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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Sep 06. 2023

원고 디자인까지 하시려고요?

투고 시 유의 사항



작가 지망생들, 특히 투고 등으로 기획출판을 하려는 사람들은 관련된 책을 좀 읽어보면 좋다. 책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설명한 책들. 이때 유의할 점은 이왕이면 출판사 편집자가 쓴 책을 읽을 것. 작가나 출판에이전시에 소속된 사람들이 쓰는 책을 읽어도 도움이 될만한 부분이 있겠으나, 직접 투고를 받고서 출간의 결정을 하는 이가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면 비교적 답은 분명하지 않을까?


사실 이런 글도 나 같은 글쟁이 나부랭이보다는 출판사 편집자가 쓰는 글을 읽는 게 훨씬 유용하다는 생각이다. 그럼 너는 뭔데 이런 글을 쓰고 앉아있냐, 물어보신다면 나는 그래도 투고로 책 3종을 내본 실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잘난 척하는 수밖에는. 출판사 편집자가 아닌, 몇몇 출판에이전시 대표가 쓴 책도 읽어보았는데, 맞는 말도 있었지만, 처맞는 말이 많았고, 궁극적으로는 에이전시의 자가선전에 지나지 않는 글이 많아서 차마 추천할 수는 없겠다.

 

내가 투고 등 출간 일반에 관하여 추천하는 책은, 유유출판사에서 나온 정상태의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 - 투고의 왕도>와 카시오페아 출판사에서 나온 양춘미의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쓰기 기술>이다. 이 책을 쓸 당시 두 사람 모두 편집자로 근무 중이었으며, 그 경력 또한 짧지 않았다. 


조금 콤팩트하게 읽고 싶다면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을, 좀 더 세세하게 내용을 알고 싶다면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쓰기 기술>을 보면 좋겠지만, 될 수 있으면 그냥 다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러다가 시간이 남는다면 내가 쓴 <난생처음 내 책>이나 <작가의 목소리>를 읽어주어도 좋겠고.


여하튼 이렇게 투고를 설명하는 책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워낙에들 같은 마음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이건 좀 너무 뻔한 게 아닌가 싶은 내용들. 대표적으로 무엇이 있는가 하면,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때 단체메일로 보내지 말라는 거. 근데 이런 내용은 대부분의 책에서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만큼 커먼센스, 즉 상식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인데, 안타깝게도 이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투고자들이 많이 있는 듯하다. 이런 분들은 글을 쓰고 투고를 할 게 아니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예의'라는 게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또 여러 출판사에 동시에 원고를 보내고서 경매를 하듯 "제일 먼저 연락을 주는 출판사에 내 책을 내겠다." 하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그야말로 투고계의 빌런으로 우뚝 서기 좋은 발언이다. 책만 나오면 베스트셀러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둥, 내가 책을 몇 권을 살 수 있고, 우리 아버지 사촌의 사돈의 팔촌이 대통령 친구이고 어쩌고 저쩌고 같은, 원고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게 투고를 받는 편집자들의 공통된 의견인 것 같다.


그리고 편집자들의 공통의 의견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편집자들이 투고를 받으면서, 아 이건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싶은 게 있으니 바로 원고를 디자인해서 보내는 일이다. 이런 일들은 대부분 투고자의 열정이 과해서 일어난다. 때로 지나친 열정은 참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글파일에서 쓴 원고를 책의 판형으로 조판하여 보내거나, 아예 표지 디자인을 만들어서 보내는 일이다.


흠... 아니, 혹시 디자이너세요?


이런 거 역시 원고를 받는 편집자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간단하게 답이 나오는 문제 아닌가. 요즘의 편집자라고 하면 단순히 교정교열만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부분 기획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심지어 교정교열은 아예 외주를 주고 기획을 중심으로 하는 편집자도 많다. 작가가 백지를 까맣게 채우며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라면, 편집자들은 작가들이 써온 글을 가지고서 판형을 짜고, 표지 디자인을 구상하는 등 또 다른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미리 원고의 판형을 짜서 보낸다거나, 표지까지 디자인해서 보낸다면, 편집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이고 내 고민을 덜어줘서 무척이나 고맙다, 하는 편집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럴 거면 출판사에 왜 글을 보내는 거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앞서 말했지만 미리 디자인해서 보내는 원고를 보며 고마워하는 몇몇 편집자들도 어딘가엔 분명 있을 거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투고했을 때, 본문도 열어보지 않고 아예 쓰레기통으로 보내는 편집자도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들어 유독 원고를 디자인해서 보내는 투고자들이 많이 늘어난 느낌인데 왜 그런가 생각해 보면, 아마도 표지 디자인을 해서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는 몇몇 출판에이전시의 행태 때문이 아닌가 싶다. 출판에이전시는 자신들에게 원고를 맡긴 사람들에게 일단 뭐라도 보여주어야 할 테고, 그 대표적인 행위가 원고에 어울리는 표지 시안을 만들어 보여주는 게 아닐까? 간혹 그런 식으로 출판에이전시를 통해서 출간을 한 사람들은 또 그게 당연한 줄 알고서 추후에 똑같은 일을 벌이게 되고... 하지만 역시나 이렇게 디자인해서 보내는 출판에이전시의 원고 또한 바로 스팸처리 해버리는 출판사도 많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리스크가 따른다면 아예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니 원고 조판도, 표지 디자인도 하지 마라. 작가 지망생 중에선 출판사와 원고 계약을 하고 나면, 책의 내지 디자인과 표지 디자인 모두 작가가 정하는 걸로 아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 않다. 내지 디자인도 표지 디자인도 출판사의 전문가들, 즉 편집자와 북디자이너들이 하는 업무다. 다만 출판사에서는 글을 쓴 이와 치열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책을 만드려고 한다. 작가 지망생이 투고를 하며 최우선으로 할 일은 디자인이 아니라 좋은 글을 쓰는 일이다. 상식 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예의를 지켜가면서.


그러니 원고를 디자인 할 시간에 자신의 글이나 한 번 더 보는 게 훨씬 이득이다. 만약 내가 사랑하는 이가 작가 지망생이라면, 그런 그가 혹여나 열정이 너무 과해서, 타인과의 협업 없이 책의 판형도, 내지 디자인도, 책의 표지 디자인도 모두 자기 맘대로 하고 싶어 하는 인간이라면, 그때는 1인 출판이나 독립출판을 권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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