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자고, 싸는 것의 굴레
(1편 요약)
아가 출산 후 산후조리원 2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당일의 이야기입니다. 당일부터 산후 도우미 분도 출근하셨어요.
산후 도우미 분이 오셔서 너무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집안 살림과 아가를 돌봐 주셔서, 아주 맘 놓고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선 오후 6시가 되어서 퇴근하셨습니다.
이제 온전히 저와 아내, 아가만의 시간이 왔습니다. 진정 육아의 매운맛이 무엇 일지를 아직도 상상하지 못했던 터였습니다.
산후도우미 이모가 차려주신 저녁을 먹으며 산후조리원 이후 집에 처음 와서 하루를 보낸 소회를 아내와 나누고 있던 중 슬슬 아가가 시동을 겁니다.
뭐가 불편했는지 모르겠는데 막 큰소리로 우는 것도 아닌 것이 계속 "낑낑... 깽깽..." 하더라고요.
허겁지겁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아가가 배고픈지 살펴봅니다. 아내가 모유수유를 시도했는데 잘 안 먹더라고요. 그래서 분유를 타서 먹여봐도 먹는 둥 마는 둥 합니다.
잠도 전혀 안자고요 계속 찡얼거리기의 연속입니다.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 갈아주고의 연속입니다. 수유 텀이 잘 안 잡힌 상태고, 아기 입장에선 환경이 바뀌면서 충분히 적응이 덜 된 상태라서요.. 아가가 전혀 잠을 안자더라고요. 아내와 저도 오후부터 해서 새벽 세시가 되도록 한숨도 못 자고 아가를 걱정하며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얼마를 먹여야 하는지, 아기가 충분히 배부른지, 분유는 이만큼 주는 것이 맞는지 모든 게 처음이라 고민되고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내일 출근을 앞두고 있었지요. 그래서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작은 방으로 피신해서 두 어시간을 자고 출근을 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산후조리원 막 나와서 아가도 적응 시간도 필요하고, 마침 그날 BCG 예방 접종도 맞고 해서 초보 엄마 아빠에게 육아의 매운맛을 선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출산을 경험해보지 못한 친구가 물어보더군요. 육아하는데 무엇이 가장 힘드냐고요.
전 이 기분과 감정을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다가.. "(아기가) 먹고, 싸고, 자고의 문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실로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친구가 "모든 게 힘들구나."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다음날 아침에 출근을 어떻게 하긴 했습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와 회사 지하 편의점의 CU 커피로 졸린 눈을 비비며 버텼습니다. 와중에 집에 있을 아내도 고생하고 있을게 뻔히 보여 걱정이 되더라고요. 다행히 산후 도우미분이 9시면 출근하시고, 이때 좀 쉬면서 잠을 잘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해서 마음은 조금 놓였습니다.
비교적 아가가 통잠을 잔다는 100일 정도가 될 때까지(통상 100일의 기적이라고 하더군요!)는 버텨야 할 것 같습니다. 아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기록하고 기억하며 잘 버텨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