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갈비는 계륵이 아니다
6장. 음식초보,는 강추다 닭갈비
삼겹살과 치킨은 저녁 시장의 전통의 강자들이다. 그래서 경쟁이 빨갛다. 아주 시뻘건 레드오션 시장이다. 그래서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두 번째는 문턱이 높아서다. 삼겹살은 도매가격이 kg에 2만원이 넘고, 치킨은 무려 1kg짜리 닭을 튀겨서 2만원을 받아도 비싸다고 말한다. 삼겹살은 200g을 내가 구워 먹으면서도 15,000원을 내면서, 이미 다 만들어진 치킨은 1kg임에도 2만원이 비싸다는 그 전쟁터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
그 틈에 닭갈비라는 훌륭한 저녁 파트너를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삼겹살은 200g 1인분에 15,000원쯤이고, 치킨은 둘이서 한 마리에 생맥으로 3~4만원을 쓴다. 또 말하지만, 문제는 이 둘의 경쟁은 치열해도 너무 치열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이 둘은 25년 동안 새가게로써 만들어본 적이 없다. 이미 차려진 삼겹살과 치킨집을 클리닉은 했어도, 새창업으로 권한 적은 없다.
삼겹살 대신에 가브리살만 파는 전문점이나, 오직 돼지갈비만 파는 곳은 만들었다. 삼겹살은 함께 파는 정도로도 두 번인가 밖에 되지 않는다. 주인장이 하도 우겨서 함께 파는 건 마지못해 허락?했었다. 하지만, 간판으로 삼겹살은 없었다. 하던 삼겹살집을 리뉴얼 했을 뿐이다.
치킨은 흔하고 즐비하지만, 닭갈비는 간판이 덜하다. 치킨은 염지부터 반죽 그리고 튀기는 과정까지 복잡하지만, 닭갈비는 덜하다. 물론, 닭갈비가 정성이 허접하다는 말은 아니다. 치킨에 비해 수고는 덜하고, 경쟁도 약하고, 가격은 치킨에 비해 낫다는 소리다. 치킨은 한 마리로 판다. 2만원이 넘으면 큰일,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둘이서 먹는 한 마리인데 2만원이 넘는다고 떠들었었다. 삼겹살은 마트에서 100g에 3천원 인데, 식당에서는 180g에 15,000원을 내면서도 치킨값이 비싸다니 다소 우습다. 물론, 안다. 육계닭 10호가 마트에선 3천얼마쯤이라는 걸 소비자들이 다 알기 때문이라는 것을.
둘이서 먹는 10호닭 한 마리(1,000g)는 치킨으로 만들면 2만얼마지만, 닭갈비로 팔면 200g에 1만얼마를 받는다. 당연히 둘인 손님에게 2인분이면 3만원을 넘긴다. 닭 한 마리에 반도 안되는 양으로 더 받는 셈이다. 물론, 치킨과 닭갈비의 맛 자체가 다르기에 이런 비교는 별 가치는 없으니, 시비는 넣어두자. 나는 뒷길에 5천쯤을 투자해서, 테이블 5개짜리 식당에서 2번째로 추천하는 메뉴가 닭갈비라는 점을 밝힐 뿐이다. 저녁만 열기에 좋은 메뉴라서 닭갈비인 것이고, 주방에 큰 기술과 전문 인력이 필요치 않기에 닭갈비를 간과하지 말라는 뜻이다.
닭갈비는 양념을 준비해두면 주방에서 조리해서 낼 것이 없다. 주방은 그저 음식을 담는 공간이다. 그래서 주방이 작아도 해낼 수 있다. 이건 특별한 명분이다. 그래서 닭갈비는 주물럭과 함께 탁월한 선택지가 된다. 홀에서 조리되는 메뉴를 팔면서 주방에서 추가로 뭘 주지 않아도 되는 메뉴라서다. 그만큼 주방이 한가하니 부부 둘이 홀에 집중하기에도 좋은 메뉴다.
닭갈비는 계륵이 아니다. 1인분을 200g으로 파니까 계륵이 되는 것이다. 200g이라서 먹을 게 없다. 삼겹살 180g은 상추에 싸서라도 먹으니 포만감을 느끼지만, 닭고기 200g은 볶으면 몇점 집어 먹으면 끝이다. 그래서 싱거운 계륵 취급을 받는다.
양을 고치면 된다. 1인분의 양을 350g 정도로 확 늘리면 된다. 그래봤자다. 삼겹살 1kg에 2만원이면, 닭갈비는 1kg에 비쌀 때가 9천 얼마였다. 삼겹살에 비하면 닭갈비의 고기는 반값이다. 그러니 1인분을 200g으로 파는 건 어리석은 계산이다. 350g을 주고 삼겹살보다 조금 더 비싸게 받아도 된다. 그렇게 2인분 같은 1인분으로 파는 닭갈비는 뒷골목 5개 테이블에도 손님을 채울 것이다.
무엇보다 부부가 일체의 기술, 식당 경험이 없어도 된다. 배우기도 쉽고, 배울 곳도 많다. 물론, 그건 나에게 한정된 여유일 수는 있지만 하여간 닭갈비는 초보에게는 참 매력적인 메뉴다. 그저 흠이라면 삼겹살만큼의 추가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애초에 양을 많이 주는 탓이다. 그래서 손해(양이 많아 추가가 나오지 못하니)라고 우기는 바보도 있지만, 과감한 2인분 양이라서 손님이 개인 브랜드임에도 찾아주는 것이다.
무조건 닭갈비는 삼겹살보다 낫다는 말을 거둘 수 없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삼겹살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그래서다. 구구절절 설명이나 변명이 오히려 사치다. 닭갈비 1인분 가격으로 18,000원도 매길 수 있다. 2인분에 소주면 4만원이 넘는다. 3인분에 소주 몇병이면 6~7만원도 나온다. 점심에 밥으로 6~7만원을 팔려면 그 고생이 만만찮다. 그게 닭갈비 한판으로 해결된다. 참 좋은 메뉴다. 평가절하 된 메뉴라고까지 생각한다.
닭갈비 하나만을 팔아서 인생을 고치고 팔자를 편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스무개쯤의 닭갈비집을 만들었는데 성공률은 9할에 육박한다. 물론, 무조건은 아니다. 그럴만하게 장치한 탓이다. 팔릴 수 있는 매력을 갖추도록 컨셉을 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