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참 도발적이다. 글쓰기 비법이라니. 사실 마땅히 떠오르는 제목이 없어서 대충 막 갖다 붙인 거니까능 보시는 분들도 대충 막 보시길 바란다. 제목보다는 내용이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네?
며칠 전 누군가 SNS로 메세지를 주셨는데, 책을 보내주겠으니 냉큼 주소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분이 누구인고 하니, 솔직히 어떤 분인지 잘 모른다. 누구셔요? 다만 내가 쓴 <난생처음 내 책>을 읽고서는 출판사에 투고하여 계약도 하고, 출간도 앞두고 있다며, 당신의 책이 나오기까지 내 책이 큰 도움이 되었으니 감사한 마음에 책을 보내주겠다는 것이었다. 아아, 보람찬 하루.
내가 쓴 <난생처음 내 책>은 작가 지망생, 특히 출판사 투고로 책을 내려는 지망생들이 보았으면 하는 생각에 쓴 책이긴 한데, 생각만큼 많이 팔리진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가끔 내가 쓴 책을 읽고서 투고 생활에 도움이 되었다는 반응을 보면 그게 그렇게 보람찰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난생처음 내 책>에 글쓰기 비법이라든가, 책 쓰기 비법 같은 걸 적어두진 않았다.
<난생처음 내 책>을 본다고 글솜씨가 확 늘어날리는 만무하고, 다만 멘탈을 다잡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계신 작가 지망생들은 집에 <난생처음 내 책>을 한 부씩 들여놓으시길 바란다. 두 부, 세 부 들여놓아도 좋고. 백 부를 사주신다면 계신 곳을 알려주세요. 절 한 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네네.
여하튼 <난생처음 내 책>을 내고서 책 홍보차 팟캐스트에 나가기도 했는데 그중 하나가 책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다독다독>이었다. <난생처음 내 책>에는 사짜 글쓰기 강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해두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독다독팀의 한 진행자 분께서는, "그냥 이경 작가님이 글쓰기 강연 같은 걸 하시면 어떨까요?" 하는 뉘앙스로 말씀해주시기도 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나는 '내 주제에 무슨 강연이야.' 하는 입장이다.
다만, 사람들 앞에다 두고 엣헴 글이란 모름지기 이렇게 쓰는 겁니다, 하는 강연은 못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웹에다가, 에, 글쓰기 강연 뭐 그런 건 아니고, 제가 지금까지 투고로만 책을 세 권 내었는데, 제가 해왔던 방식이랄까, 뭐 이런 걸 공유 삼을 순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야말로 무턱대고, 그 어떤 커리큘럼도 없이, 프리스타일로다가, 뭐 굳이 계획이라면, 이 글의 글쓰기 버튼을 누르기 한 10분 전에 즉흥적으로다가, 할 일은 없고 심심한데, 이런 내용으로 글이나 한 번 써볼까, 글 써보고 브런치 공모전까지 글 10개 모이면 또 그냥 즉흥적으로다가 공모전 제출이나 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이런 도발적인 제목의 글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뭐 글쓰기, 책 쓰기를 주제로다가 시간이 되면 즉흥적으로 떠들어볼 계획.
세상에는 한 분야만 죽어라 파는 이들이 있다. 그러니까 책을 내는 법, 글을 쓰는 법. 뭐 이런 식의 맨 똑같은 내용을 제목만 바꾸어 사골 우리듯 우려먹는 글쓰기 강사, 선생님, 코치님, 마스터, 사기꾼들이 있는데 나는 그런 걸 보면서 속으로 저렇게나 자기 복제를 하고 싶을까, 싶다. 지겹지도 않으십니까들?
나는 중언부언, 했던 얘기 또 하고 그런 건 질색인데, 첫 책은 작가 지망생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작가님? 작가님!>이었고 세 번째 책은 출판사에 투고해서 첫 책이 나오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에세이 <난생처음 내 책>이었다. 첫 책과 세 번째 책이 묘하게 좀 닮았달까. 그래서 이제 웬만하면 글쓰기, 책 쓰기 관련된 글로 책을 내고 싶진 않기도 하고 이렇게 그냥 편하게 웹에다가 나불나불 떠들어댈 생각인데, 그럼에도 또 누군가, 오오, 이경 작가 자네 글 재밌는데, 글쓰기 책 쓰기를 주제로 책을 한번 써봅시다 한다면 저는 또 쓰겠지요. 저라고 마다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중언부언중얼중얼 깔깔깔.
즉흥적으로 쓰는 글이라 앞으로 어떤 글을 쓸지 전혀 생각이 없다. 나는 가끔 손가락에 뇌가 붙어 있는 기분이다. 분명 생각이란 걸 하고 타이핑을 하는 것일 텐데, 때로는 뇌를 거치지 않고 손가락 끝에 조그마한, 아주 조그마한 뇌가 들러붙어서 별다른 필터링 없이 와다다다 타이핑하는 기분이랄까. 이 주제로 글을 쓰는 대부분의 시간은 이따구로 글을 쓰게 될 것 같다.
여하튼 첫 시간이니까 뭐든 비법 하나는 쓰긴 써야겠지만 무얼 쓰나 그래. 아는 게 없는데. 그래도 하나 뱉어보자면, 내가 글쓰기 관련된 책중에서 가장 공감했던 책 제목은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나온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이다. 글 잘 쓰는 비법?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런 게 있다면 누구나 진작에 따라 했겠지. 안 그렇습니까?
내가 작가의 꿈을 가지고 늘 품어 왔던 글쓰기의 1원칙은 이거다.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쓴다.'
분명 어느 책에선가 읽은 내용인데 글쓰기 관련 책을 적잖게 봐온 탓에 누가 어느 책에서 한 말인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다만 누구나 공평한 조건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행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글쓰기라는 것을 이 법칙을 통해 깨달았다.
아, 물론 언어에 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글도 있을 테고, 나는 일본어 문맹이라 잘 모르겠지만서도, 일본어에는 띄어쓰기가 없다고 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이 글을 보는 분들은 대부분 한글을 읽고, 한글로 글을 쓰실 테니, 내가 간직하고 있는 글쓰기의 1원칙은 역시나 이 글을 읽는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물론 개중에, 아닌데? 나는 대각선으로 글을 쓸 건데?! 라든가... 나는 아래에서 위로 글을 쓸 건데?! 하는 청개구리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은 문인이 될 가능성보다는 행위예술가가 될 가능성이 더 높으니 당장 글쓰기는 때려치우시고 다른 길을 찾아보시라 권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이들 중 누군가는, 시부엉 이게 무슨 글쓰기 비법이야, 당연한 걸 구구절절 떠들어대고 있어, 하고 눈알을 부라릴지도 모르지만, 불행하게도 이 당연한 법칙을 모르고서 애당초 글쓰기를 포기하는 사람도 적잖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글쓰기는 종이와 펜, 콤푸타 시대로 넘어와서는 모니터와 키보드만 있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임에도 백지가 주는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고 두려움에 덜덜덜 떨며 포기하는 이들은 반드시 이 글쓰기의 기본 원칙을 가슴에 새겨두길 바란다.
글쓰기란 잘하는 비법 따윈 없는 것. 하지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
하물며 배움이 미천한 무명 글쟁이 이경이라는 작자도 책을 세 권이나 내지 않았겠습니까.
그럼, 오늘은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