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글쟁이 이경입니다. 내 비록 무명의 글쟁이이긴 합니다만, 여차저차 출판사 투고로 책을 세 권 내어본 바, 제가 알고 있는 소소한 글쓰기 팁을 전달하는 시간입니다. 사실 뻥이에요. 앞서 말했지만 '글쓰기 비법' 그런 게 어디 있겠습니까. 작법서는 세상에 많이 있지만, 사람은 살아가는 환경과 스타일이 모두 달라,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는 것도 누군가에겐 쓰레기로 보일 수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결국은 세상 많은 일이 그렇듯 글쓰기 또한 진리의 케바케.
그러니까 이건 그냥 저 잘난 척하고 싶어서 쓰는 글입니다. 예전에 한 인문학자가 TV에 나와 인문학 강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강연이라고, 인문학 강사들은 그 잘난 척을 하려고 공부를 한다, 뭐 이런 뉘앙스의 말을 뱉은 적이 있는데요. 저는 사람들 앞에 나서서 강연을 할 재주는 없고, 그저 이렇게 글을 써왔다, 하고서 내 맘대로 떠들어대는 시간이니 보실 분 들은 보시고, 아 이 사람은 이렇게 글을 써서 여태껏 무명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나는 절대 이렇게 살진 말아야지 하면서, 저를 반면교사 삼으셔도 좋겠고, 혹은 타산지석 삼으셔도 좋겠습니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쌈박질의 90%는 같은 단어를 두고서 달리 해석을 해서 일어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령 요즘 사회적으로 가장 많은 쌈박질을 일으키는 단어라면 역시 '페미니즘'이 있을 텐데요. 이 '페미니즘'이란 단어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워낙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어서, 가령 누군가는 순한 맛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아주 매운맛의 소위 말하는 래디컬 페미니즘을 말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남혐'을 떠올리기도 할 테고, 그러니까 서로가 한 단어를 두고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인터넷 세상에서 소통이 될지, 개판오분전이 될지가 결정 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뭐 인터넷 세상뿐 아니라 오프라인 세상에서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각설하고,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어떤 소재로 어떤 주제의 글을 쓸까, 하는 고민은 하시는 거 같은데, 작가란 무엇일까 하는 고민. 작가가 대체 무엇이길래 나는 작가가 되기를 소망하고 희망하고 열망하고 갈망하고, 이러다가 그저 망하기만 할 것 같은데, 왜 나는 작가를 꿈꾸고 바라는가, 작가 그게 대체 뭐길래, 하는 고민은 거의 안 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한 단어를 두고 많은 이들의 생각이 다르듯, 작가 지망생들이 생각하는 '작가' 또한 다를 텐데요. 내가 생각하는 '작가'에 대해 한 번쯤 고민을 해보시면 앞으로의 글을 쓰는 데에 있어서 적잖이 도움이 될 것이란 말씀입니다.
자, 그러면 제가 생각하는 '작가'란 무엇이었나. 그다지 궁금하지 않으시더라도 한번 나불거려 보겠습니다. 사전에 '작가'를 치면,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으로 나와있습니다. (네이버 사전 기준) 제 글을 읽는 분들은 대부분 글작가를 지망하실 테니, 뒤에 붙은 사진, 그림, 조각은 해당하지 않을 테고요. 그럼 앞서 붙어 있는 '문학 작품'이란 무엇인가. 사전에 '문학'을 검색해보아야 할 시간이군요. 사전에서 알려주는 '문학'이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 또는 그런 작품. 시, 소설, 희곡, 수필, 평론 따위가 있다.'입니다.
저는 대체로 단어를 쓰고 말할 때 알고 있는 배경지식 한해서는 사전적 의미를 따르려고 하는 편인데요. 사전에서 알려준 작가에는 분명 어떤 벽이 느껴지죠. 글작가의 경우 문학 작품을 다루는 사람을 '작가'라고 정의 내리다 보니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를 쓰는 사람은 작가라기보다는 저자 혹은 전문가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가 보았던 어떤 편집자께서는 문학 작품을 다루는 사람은 '작가'로 칭하지만 문학이 아닌 글을 쓰는 사람은 '저자'로 구분 짓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저는 될 수 있는 한 사전적 의미를 따르려고 하는 편입니다. 고로 제가 지망생 시절 생각하던 작가란 문학 작품을 다루는 사람이었고, 그중에서도 제가 쓰려했던 장르는 소설이나 수필입니다. 지금껏 장편 소설 1종과 에세이 2종의 책을 내었으니, 제가 지망하던 길로 나름 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아무튼 제가 생각하는 '작가'는 이래 왔는데 요즘의 세상은 어떤가요.
