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협회에서 일어나는 투고란?
책쓰기 클래스든, 협회든, 아카데미든, 학원이든, 사이비 종교와도 같은 이상하고 희한하고 아무래도 좀 정신이 나갔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듯한 괴랄한 집단이든, 아무튼 그 무엇이라고 부르든 간에 이곳의 최종 목표는 역시나 출간에 있을 것이다. 돈을 천만 원이나 써서 수업을 듣는다면 당연히 그럴듯한 책 하나쯤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수강생들은 혹시나 돈은 돈대로 쓰고서 책을 못 내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지만, 그런 걱정은 넣어두셔도 좋다. 우리의 천재 책쓰기 코치님은 투고마저도 천재적으로 이루어내고야 마는 분이니까.
이런 책쓰기 클래스에서는 기수별로 몇몇 사람들을 모아서 운영하는데, 수업이 끝나고 나면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양식의 출간계획서에 또 비슷한 날짜와 시간을 정해 출판사 투고를 행하는 것 같다. 뭔가 기수별 단합 같은 걸까. 하긴 초고 쓰는 것도 '선포'를 하고야 마는 사람들이니, 다 쓴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는 것은 그들에게 또 하나의 어마어마한 '거사'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정작 이런 책쓰기 협회의 투고가 이루어지는 날 많은 출판사에서는, 아아 또 한 기수의 수업이 끝났나 보군 하면서 들어오는 투고를 족족 삭제하는가 하면, 아예 처음부터 스팸처리해 둔 곳도 많다는 것을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천재 코치님에게 배운 천재 예비 작가들의 천재적 원고를 열어보지도 않고 삭제해 버리는 바보 같은 출판사 사람들!
그러나 이런 책쓰기 협회의 투고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출판사는 일부(혹은 대다수?)에 지나지 않을 뿐. 세상은 넓고 출판사는 많으니 천재 작가들의 천재적 원고를 받아줄 곳도 분명 있지 않겠는가. 책쓰기 협회의 카페를 보면, 투고와 관련된 게시판이 따로 있는데 이곳을 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아니, 투고가 이렇게나 쉬운 거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니까.
무슨 말인고 하면, 그들은 투고를 하고 한 10분 만에 출판사에서 답장이 왔다면서, 다시 또 하나의 자화자찬 판을 벌이는 것이다. 그야말로 축제가 따로 없다. 아아, 여러분 천재 코치님에게 배운 대로 글을 썼더니 투고한 지 10분 만에 한 출판사에서 답장이 왔습니다... 이것은 긍정적 시그널입니다... 몇몇 기수 천재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완전 총알 답장이네요, 너무 멋집니다... 뭐, 이러면서.
하아... 한숨이 깊어진다.
출판사에 투고를 해본 이들은 알겠지만, 투고 후에는 얻을 수 있는 몇 가지의 결과들이 있다.
첫째로는 철저한 '무시'인데 상당수의 출판사는 투고자에게 답장조차 없을 것이며, 아예 메일을 열어보지 않는 듯한 곳들도 있다.
두 번째로는 당일이나, 다음날의 답장인데 이때는 투고 원고를 잘 접수했다는 복사 붙여넣기의 메일이거나 자동 응답 메일이 보통이다.
셋째로는 반려 메일이다. 출판사마다 그 내용은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데, 대개 당신의 원고는 훌륭하나 우리 출판사와의 '결'과는 맞지 않는다는 식이다. 그냥 복사 붙여넣기 한 반려 메일이니까, 투고자는 이런 메일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좋다.
끝으로 투고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긍정의 답장 메일이다. 이런 내용의 메일을 받는 것은 보통 일주일이나, 이주일 혹은 아주 큰 대형 출판사의 경우 한 달 뒤에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런 내용의 메일을 받을 수 있는 투고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위의 사례를 제외하고 만약 투고한 지 단 몇 시간, 단 며칠 만에 연락이 온다면 자비출판이나 반자비출판 등, 저자에게 돈을 내라고 요구하는 개똥망 같은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출판사 편집자들은 결코 한가하지 않으며, 하루에도 몇 건씩 들어오는 투고 원고를 그리 빨리 읽고서 투고자에게 답을 줄만한 곳은 많지 않을 테니까.
원고를 던진 투고자의 마음은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가겠지만, 출판사는 출판사만의 시간이 있다. 대부분의 출판사에서는 투고 원고만을 검토하는 직원을 따로 두지 않고 있으며, 어떤 편집자들은 이 작업을 몹시 싫어하기도 한다. 내가 아는 한 편집자는 투고 메일을 열어보고서 각각 30초 컷으로 메일을 쳐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라면 역시나 투고 원고가 책으로 될 확률이 아주 낮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투고하고서 단 며칠 만에 출판사에서 연락을, 그것도 메일이 아닌 전화 연락을 받았다거나 한다면, 내 원고가 출판사에서 놓치기 아쉬울 정도로 아주 훌륭한 글이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뭔가 좀 수상쩍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 좋다. (아무래도 후자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경험상 출판사 사람들은 투고 메일에 전화를 걸어오는 일이 거의 없고, 보통은 메일로 예비 저자와 소통한다. 뭐 편집자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그렇다면 이 책쓰기 협회에서는 어쩜 이리도 빨리 투고 원고에 대한 답이 오는 걸까.
그건 아~~~~~~~~~~~~~~~~~~~~~~~~~~~~~~~~~~~~~~~~~~~~~~~~~~~~~~~~~~~~~~~~~~~~~~~~~~~~~~~~~~~~~~~~~~~~~~~~~~~~~~~~~~~~~~~~~~~~~~~~~~~~~~~~~~~~~~~~~~~~~~~~~~~~~~~~~~~~~~~~~~~~~~~~~~~~~~~~~~~~~~~~~~~~~~~~~~~~~~~~~~~~~~~~~~~~~~~~~~~~~~~~~~~~~~~~~~~~~~~~~~~~~~~~~~~~~~~~~~~~~~~~~~~~~~~~~~~~~~~~~~~~~~~~~~~~~~~~~~~~~~~~~~~~~~~~~~~~~~~~~~~~~~~~~~~~~~~~~~~~~~~~~~~~~~~~~~~~~~~~~~~~~~~~~무 의미 없는 일부 자동회신 메일마저도 '긍정의 시그널'로 확대 해석하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를 하기 때문인데, 정말 책쓰기 코치와 투고자가 나누고 있는 환상 섞인 대화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콧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 정말 너무 재밌어, 짜릿해. 의외로 이런 보여주기 수법에 혹하고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도 정말 신기하고.
그리고 이다음부터가 중요한 이야기인데, 이런 자동회신 메일 외에 책쓰기 협회의 수강생들은 정말 투고한 지 단 몇 시간, 단 며칠 만에 계약을 이루어내기도 한다. 어떤 수강생들은 투고 당일에 계약금 일백만 원에서 원천징수 3.3%를 제한 금액을 입금받기도 한다. 역시 이곳 수강생들이 출판사에서 놓치기 아까운 천재적 원고를 써냈기 때문일까. 이 이야기는 다음 꼭지에서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