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새 양념게장 이야기)
맛창 돌짜장 식당들은 짬뽕도 팔지 않지만, 탕수육도 팔지 않는다. 대신에 돼지갈비찜을 파는데 산타는 그것도 팔지 않고, 특이하게 양념게장을 판다. 원래는 간장게장을 같이 팔았는데 그때는 간장게장에 솥밥을 줬으니 게장은 식사용 투톱이었다. 식사로 돌짜장이냐, 간장게장이냐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게장을 빼자고 했다. 식사의 선택지가 되는 게장은 빼고, 돌짜장의 보완재가 되는 양념게장으로 바꾸자고 했다. 일테면 간장게장은 2명이 왔을 때 “자장면 하나에 게장 하나요”가 되고, 양념게장은 “자장면 2개에 양념게장 추가요”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왜 애초부터 간장게장을 팔자고 했는지 물으면 부끄럽다. 간장게장은 산타가 앞전에 우동집을 하면서 팔던거라서,가 이유였다. 양념게장은 따로 배워야 했기에,였다. 그래서 할 줄 아는 간장게장이니까 생각없이? 하라고 했던 거였다.
어쨌거나 9할의 돌짜장들은 곁들임으로 매운돼지갈비찜을 팔았고, 산타와 **만 양념게장을 팔았다. 돼지갈비찜처럼 대중적, 상식적이지 못한 조합이라 양념게장을 곁들임으로 새로 차리는 돌짜장집들에게 강하게 권하진 않았다. 그들 또한 매출에 양념게장이 얼만큼의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양념게장 때문에 다른 돌짜장을 제치고 산타에서 미우새를 촬영하게 되었다. 전국에 우리 돌짜장을 카피한 식당이 수십곳인데, 산타를 콕 찍어서 거기서 촬영을 하겠다는 거였다. 이유는 분명했다. 돌짜장에 뜬금없이 양념게장을 짜내는 장면과 그걸 올려서 먹는 신선한 조합을 화면에 담기 위해서였다. 돌짜장에 돼지갈비찜은 이미 여러방송을 통해 공개된 터라, 미우새 입장에선 신선하지 않았을 거다. 곁들임을 다르게 파는 돌짜장을 검색하느라 작가들이 꽤나 고생했을 것이다.
양념게장이 나오자 연예인들이 놀랬다. 양념게장을 손으로 주욱 짜서 그 살을 올리고 자장면을 먹고선 더 놀랬다. 굉장한 조합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것도 입이 짧기로 소문난 희철이가 가장 많이 리액션을 했고, 실제 맛있게 먹는 장면이 길게 이어졌다. 그게 터졌다.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수십통의 전화가 왔고, 다음날 점심에만 500만원을 팔았다. 어느새 산타가 자리를 잡아 주말에는 6~700을 팔지만, 평일 점심에 500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걸 건졌다. 산타는 손님과 매출을 건졌고, 나는 맛창 돌짜장을 위해 양념게장을 건졌다. 돌짜장 2호점인 퇴촌이 오픈한 것이 2018년 1월이다. 6년째 돌짜장 곁들임으로 돼지갈비찜만 팔았다. 손님입장에서는 물렸을지 모른다. 아니, 주인입장에서도 지루했을지 모른다. 퇴촌도 주말 5~600을 파는데 돼지갈비찜이 지금도 역할을 해주지만, 뭔가 변화를 줄 타이밍은 이미 지났다.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여전히 곁들임은 고칠 생각도 안했을 거다.
하지만, 이젠 바꿔도 된다. 미우새 스토리를 고스란히 이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이영자가 파주에서 돌짜장을 먹었지만 모든 맛창돌짜장이 그 이야기를 가져다 썼고, 돈스파이크가 퇴촌에서 먹은 돼지갈비찜을 다른 돌짜장들도 공유해 써먹었듯이, 이제는 미우새를 공유할 차례다. 그게 맛창식당끼리의 장점이자 무기다. 미우새 연예인들이 먹은 산타에서 양념게장을 배우고, 산타의 거래처를 그대로 쓰고, 산타의 부부가 연예인들과 찍은 사진처럼 똑같은 폼으로 사진을 찍어 메뉴판에 넣으면, 지방에 있는 돌짜장집들에게도 미우새라는 스토리가 생긴다.
