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칠월 Jul 26. 2018

사랑을 하다, 사랑을 앓다

영화 <빅 식(The Big Sick)>

*이 글은 브런치 무비 패스에서 제공한 시사회에서 영화를 관람한 후에 작성되었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떤 대답들이 나올까? 아마 그 정의는 대답하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의미는 이런 것 아닐까 싶다. 기쁨, 행복 그리고 고통, 슬픔, 아픔. 사랑을 하면서 마냥 좋고 행복한 사람은 흔치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그래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행복에 겨워 실실 웃다가도, 이내 짜증내고 마음 아파하는 등 알 수 없는 행동들을 보인다. 이렇듯 사랑은 그 자체로 정반대의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이상한 현상이다.     

 

-저 사랑에 빠졌어요.
-잘됐군, 치료약도 있어.
-아니요, 치료약은 안돼요. 낫고 싶지 않으니까요. 계속 아프고 싶어요.

영화 <일 포스티노> 중


농담 고수 쿠마일


스탠드업 코미디언과 택시기사로 투 잡을 뛰는 쿠마일과 상담심리치료사를 희망하며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에밀리는 서로 첫눈에 반한다. 둘 다 연애 같은 건 할 상황이 아니지만 큐피드의 화살은 그런 상황 따위 고려하며 사람들에게 찾아가는 성격이 아니다. 둘은 그렇게 행복한 연애를 시작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랑이 그렇듯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갈등이 생기고 깊어지며 둘은 그렇게 헤어진다.      


그녀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나서야 그는 그녀의 부재를 실감한다. 에밀리의 아버지는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는지 알고 싶으면 바람을 피워보라고 말했지만 쿠마일은 그녀를 다시는 이 세상에서 볼 수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며 자신의 사랑을 재확인한다. 하지만 그녀가 깨어난 이후 쿠마일이 달라진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줘도, 그녀가 잠들었던 2주의 시간 동안 쿠마일의 헌신을 그녀가 알게 돼도 사랑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에밀리 부모님의 매력을 보는 것도 영화의 큰 재미 중 하나

   

사랑은 쉽지 않아. 그래서 사랑이지.     

여기서부터 영화를 보는 관객과 쿠마일은 당황하게 된다. 기존의 문법대로라면 둘은 다시 부둥켜안고 사랑을 하며 해피엔딩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에밀리의 빅 식(Big Sick)이 끝나고 쿠마일의 빅 식(Big Sick)이 시작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 때 느끼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하고 끝나기도 하는 것이 사랑이다. 그래서 예상치 못하게 큰 기쁨을 맛보기도 하고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맛보기도 하는 것이 사랑이다.      


<루비 스팍스>에 이어 너무 사랑스러웠던 조 카잔


쿠마일이 빅 식을 앓는 동안, 쿠마일이 그랬던 것처럼 에밀리도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와 같이 자신의 사랑을 재확인하고 그의 아픔을 끝내주러 그에게 다가가게 된다. 그들은 각자 다른 시기에 한 차례 폭풍을 겪었고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그때 느꼈던 고통의 크기만큼 이제 더 행복한 사랑을 할 것이다. 첫 만남과 다른 듯 비슷한 둘의 마지막 재회 장면에서 우리는 어렴풋이 그걸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그들에게 다시 위기가 찾아오고 이전보다 더 큰 빅 식(Big Sick)을 앓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잠시 접어두자. 이 이야기는 실화다.

작가의 이전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끝내야 하는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