유병재 씨는 자신의 책 프롤로그에서 개나 소나 글을 쓴다고 했죠. 자신이 글을 쓴다는 것에 빗대어 자조적 농담이었습니다만, 실제로 개나 소나,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십이지신 온갖 동물들이 다 나서서 나도 작가, 작가 그거 할래,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서는 글을 쓸 수 있는 권한만 던져주고도, "오오 당신은 작가입니다, 브런치 작가!" 이러지 않습니까.
사실 글쓰기 플랫폼에 모인 사람들은 작가라기보다는 글을 더 잘 쓰고 싶어 하는 지망생 아니겠습니까. 작가는 개뿔. 보통 글을 쓴다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다 보니까능, 브런치에서, 음 이 사람들 자존감을 좀 올려줄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여하는 게 아닐까 싶은 게 미천한 저의 생각인데요. 사람마다 한 단어를 두고 가지고 있는 생각은 다들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는 글쓰기 플랫폼에 글을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작가입니다! 엣헴!" 할 수도 있을 테고, 또 저처럼 구시대적으로다가 그저 사전적 의미에 기대어, 작가라면 모름지기 문학을 해야 작가라고 할 수 있지... 하는 편협한 시선을 가질 수도 있는 거겠죠.
사실 자기가 스스로 작가라고 부르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게다가 요즘은 누구라도 책을 낼 수 있는 시대죠. 자비출판, POD, 독립출판. 그러니까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장르를 막론하고 써둔 글만 있으면 종이에 인쇄, 책으로 묶어, 스스로 작가 타이틀을 부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매일 글을 쓰는 사람, 그것이 작가이다, 하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만, <안네의 일기>를 쓴 안네가 아닌 이상, 우리는 일기를 쓰는 사람을 보고서 '작가'로 부르진 않으니까요.
결국 요즘 세상에 '작가'란 사람들마다 달리 생각하는, 굉장히 폭넓은 단어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저는 '작가'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글을 써야 하는 걸까, 하는 고민을 좀 많이 해온 편입니다. 세 번째 책 <난생처음 내 책>의 프롤로그에는 이런 '작가'의 단어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적어두기도 했는데요. 아, 그러니까 이건 제 책을 조금이나 더 널리 알리려는 수작인 셈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사달라 이거예요. 네?
영화 <타짜>에서 평경장이 타짜를 꿈꾸는 고니에게 묻지 않습니까. "부자가 되고 싶니?" 평경장과 고니가 생각하던 '부자'는 분명 달랐던 거 같습니다. 평경장은 고니가 애지간히 벌면 도박판을 벗어날 줄 알았겠지만, 고니는 돈맛에 정신을 못 차리죠. 이쯤에서 작가 지망생 분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봐도 좋겠습니다. 글쓰기 비법이란 게 다른 게 아니에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분명 앞으로 내 글을 쓰는 방향에 도움이 됩니다. 스스로 평경장이 되어 질문을 던지고 고니가 되어 대답을 해보세요.
"작가가 되고 싶니?" 내가 생각하는 작가, 그게 무엇인지.
저는 책을 세 권 냈지만, 여전히 누군가 저를 가리켜 '작가님'이라고 부르면 어딘가 쑥스럽고 부끄럽습니다. 저 스스로를 가리킬 때에는 작가가 아닌, '무명 글쟁이', 혹은 '작자'라고 쓰는데요. 그런 점에서 너무나 쉽게 제가 바로 작가입니다 엣헴, 하는 분들을 보면서, 저는 '작가'라는 단어를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제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말이죠. 저는 책을 출간하기 전 알앤비, 힙합을 다루는 웹진 <리드머>에서 몇 년간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음악 관련 글을 꽤 오래 써왔죠. 그런데 요즘 가요계는 어떻습니까. 개나 소나 '내가 과거에 어마어마하게 잘 나갔던 레전드였다'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죠. 사실 레전드라고 부르기엔 '원히트원더'에 가까운, 그저 시대를 잘 타고 나온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저는 몇몇 과거 추억팔이에 물든 이들이 스스로 '레전드'라고 부르는 것에 환멸을 느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나는 작가'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저는 그룹 들국화의 전인권 선생님이 하신 말씀에 큰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겠지만, 전인권 선생님은 한 예능 프로에 나와서 이런 말씀을 하셨죠.
'호랑이는 자기가 왜 호랑이인지 몰라요. 사람들이 호랑이라고 불러주니까 호랑이가 된 거죠.'
제가 생각하는 '작가'는, 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타이틀이 아닌, 사람들이 저를 가리켜 '작가님'이라고 불러줄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작가'라는 단어에 편협한 시선을 가진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