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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지 Jun 01. 2022

남편한테만 예쁘게 보이면 되니까요

결혼과 동시에, 아니 연애가 무르익어가며 나의 옷입는 스타일은 거의 대변혁 수준의 변화를 맞이했다. 원래 나의 스타일은 어땠냐 하면, 파스텔톤, 혹은 원색, 하늘하늘, 꽃무늬, 리본, 프릴 등등의 조합이었다. 남편을 처음 만나던 날도 노란 바탕에 검은 꽃무늬가 있는 원피스를 입었다. 길이는 무릎보다 살짝 위, 구두는 무조건 힐이었다. 기본은 7센티, 동네 마실 다닐 때는 3센티. 오죽하면 발목 골절로 병원에 갔을 때 의사선생님께 했던 첫 질문은 “앞으로 하이힐을 신을 수 있나요?” 였으니까.


남편과의 연애 초반에도 나는 야심차게(?) 빨간 원피스라던가 오프숄더 프릴 원피스 같은 것들을 입고 나갔다. 그러다가 아주 심플한 검정색 긴 원피스를 입고나간 날 남편은 말했다.

“키가 커서 이런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아하. 그 때부터 옷장의 옷은 검정, 브라운, 베이지, 아이보리 같은 색으로 바뀌었다. 길이는 발목정도. 긴 치마를 입으니 힐을 신을 필요가 없었다.


얼마 전 백화점에 가서 옷을 고르다가 점원이 물었다.

“짧은 치마는 별로세요? 잘어울리실 것 같은데.”

“아 저는 좋아하는데 남편이 안좋아해요.”

“그럼 아예 안입어 보시겠어요?”

“네, 저는 남편한테만 예쁘게 보이면 되니까요.”

“어머 로맨틱하셔라!”

엄연한 유부녀인 내가 낯선 사람들이나 외간 남자들에게 예쁘게 보여서 무엇하리. 결혼의 장점은, 내가 예쁘게 보여야 할, 나를 예쁘게 보아 줄 단 한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단 한 사람이 되어준다는 것. 그렇게 해서 혼잡하고 정신없는 세상 속에 두 사람만 존재하는 작은 세상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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