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들과 마주한 이 순간

미지와의 조우

by 이동기

미확인 물체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체와 접근을 시도했다는 이들도 수없이 많고 거기에 더 나아가 생체 실험을 당했다는 증언까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영화를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꽤 구미가 당기는 소재가 아닐 수 없다. 명장으로 소문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영화 <E.T>(1982)는 어쩌면 이런 미지의 세계로부터 날아온 또 다른 인류에 대한 상상과 기대로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 동안 많은 작품들이 미지와의 조우에 대해 공포의 대상으로 접근을 시도했지만, 스티븐 스필버그는 오히려 그들과의 교신 그 자체에 더 주목했다. 영화 <E.T>는 물론, 그가 기획을 맡았던 <8번가의 기적>(1987), 제작을 맡은 바 있는 J.J 에이브람스 감독의 <슈퍼에이트>(2011)에 이르기까지 그는 머나먼 우주에서 찾아온 이들과의 교감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경향은 이 영화가 최초의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죠스>(1975)로 성공 가도의 첫 시작을 알렸던 그가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 품어왔던 꿈의 세계를 영상미로 화려하게 풀어낸 영화, <미지와의 조우>(1977)이다.


02.JPG?type=w1


영화는 오래 전 행방불명된 공군 전투기와 선박이 영문도 모르는 지역에서 갑자기 발견되는가 하면, 유에프오(UFO)로 추정되는 이들을 목격하거나 교신을 한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과학자들이 이들의 흔적을 좇아가고 이와 함께 유에프오와 교신한 이들 또한 그 날 이후 이상한 형상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현상을 겪게 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힘든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로이(리차드 드레이퓨즈 분) 또한 이와 마찬가지였다. 유에프오를 만난 곳에서 다시 그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거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형상을 흙으로 빗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자 그의 부인과 아이들도 더 이상 이를 견디지 못하고 그의 곁을 떠나버린다. 그러던 와중 라콤(프랑수아 트뤼포 분) 박사는 끈질긴 노력 끝에 인도 북부 담살라 지역에서 우연히 얻게 된 소리가 유에프오와 교신할 수 있는 음악 코드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고, 영화는 이 소리를 통해 그들이 신호를 보내온 와이오밍의 데블스 타워에서 그들과 교신을 시도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영화는 미지의 세계에서 날아온 그들을 공포의 대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측면에서만 그들을 해석하려 하기 보다는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이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한 부분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테면 다양한 계층의 시각을 그려내며 그들이 만나는 미확인물체에 대한 해석을 여러 영상에 담으려고 노력한 것도 그렇다. 공군이 미국 영공 내에서 레이저에 잡히지도 않는 그들을 우연히 발견했지만 이에 대한 확인만으로 끝을 맺은 채 본부에 정식으로 보고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 영공을 지키는 입장에서 이들에 대한 한계를 명확히 맺은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에게 이를 어떻게 풀어내고 설명해야할지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 개개인이 만나는 그들에 대한 시각은 제각기 다양하다. 인디애나 주에서 만난 그들의 신비한 저공비행은 그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픈 색다른 시선의 표현이다. 뒤를 좇는 경찰의 모습도 잠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의 뒤를 좇아가는 어린 아이의 모습도 이와 같다. 유에프오가 표현하는 빛의 형형색색은 이들과의 만남이 결코 위험한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는 걸 에둘러 보여주는 듯하다.


03.JPG?type=w1


로이가 그들과 교신하는 철길건널목 장면은 이들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첫 장면이다. 철길건널목은 두 갈래 방향에서 종류가 다른 인류가 서로 교신하는 위치를 나타낸다. 제각기 다른 길을 걸어온 인류와 미지의 세계와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를 드러내는 최적의 무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무런 두려움 없이 그들의 뒤를 좇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들을 대하는 신비로움을 표현한다. 존재에 대한 정체를 확인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저 그들을 바라보며 신비로운 빛에 자연스레 이끌려 감은 우리가 상상하고 원했던 그들과의 첫 만남이 언젠가는 이러한 모습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꿈을 화면에 그대로 투영한 것이다.


