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수업이 나쁜 이유
누군가는 돈 천만 원짜리 책쓰기 클래스라고 해도, 엄연히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는 것일 텐데 그게 왜 문제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수긍한다. 책을 내고 싶어 자발적으로 천만 원의 돈을 투자(?)하고, 책쓰기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일 테니, 그걸 두고서 뭐라고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 천만 원을 쓰려는 사람이 내 지인이라면 나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뜯어말리겠지만.
하지만 이렇게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한 장사 수완은 차치하더라도 책쓰기 협회의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드러난 한 책쓰기 협회의 문제점들을 알아보자.
일단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환불 방식에 있다. 내가 글에서 계속 언급하고 있는 한 책쓰기 협회는 몇 년 전 뉴스에 나온 적이 있는데, 고액의 수강료를 낸 수강생이 환불을 요청하자 거절을 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슈퍼에서 껌 한 통을 사도 환불을 해주는데, 고액의 책쓰기 수업은 뭘 믿고 환불을 마다할까.
이 방송 보도로 협회에서는 언론의 눈치가 보였는지 환불 규정을 새로 카페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 글을 쓰면서 카페에 있는 환불 규정을 확인하며 교습비 금액이 적힌 첨부파일을 보게 되었는데, 5주짜리 고오급 책쓰기 과정의 금액이 14,500,000원이고... 하루짜리 책쓰기 과정 기본 과정이 11,000,000원이다. 오타가 아니다. 하루에 11,000,000원이란다. 천만 원에다가 부가세 별도인 건가? 아, 어지럽네... 대표님, 워렌 버핏인가요?
다음으로는 한놈만 걸려라 하는 식의 운영방식에 있다. 교습비 금액만 보더라도, '몰라몰라 한놈만 걸리면 장땡, 나는 몰라요 몰라 배 째라 배 째' 하는 식이라는 게 읽히지 않는가. 한 책쓰기 협회의 대표는 카페 회원들을 대상으로 성공한 인물들의 사례집을 판매한 적이 있는데 600페이지의 책이 210만 원, 700페이지의 책이 280만 원이었다. 역시 오타가 아니다. 열 권, 스무 권 하는 전집도 아니다. 달랑 한 권짜리의 책 가격이 이렇다. 나는 이 가격의 책이 팔렸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정말 마음을 넓게 먹고서 한 권에 280만 원 하는 책의 가격도 수긍할 수 있다고 치자. 누군가 이 책을 읽고서 정말 큰 성공을 거두거나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다면, 280만 원이 대수이겠는가. 아, 근데 사실 대수 아닌가? 책 하나에 280만 원은 진짜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다 너무 하잖아?
금액을 떠나 이 문제의 본질은 이 사례집이라는 게 온갖 짜깁기와 표절로 도배가 되어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쓴 책쓰기 협회의 대표는 200여 권이 넘는 책을 쓰고 기획했다. 나는 그의 글이 읽어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단 한 권의 책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런 짜깁기와 표절 사례를 본다면 그가 어떤 식으로 책을 써왔는지는 대충 감이 올 것 같다.
이런 책쓰기 협회의 또다른 문제라면, 비슷한 강사와 강의를 수없이 양성해 낸다는 데에 있다. 이 글을 쓰면서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한 책쓰기 협회에서 4,700만 원을 썼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수강료를 지불했다는 수업의 내역은 다음과 같았다. 책쓰기 과정, 1인창업 교육, 1 꼭지 공저 과정, 5 꼭지 공저 과정, 블로그마케팅 교육, 주식투자 교육, 강연교육, 유튜브 마케팅 교육, 포털사이트 카페 교육, 1:1 목차 과외, 부동산 투자 교육 등. 그는 이런 많은 수업에 4,700만 원을 썼지만 인생이 변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책쓰기 협회의 대표가 혼자서 모두 소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쓰기 아카데미를 통해 책을 출간한 이들은 대표에게 배운 내용 그대로 새로이 책쓰기 코치가 되어, 글쓰기와 책쓰기 강의를 팔아먹는다. 정말 이런 식으로 글쓰기와 책쓰기를 가르치는 엉터리 강사들이 너무 많다. 겨우 책 하나 내고서, 그것도 자비출판이나 책쓰기 협회의 대표와 긴밀하고 밀접하게 관련된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서, 글쓰기나 책쓰기를 가르치는 강사들인 것이다.
그들은 대개 퍼스널브랜딩, 무자본창업, 디지털노마드, 1인기업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며 수강생들에게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홍보한다. 책을 쓰면 한 달에 돈 천만 원을 벌 수 있다며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부의 욕망을 자극한다. 내가 월 천만 원을 언급하며 책쓰기를 종용하는 이들을 싫어하는 까닭이다.
규모가 큰 책쓰기 아카데미의 구조를 보면 마치 피라미드와 같다. 가장 위 꼭짓점에는 협회의 대표 코치가 있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책쓰기 코치들을 새끼 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듯하다. 수강생들에는 반드시 자신의 책을 읽고서 댓글로 좋은 리뷰를 남기길 강권하는 방식을 쓴단다.
나는 이런 책쓰기 협회를 보며, 과연 '작가'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책쓰기 수업에 돈 천만 원을 사용해 가며, 그렇게 책쓰기 코치들의 배를 불리어주며, 책쓰기 코치들이 던져주는 제목과 목차 그대로 글을 쓰고서, 한 주 한 주 숙제하듯 글쓰기 '과제'를 하는 사람들이, 책을 하나 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작가'라고 말하고 다니는 모습이 나는 너무나 이상하다.
사람들이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성공하면 좋지. 나도 성공하고 싶다. 하루 세끼 따뜻한 밥 먹고, 돈 걱정 없이 살면 얼마나 좋겠어. 하지만 그런 성공의 수단이 책을 통해서라면 곤란하다. 책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책을 통해 퍼스날브랜딩인지 뭔지를 하고서, 책을 명함 삼아 부를 끌어모으려는 생각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작가가 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가 작가 지망생이라면,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수백만 원이 넘는 책쓰기 수업을 들을 바에야 차라리 그 돈으로 소고기를 사 먹고, 서점에 가서 관련 책을 읽어보라고. 정말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고액의 책쓰기 수업으로는 전연 팔리지 않을 책 하나를 출간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제대로 된 작가가 될 수는 없을 거라고.
내가 처음 작가의 꿈을 가지고서, 이런 책쓰기 협회를 눈팅했을 때 이 시장은 블루오션 같았다. 그들은 터치하는 사람 없이 평화롭게 사람들에게 수강료를 챙기며 책을 내주고 서로서로 자화자찬하며 몹시도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엉터리 코치가 새로은 엉터리 코치를 낳으며 이제는 이곳도 레드오션이 된 듯하다. 예와 달리 몇몇 책쓰기 협회는 서로를 디스하고 상도덕(?)을 지키길 요구하며, 자기들만이 제대로 된 책쓰기 코칭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한때 책쓰기 수업을 통해 스승과 제자 사이였던 이들은 유투브를 통해 서로를 헐뜯는다.
몰라, 내가 볼 때는 네들 다 이상한 거 같아.
지금껏 이야기한 한 책쓰기 클래스의 모토라면, 성공한 사람이 책을 쓰는 게 아니라, 책을 써서 성공을 해야 한다는 거다. 대충 보면 몹시 그럴듯한 문장 아닌가. 문제는 책을 쓴다고 해도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지극히 낮다는 데에 있겠지만.
그러고 보니 요즘 이 슬로건과 비슷한 문장을 이야기하며 사람들에게 책쓰기를 종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거 같다. 뭐라더라... 작가라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라던가?
과연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