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스토리 論

(동서가 싸웠다)

by 타짜의 클리닉

꽃*디 식당은 동서가 주인이다. 미녀 자매들과 결혼한 형은 75년생 동생은 80년생이다. 각자의 식당에서 찜닭을 팔았다. 형은 무려 10년 넘게 찜닭만 팔았었다. 그러다 어느 날, 둘이 의기투합하여 각자의 식당을 팔고 한 개의 식당에 모였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아구찜집을 차렸다.



당시엔 길에서 가게가 보이지도 않고, 길에서 차로 진입도 난감한 그런 사정이었다. 식당 앞에 멋진 잔디밭이 있었고, 월세가 100만원으로 싸서 그 자리를 계약했다. 월세가 싼 이유는 맹지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걸어서 가기엔 멀고, 차로 진입하려도 애매한 그 자리는 그래서 월세가 쌌다.



그 말은 고생이 죽을듯이었다는 소리다. 오죽하면 첫 번째 겨울을 지나고 봄이 되자, 동서는 배추를 키우기 시작했다. 식당에 손님이 없으니 배추라도 키우면서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고생되는 자리에서 6년을 견뎠고, 아구찜을 무려 10만개나 팔았다. 2023년 5월 매출은 9,900만원이었다. 1억에 100만원이 빠졌다. 그것도 주 5일 식당을 하면서 일군 성과다.



6년 만에 새메뉴를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6년 내내 아구찜 한가지만 팔았는데, 꽃게찜도 팔고 싶다는 말이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식당인지라 한가지 메뉴를 더 추가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찜이 아니라, 간장게장을 팔아도 그만이었다. 아구찜집에서 간장게장을 팔면 큰일일까?



문제는 이거다. 매출이 나오지 않아서 간판과 다른 메뉴를 억지로 파는 것과 간판에 걸린 메뉴로 1등을 해내고, 새로운 메뉴를 추가하는 건 전혀 다른 소리다. 안달과 조급에서 만든 새메뉴가 아니라는 뜻이다. 팔리면 좋고, 안팔려도 그만일 때 식당은 칼자루를 주인이 갖는다. 반대로 식당에 손님이 없어서 만든 추가메뉴는 손님이 칼자루를 쥔다. 그래서 여러메뉴를 끊임없이 만들어도 통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칼자루를 주인이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구찜 10만개를 팔아낸 식당이 꽃게찜을 추가, 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중국산이냐, 국내산이냐였다. 중국산 A급 꽃게가 2023년 6월 kg에 14,000원이다. 국내산 중에서도 비싸다는 연평도 꽃게는 16,000원이다. 아참, 이건 절단게 값이다. 팔다리가 다 붙은 꽃게가 아니라, 두토막으로 잘라낸 절단게 값이 그렇다는 말이다. 꽃잔디 주인들은 중국산을 팔고자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안정된 수급, 변동하지 않는 가격이라서였다.



사실 바다의 재료는 어느 배가 잡는가에 따라서 국적이 바뀐다. 같은 서해바다이고 위에서 잡으면 중국산, 아래서 잡으면 국내산이다. 그것도 중국과 맞닿은? 연평도는 품질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게 없을 지도 모른다.


상식적인 논리야 그렇지만,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맘은 전혀 다르다. 그게 문제다. 파는 사람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는 사람은 다르게 생각하니 그게 문제인 셈이다. 심지어 꽃*디는 아구도 국내산을 쓰는 집이다. 외국산 아구가 아니라, 국내산 아구를 해마다 3억씩 비축해서 파는 집이다.



그런 집에서 이유가 어떻든 중국산을 쓴다는 건, 말리고 싶었다. 다행히 동서는 내 말에 귀를 기울였고 국내산 그것도 연평도 꽃게를 쓰기로 결정했다. 이제 마무리는 내가 해야 했다. 바로 메뉴판을 통해서 비싼 연평도꽃게찜을 파는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6년만에 동서가 처음 싸웠다.를 키워드로 잡았다. 그들이 싸운 이유가 재료의 선택인데, 그 재료가 아구가 아니라 꽃게라는 것을 밝힘으로써 꽃게찜이 신메뉴라는 것을 명확히 알릴 찬스가 될 수 있었다. 그냥 꽃게찜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싸움까지 해가면서 만들어낸 꽃게찜으로 인식되게 하면 10만개의 아구찜 아성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산은 재료가 조금 더 싸서 소짜 가격을 57,000원을 생각하고 있었다. 6만원을 넘겨 소짜를 파는 게 부담되지 않을까, 하는 이유도 중국산을 선택한 이유였었다. 바로 그런 판매 가격 때문에 싸운 거였다. 싸움의 근본 이유(=스토리)는 그거였다. 동생은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팔기 위해서 중국산을 고집했고, 형은 비싸더라도 아구에 이어 꽃게도 국내산을 고집했다는 설정을 했다. 동생과 싸워 형이 이기는 모양새가 자연스러웠기에, 동생을 패자로 설정했다. 그게 그냥 자연스럽다는 생각이었다.



이틀이 지나서 형이 연락이 왔다. “지금까지 홀은 동생이 압도적으로 손님을 대했는데, 동생을 패자로 만든 스토리는 아무래도 아닌 거 같습니다. 제가 싸게 팔기 위해서 중국산을 고집한 것이 지금까지 동생이 홀을 장악한 사실에 비춰도 그게 나을 거 같습니다. 제가 중국산을 고집한 걸로 하겠습니다”



맞다. 가끔 이렇게 탁상머리 훈수의 한계가 들통이 난다. 맞다. 그것부터 따졌어야 했다. 형과 동생 중에서 홀의 비중이 누가 더 높았는가를 따져서 배역을 나눴어야 함이 맞다.(형은 초기부터 수년을 주방을 담당했고, 동생은 6년 내내 홀만 담당했다) 손님편에서 좋은 걸 먹이고 싶은 동생이 고집한 국내산이 더 자연스럽다는 것을 금세 반성했다.



6년만에 이렇게 겨우 한가지 메뉴를 추가하는데도 정성을 다한다. 그냥 메뉴이름을 추가하고, 가격을 붙이는 걸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 새 메뉴를 만들었다면 어떡하든 팔리게 해야 한다. 팔리려면 주목을 끌어야 하고, 명분이 서면 그 주목은 주문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그런데 다수의 식당들은 메뉴판을 너무 함부로 만든다. 성의도 없이 만들고, 돈도 들이지 않고 그냥 글자만 집어넣고 만다. 그래놓고, 그렇게 허술하게 대충 만들어두고 음식이 잘 팔리기를 기대하니 웃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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