓰기도 했습니다. 제 책을 예로 들어 설명드리지만, 정확하게 글의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가 확인을 하기 위해서는 직접 읽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그러니 제 책을 사서 읽어봐 달라는 얘기입니다. 네?


글을 반말로 쓸지 존대로 쓸지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결정짓긴 하지만, 절반 정도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어떨까요. 저는 작가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분위기를 유지시키든 전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첫 만남에 고민을 하게 됩니다. 내가 이 사람한테 반말을 해도 될까, 존대를 해야 할까.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겠죠. 우리말에는 이 높임법이라는 게 있어서 좀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그 덕에 예의라는 게 갖춰지는 거 같기도 하고. 이 역시 머리가 아프니 더 깊게 들어가진 않겠습니다.


근데 살다 보면 독특한 사람들이 분명 있잖습니까. 반말을 툭툭 내뱉는데도 어쩐지 기분 나쁘지 않은 유쾌한 말투가 있는가 하면, 시종일관 존댓말을 하는데도 어쩐지 기분이 나빠지는 말투. 작가의 역량에 따라 이 독특함을 글에 적용시키면 얼마든지 문체와 상관없이 글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습니다. 저의 지금 글투는 어떻습니까. 경어체를 쓰고 있긴 합니다만, 어쩐지 좀 잘난 척하는 거 같아서 재수가 없진 않습니까? 아님 말고요.


같은 문장이라도 평어체와 경어체는 분위기가 분명 다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역량에 따라 일반적인 분위기는 전복시킬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전복에서 글의 독특함과 개성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평어체로 쓰였지만 한없이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 경어체로 쓰였지만 구역질이 나는 글. 그러니 글은 어쩌면 형식이 아닌 내용이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쓰기를 잘하는 정해진 비법 따윈 없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인생의 진리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겨우나마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반말로 할지 존대로 할지, 자신이 쓰려는 글에 어떤 식의 글이 독자에게 더 가닿을 수 있을지. 자신의 개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글의 형식은 어떠한 것인지.


글을 쓰는 시간은 짧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 글을 쓰기 위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시간은 충분히 길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란 무엇인가. 내가 쓰려는 글에 가장 어울리는 글투는 무엇인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비법인 양 떠들어대니 몹시 송구합니다. 송구함을 뒤로하고 이런 고민의 답이 정해졌다면 이제는 '글쓰기' 버튼을 눌러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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