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클래스란 무엇인가. 1
책 하나에 천만 원을 태워?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서점에서 관련 책을 사본 것이다. 지금은 절판되었지만 일본의 출판기획자 요시다 히로시가 쓴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의 교과서>라는 책을 통해, 처음으로 출판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당시에는 도움이 되는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썩 좋은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의 출판 시장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많이 있고, 책 자체가 경제경영, 자기계발, 실용서를 준비하는 사람들 위주로 쓰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후로는 틈만 나면 관련된 책을 읽었다. 작법서들은 그마다 하는 이야기가 다들 다르고 그 사이에서 서로 상충하는 내용이 있어 큰 도움이 되진 못했고, 오히려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심어준 책들이 좋았다. 가령 은유 작가가 쓴 <쓰기의 말들> 같은 책들. 혹은 세계의 문호들이 남긴 몇 줄짜리의 짧은 명언을 읽는 것도 좋았다.
특히 E. L. 닥터로가 남겼다는 '소설을 쓰는 것은 밤에 자동차를 모는 것과 같다. 우리는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곳까지만 볼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 목적지까지 다다를 수 있다.' 하는 글귀는 글을 쓰는 데에 많은 용기를 심어주었다. 어쨌든 내가 알고 있는 글쓰기와 책쓰기의 대부분은 책을 통해 배운 것들이다.
그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출간을 준비하는가, 알아보던 중 책쓰기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포털 사이트 카페를 통해 운영되고 있는 곳이었는데, 개인 저서가 수십수백이라는 그곳의 대표는 수강생들에게 마치 신과 같은 존재로 추앙받고 있었다. 무슨 뜻이냐면 사이비종교 같은 곳이었다는 이야기.
재미난 것은 그곳의 수강생들은 서로를 '작가'라고 부르며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그냥 '작가'가 아니라 '천재 작가 누구누구'라고 불러주는 식이었다. 천재 작가 누구누구님, 오늘 올려주신 글이 너무 아름답네요, 감동이네요, 어쩜 이리 글을 잘 쓰세요, 대단하세요, 너도 대단하고요, 쟤도 대단하고요, 우리는 다들 대단한 존재들이어요, 어쩌고 저쩌고 하는 자화자찬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는 걸 보고서는 진짜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다들 작가 지망생에 지나지 않은 사람들이 왜 서로를 천재 작가라고 부르는 걸까. 내가 지금껏 생각하는 천재 작가는 김해경 이상밖에 없는데 이 많은 천재 작가들은 다들 어디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온 걸까, 뜨악했지만 아마도 끌어당김의 법칙인지, 밀지 말고 당기세요 법칙인지 하면서, 긍정의 힘을 믿고, 잠재의식을 개방하고, 아무튼 내가 알지 못하는 그런 세계가 존재하는가 보다 싶었다. 서로를 천재라고 불러주는 게 글쓰기나 책쓰기에 도움이 된다면, 뭐 못할 게 있나. 아, 근데 왜 카페를 들여다보기만 하는 내가 자꾸 부끄러워지는 걸까. 이런 걸 두고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라고 하는 거구나.
그런데 내가 그 책쓰기 협회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수강생들이 서로 불러주는 호칭이나, 마치 신처럼 추앙받는 대표의 모습이 아니라, 수업료 그 자체였다. 그 금액이 무려 일천 만원. 아니, 책 출간 하나 공부하는 데에, 돈 천만 원을 태운다고?
하아, 고액 책쓰기 클래스에 대해서는 하고픈 말이 너무 많다. 아무래도 시리즈로 나누어서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