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반전 편지
격리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책상을 정리하러 출근 아닌 출근을 위해 삼성역으로 향했다.
코로나로 퇴사도 제대로 못하고, 퇴사 씬도 바꿔버린 코로나, 부들부들.
제출할 서류들을 제출하고 진짜 마지막 날을 마무리했다.
다음 날 팀원들과 그렇게 먹고 싶었던 하이디라오 건대점에 갔다. 한국에도 하이디라오가 있는지 몰랐는데, 이렇게 인기 있는지는 더 몰랐다.
내가 아직 근무 중일 때 회식 장소로 하이디라오를 알아봤는데 얼마나 인기가 많던지 예약이 모든 지점에 꽉 차서 앞 며칠은 자리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늦게나마 운 좋게 자리가 있어서 갈 수 있었다.
나라가 다르니 팀원마다 못 먹는 음식,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다양했다.
한 팀원은 꼭 먹어야 한다는 돼지 뇌를 시켰고(우리나라에 이런 것도 파는구나), 나는 절대 못 먹으니 미안하지만 국을 따로 해서 하나에만 먹어달라고 부탁했다. 돼지 뇌는 별미여서 집에서 가족이 서로 먹으려 싸우며 먹는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신선한 문화충격이다.
상해에 사는 한국 친구가 오리발과, 낙타 등을 먹는다던데 진짜 나는 비위가 약해서 그런 특이한 부위 먹는 게 무척 어렵기만 하다.
소고기를 못 먹는 동료를 위해서는 소고기를 한 국물에만 넣었다.
나는 하이디라오에서 다양한 소스 뷔페에 가서 나만의 소스를 만드는 것도 재미있는데, 나머지 팀원들은 한 분만 간단히 소스를 덜고 나머지 분들은 아무도 소스를 먹지 않았다.
그러다가 거의 시킨 재료들이 소진되어갈 무렵 갑자기 해피버스데이 노래가 나오면서 직원들이 전부 우리 테이블로 다가오신다, 오레오 케이크와 함께. 알고 보니 동료들이 나 몰래 생일이라고 신청해 둔 것이었다. 사진에 저렇게 큰 간판을 들고 몰려오셔서 내 뒤에 두시고는 생일 축하 노래를 한글과 영어로 두 번이나 불러 주시는데, 익숙지 않아 표정 관리가 안 되고 너무나 민망했고 감사했다.
싱가포르에서 하이디라오는 정말 비쌌는데, 우리 네 명 먹고 십만 원 돈 냈다. 한국에서나 싱가포르에서나 똑같으니 한국에서 먹는 편이 낫겠다.
회식비로 나까지 끼어 먹고, 디저트는 내가 쐈다. :)
멋진 루프트탑이 있는 카페에서 사람들이 별로 없어 루프트탑은 우리 차지가 되었다.
신나게 떠들고 사진들 찍고 같이 중국어 퀴즈도 맞히고 놀았다. 와, 우리 팀원들은 태국, 대만, 베트남 친구들인데 다들 중국어를 잘한다.
언어를 3개씩 하니 정말 대단한 동생들이라 내가 자극 많이 받는다.
다양한 자리와 포즈로 사진을 수백 장을 함께 찍다가 기가 빨려 나는 사진가 역할을 하겠다며 가만히 앉아 찍어주었다. 근 열 살 어린 동료들과 함께 놀려면 체력이 따라줘야 한다.
하이디라오를 나서면서 베트남 동료 H 님이 내게 작은 쇼핑백을 내밀었다. 나머지 팀원들이 화장실을 간 사이였다.
모르게 빨리 집어넣으라는 시늉을 하며 -
집에 와서 보니 편지와 향수였다. 카톡에 떠서 내 생일인 줄 알았다고 한다.
이 분은 퇴사 롤링 편지에서 다른 분들과 다르게 달랑한 줄 '밖에서 만나요~'가 끝이었고 원래도 쿨한 분이라 '생일 축하해요!' 있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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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칵 … ㅠㅠ
이렇게 마음에서 나온 한 자 한 자를 받아 본 게 정말 얼마만인지. 다른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생각해 주는 게 너무 감사하고 요즘 나도 다음 스텝에 대해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던 차라 그런지 더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또 일하면서 아쉬운 순간들도 떠오르고…
너무 멋진 팀 동료들, 이젠 동생들이자 친구들.
모두 그들의 날개를 펼치고 훨훨 날아하고 싶은 것들 다 이루며 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