영화는 이처럼 신비로운 존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여러 시각에서 동시에 접근하고자 노력했다. 사람들이 바라본 그들에 대한 시각과 정부 또는 과학자들이 접근하는 시각을 함께 그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포트 로더데일 해군기지에서 오래 전 사라졌던 전투기 19대가 동시에 멕시코 소노라 사막에서 나타난 것과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견된 코토팍시 호 등의 발견은 그들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적어도 현재의 우리가 이해하려는 논리적인 사고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음을 표현한다. 의문 부호만을 남긴 채 오래 전 사라졌던 이들이 어째서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엉뚱한 위치에서 나타났는지 이를 쳐다보며 왜 여기 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다고 나누는 대화에서도 쉽게 드러나고 말이다. 여기에 로이의 아이들이 아빠에게 유에프오가 진짜 있냐고 묻자 엄마가 대신 그런 건 없다고 대답하는 대화 장면에서도 이러한 시각이 나타난다. 엄마의 단호한 대답에 왜 그렇게 말 하냐고, 얘기를 못하면 무슨 일인지 아이들이 어떻게 알겠냐며 로이가 아내에게 되묻는 장면은 유에프오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시각을 대변하는 역할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어떤 존재로 받아들이는가에 궁금증을 표하는 게 아니다. 그저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의 방향을 떠나 그들 자체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들을 어떻게 대할지에 영화가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해석해도 될 듯하다.


04.JPG?type=w1


인도에서 찾은 음계는 미지와의 조우를 향한 첫 발걸음이다. 이 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왔는지 물어보는 질문에 모두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장면은 영화가 보여주는 가슴 뛰는 최고의 명장면이다. 하늘에서 들려온 이 소리가 그들과의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하나의 희망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들과의 교신을 위해 음계를 연구하고 졸탄 코달리의 수화를 통해 이와 연계를 시도하는 반면에 주민들은 한번이라도 그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기대감에 밖으로 나와 하염없이 유에프오를 기다린다. 그들을 기다리는 장면은 지겹거나 지루하지는 않은 기대감과 설레임이다. 정부가 보낸 헬리콥터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그 기대가 한 순간에 깨어버리지만 말이다. 화면은 바뀌어 익숙한 음계와 교신 숫자를 통해 와이오밍의 한 위치를 알려주는 신호에서 다시 시작된다. 감독은 이성적으로 이를 파헤치려는 정부와 순수한 마음에서 이들에게 다가가려는 사람들의 시각과 입장을 현실적인 측면에서 표현하려 계속해서 노력한다. 초자연현상이 나타나는 주민들의 주변은 어쩌면 있을 수도 있는 그들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대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이 그들의 삶을 위협하기 보다는 그들과의 교신을 위한 하나의 단계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현상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순수한 의미로 다가가게 된다.


05.JPG?type=w1


데블스 타워에서의 유에프오와의 조우 장면은 지금까지 이끌고 왔던 긴장감과 신비감을 최적의 위치까지 끌어올리는 순간이다. 여기에 먹구름과 적절한 사운드까지 배치해 관객들이 제대로 된 긴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백에 정점을 집어넣는 재미 또한 아낌없이 발휘했다. 결국 외계인과 조우하는 마지막 장면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 없이 균형을 유지하는가 하면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여지를 여러 곳에 남겨둠으로써 먼 미래에 다가올 수 있는 현실감을 최적화하도록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미지와의 조우라는 하나의 현상에 대해 여러 시각을 비추며 다양한 측면에서 이를 해석하고 나타내려 노력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초자연현상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통해 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영화가 가지는 영향력과 가치가 높다고 판단된다.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유에프오라는 소재에 대한 새로운 설명이 필요하다면 어쩌면 이 작품이 또 다른 영감으로 비쳐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본다.

keyword
이전 12화자유를 향한 처절한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