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필름에 담기 어려운 사람은 누구일까. 단연 아이들이라 생각한다. 촬영을 위한 어떠한 요구도 통하지 않을뿐더러 표정과 움직임을 예상할 수도 없다.
한동안 필름으로 지인들의 자녀 사진을 찍어줄 때가 있었다. 여러 번 찍다 보니 약간의 요령이 생겼다. 아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선 아이러니하게도 카메라를 내려놓아야 했다. 많은 시간을 아이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 시간은 곧 아이가 낯선 사람에게 경계를 푸는 시간이자 촬영하는 이에겐 피사체를 관찰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이 앞에서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일 뿐, 결과물을 보장할 수는 없다. 보통 아이들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셔터스피드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실내의 경우, 빛이 부족하여 스트로브(외장 플래시)가 필요한데, 아이들은 이 빛에 깜짝 놀라 카메라를 무서워하고 울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야외 사진은 괜찮은 것이냐. 아니다.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탓에 아이의 뒤통수, 혹은 핀이 나간 사진만 건질 뿐이다. 제대로 된 사진 한 컷을 위해 아까운 필름 수십 컷 정도는 날려먹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 그 각오는 아이 사진의 기본값이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미지가 흐릿해도, 포즈가 어정쩡해도, 아이 사진은 언제나 드라마다. 존재 자체로 감동인 것처럼.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