산타가 양념게장으로 방송에 나갔다고, 다른 집에서 양념게장을 판다고 팔릴까? 그냥 연평도 꽃게만 쓰고, 레시피가 같다고 그게 팔릴까? 단언컨대 그게 팔릴 리 없다. 이미 세상엔 양념게장이라는 음식이 있고, 양념게장이라는 것이 찾아가야 할 만큼 귀한 음식이 아니라서다. 고기집에 가면 반찬으로 내주는 집들도 흔한 양념게장이다.
그냥 배추가 아니라, 해남에서 키운 배추라고 홍보해야 한다. 그냥 해남배추에서 끝나지 말고, 해남 00읍 00리 8번지에서 키운 배추라고 해야 한다. 00리 8번지보다는, 김철수씨가 낫고. 김철수씨보다는 내 외할머니 옆집에 사시는 김철수씨가 낫다. 외할머니 옆집이 아니라면 어떤 사족을 달아서라도 그 김철수씨가 키운 배추가 나와 사연이 있다고 알리면 좋다.
그게 스토리다. 그냥 배추가 아니라 사연이 있는 배추라서 그집 김치가 더 가치 있게 맛있게 느껴지게 하는 게 좋은 컨설팅이다. 그래서 나는 이참에 양념게장이 아니라, 미우새를 팔 생각이다. 그래서 6년째 곁들임을 바꾸지 못한 퇴촌부터, 이제 곧 오픈할 다대포까지 “맛창돌짜장들은 짬뽕을 팔지 않아요”에다 “진짜 맛창 돌짜장집들은 미우새 양념게장을 팔아요”까지 선점시킬 생각이다. 심지어 우동을 팔아도고, 칼국수를 팔아도 그걸 끌어다 써먹을 작정이다.
짬뽕에 양념게장이 어울리겠어?라고 생각하는 건, 생각일 뿐이다. 그렇게 먹어보지 않았다. 그래서 먹어보면 다를지 아무도 모른다. 음식에 단정은 아주 나쁜 습관이다. 그렇게 단정을 지으면, 100개의 식당 어딜 가나 똑같은 음식만 먹게 될 것이다. 그건 딱한 일이다. 파는 사람은 힘들고, 먹는 사람은 슬플 것이다.
빨간 오리주물럭에 빨간 양념게장을 반찬으로 내주는 대형 오리집이 한때 전국을 휩쓸었다. 20년쯤 전에 신토불이, 신토오리라는 상호가 있었음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끝내줬었다. 직원이 강조하던 멘트가 “오리를 구워서, 양념게장 양념에 찍어 드시면 더 맛있어요” 그러면서 양념게장에 양념을 듬뿍 내줬다. 그 집에서는 그게 쌈장이고 고추장인 셈이다.
그 양념맛에 반해서, 오리는 포장하지 않아도 양념게장을 포장한 손님들이 열에 반이었다. 어울리고 안어울리고는 해보면 안다. 팔아보면 대번에 안다. 해보고 안팔린다고 바로 접어도 그만이고, 팔릴때까지 존버한다면 그 또한 응원이다. 하지만 팔릴 확률은 아주 높다. 그냥 양념게장이 아니라, 미우새에 진출한 양념게장이라는 스토리를 메뉴판으로 확장시킬 셈이니까다.
그게 컨설팅이다. 맛있는 레시피을 알려주지 못하고도, 8할의 승률을 챙기는 이유가 그런 직관덕이다. 타이밍을 잡는 게 아니라, 일부러 건져내는 힘이 맛창의 컨설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