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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Jan 05. 2019

*24. 북부의 수도, 아퀴레이리에서

170928

미바튼 - 아퀴레이리 이동경로(좌) 북부 아이슬란드의 거점 도시인 아퀴레이리(우)아퀴레이리 교회의 낮과 밤의 풍경

 미바튼에서 출발해 늦은 오후가 돼서야 아퀴레이리에 도착한다. 북부의 수도라고 불릴 만큼 아이슬란드에서는 대도시에 속하는 곳이다. 오자마자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할그림스키르캬의 쌍둥이 교회인 Akureyrarkirkja_아퀴레이라르키르캬(아퀴레이리 교회)부터 방문해본다. 두 건물을 모두 구드욘 사무엘손이라는 건축가가 지었다고 한다. 여러 기둥 조각들이 모여있는 듯한 형상으로 보아 역시 아이슬란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주상절리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 같다. 할그림스키르캬보다는 훨씬 아담하지만 언덕 위에 지어져 있어 아퀴레이리 어느 곳에서도 교회가 잘 보인다.

레이캬비크의 할그림스키르캬

 숙소로 가기 전에 Glerártorg라는 쇼핑몰에 들렸다. 안에 있는 Nettó_네토라는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기 위해서다. (네토는 마트 중에서도 가격대가 비교적 높은 상품들을 취급한다.)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서 들른 쇼핑몰에서 우리가 여행 내내 해결하지 못했던 궁금증 하나를 해결하였다. 아이슬란드에 온 날, 폰 하나에 아이슬란드 유심 카드를 사서 넣었는데, 데이터를 얼마나 썼는지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포장지에도 설명이 따로 없었고, 인터넷 검색을 해도 찾기 힘들었다. 구입할 때 직원에게 그 방법을 물어봐야 했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런데 오늘 그 유심카드 브랜드 매장을 쇼핑몰에서 찾은 것이다.


아퀴레이리 교회의 낮과 밤 전경


 친절한 직원이 필요한 정보를 묻고 자기 컴퓨터로 두드리더니 데이터 잔여 용량을 보여줬다. 이럴 수가 10G 유심카드 중에 400MB 정도밖에 사용을 안 했다. 얼마나 남았는지 몰라 마음을 졸이며 내비게이션 사용을 줄이고, 정보 검색도 안 하면서 최대한 버텼는데.. 애꿎은 절약 정신으로 95%를 남긴 것이다. 오늘이 지나면 이제 이틀 남았는데, 남은 데이터를 흥청망청 써야겠다고 직원에게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허니문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직원도 먼 곳에서 온 신혼 여행객은 처음 보는지 흥미로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대화를 이어간다. 이 친구 키가 2m가 넘는다는 걸 그때 알았다.

평화로운 아퀴레이리 시내의 모습

 이 바이킹의 후예는 우리가 2주 동안 아직도 오로라를 못 봤다고 말하니 함께 아쉬워해준다. 한 겨울에는 밤이 길고 하늘이 맑아 출퇴근하면서 볼 수 있을 정도이지만 요즘은 비도 잦고 구름도 많이 껴서 보기 힘들 것이라 이야기한다. 현지인에게 면전에서 말로 들으니 우리의 여행에서 정말 오로라를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 외관 이미지(좌), 우리가 묵은 숙소 내부(우)

 숙소는 마트와 가까운 곳이었다. 차로 오는데 1분도 채 안 걸렸다. 빨간 현관문이 금방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다. 미리 에어 비앤비로 예약한 방 하나, 초인종을 누르니 위층에서 덩치 큰 주인아저씨가 내려와 숙소를 안내해준다. 아이슬란드에서 하룻밤 자는데 돈을 조금 아끼고 싶다면 에어비앤비 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호텔보다 훨씬 저렴할 뿐만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까지 훌륭하다. 감각적인 스탠드에서부터 아기자기한 수납장과 심플한 빨래 걸이대까지 많은 생활 집기와 소품들을 보며 북유럽 감성에 흠뻑 젖게 된다. 인기가 좋아 빨리 예약이 찬 다른 숙소들은 어떨까 궁금하다. 후기는 몇 개 없는 무뚝뚝한 할아버지가 꾸민 집도 이 정도인데 말이다. (놀랍게도 이 분은 에어비앤비 슈퍼 호스트다.)

마법의 가루, 레몬 후추

 짐을 정리하고 식사를 한다. 오늘의 저녁은 장을 본 재료로 만든 토마토 파스타다. 살짝 뭔가가 허전한 것 같아 누파 포스호텔에서 먹고 남은 양파튀김을 파스타에 곁들여 먹는다. 이렇게 먹으면 레스토랑에서 먹는 값의 1/10인데 라고 이야기하며 밥 값 벌은 우리를 스스로 대견스러워한다. 그런데 너무 욕심을 부렸나 보다. 파스타가 많이 남아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다.

 늦은 저녁, 혼자 거리에 나왔다. 아내에겐 소화시킬 겸 나간다 말했지만, 하늘을 좀 살피러 나왔다. 여행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과연 오로라를 과연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언뜻언뜻 구름이 걷힐 것처럼 눈부신 노을이 보이지만, 야속하게도 그 빛이 덮이고 만다. 아쉽다. 우리에게 다시 언제 이런 여행의 기회가 올지 모르는데 말이다.

아퀴레이리에 유명한 서점인 Penninn Eymundsson Akurey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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