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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Sep 07. 2023

책쓰기 클래스란 무엇인가. 2

수강생을 모으는 방법


앞서 말했지만 나는 글쓰기나 책쓰기 모두 책을 통해 배웠다. 그러다가 다른 이들은 어떤 식으로 작가가 되어가는가 찾아보니, 이런저런 글쓰기 수업을 듣거나 모임을 갖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온라인 강의를 접하는 경우도 있는 듯했다. 그중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방법이라면 역시 고액의 책쓰기 클래스 수업을 듣는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지만, '책'을 사서 지도를 보고 서울에 가는 것과 굳이 돈 천만 원 들여 '서울 가는 법'을 배워서 가는 건 엄연히 큰 차이가 있지 않나.


물론 나는 그런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고액의 책쓰기 수업이 작가 지망생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책쓰기 협회의 카페 등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상한 일이 하나둘이 아니어서, 도대체 책이 뭐길래, 작가가 뭐길래 하는 깊은 상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럼 그런 책쓰기 협회는 수강생들을 어떻게 모으는 걸까. 일단 협회 대표라는 사람이 책을 어마하게 많이 쓴다. 당장 인터넷 서점에 한 책쓰기 협회의 대표 이름만 넣어봐도 300종에 가까운 책이 나온다. 출판 바닥을 모르는 작가 지망생이 본다면 누구라도 이런 출간 종수에 압도가 되겠지. 아니, 어떻게 사람이 책을 300종 가까이 쓸 수 있지! 그렇게 대표의 넘쳐나는 영감과 창작의 힘에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존경심을 표하며, 책쓰기 협회를 찾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이곳의 대표는 책을 써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며 늘 부를 과시하기에 바쁘다. 손목에는 고급 시계가 채워지고, 목에는 블링블링 금목걸이를 차고 있으며,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슈퍼카도 여러 대다. 옷은 두말할 것 없이 명품으로 둘러져있다. 아, 대표님 대표님, 진짜 아주 멋져. 나는 처음에 보고 무슨 힙합 하는 사람인 줄.


사람들은 이런 보여주기에 많이 약한 거 같다. 책쓰기 협회의 대표는 책을 내고자 하는 욕망으로 가득 찬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과 부를 과시하며, 자신에게 책쓰기를 배우면 당신도 무조건 책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때부터 작가를 꿈꾸는 많은 지망생들은 이 대표라는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책쓰기 협회에는 이런저런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싸게는 몇 만 원짜리 원데이 클래스부터, 그야말로 돈 천만 원짜리로 5주 과정의 정규 클래스도 있다. 일대일 밀착 코칭도 있고, 무슨 크루저 태워주는 럭셔리 프로그램도 있고, 아무튼 뭔가 되게 많아.


그런데 돈 천만 원이나 내면서 작가 타이틀을 얻고 싶은 사람들은 얼마나 안달이 나겠어. 5주가 긴 거 같아도, 이들은 하루빨리 작가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책 하나에 돈 천만 원을 쓸 수가 있겠느냐고.


하지만 수강생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돈 워리 비-해피. 우리의 책쓰기 협회 멋쟁이 대표님은 그런 작가 지망생들의 갈망을 이미 꿰뚫어 보시고, 수강생들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미 기획하여 짜놓으셨으니까. 그게 무엇인가. 바로 요즘 많은 출판사와 개인이 흉내 내고 있는, '공저 프로그램'이다.


내가 이런 책쓰기 협회를 몇 년째 지켜보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래도 공저 책 참여자가 10명 미만이었거든. 근데 이게 시간이 가면서 스무 명이 넘더니, 최근에는 막 서른 명 넘는 이들이 한 책에 참여하는 거야. 이게 무슨 말이냐. 책쓰기 협회에서는 공저책 하나 내주고 약 서른 명의 출간 작가를 한 번에 배출시키는 거지. 지금 이 협회에서 만들어낸 작가가 1,000명이 넘는대. 책쓰기 클래스 대표님 이 정도면 정말 엄청난 능력자 아닌가?


지금 이런저런 출판사나 개인이 행하고 있는 '공저 프로그램'은 모두 이 책쓰기 협회의 아류이며, 후발주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책쓰기 협회의 대표님은 5주가 되기도 전에 돈 천만 원을 들인 수강생에게 비록 공저이긴 하지만 '출간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여하며, 이제는 단독 저서의 초고를 써야 할 때가 되었다고 등을 토닥여준다. 자상하신 대표님... 그리고 단독 저서를 쓸 수강생에게는 하나의 숙제를 내어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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