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큰반찬 論

(콩이 열번 구를 때, 밤알은 한번 구른다)

by 타짜의 클리닉

2012년 우연히 동네 파스타집을 클리닉하면서 피자의 원가를 뒤늦게 따질 수 있었다. 생지를 쓰지 않고도 피자를 만들 방도까지 알게 되었다. 또띠아를 도우로 사용하고 그 위에 100% 치즈를 얹어도 당시 2천원 초반이면 30센티 피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걸 반찬으로 만들었다. 반찬이라고 그냥 줘버렸다. 1인분에는 못 주지만 2인분부터는 피자를 그냥 내주는 식당을 만들었다.



피자에 소요되는 원가 2천원을 1인분 가격 천원 ~ 1,500원을 올림으로써 해결해버렸다. 손님들은 가격이 불과 천원쯤 올랐지만, 30센티나 되는 피자를 먹을 수 있는 식당에 열광했다. 지금도 대형 쭈꾸미집들이 내가 그때 만든 피자 주는 컨셉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이던 2020년 작은 쌀국수집에서‘ 연락이 왔다. 하루 30만원도 팔기 어렵다고 하소연을 했다. 가보니 쌀국수 단품과 ‘정식이라고 2천원을 더 내면 쌀국수에 작은 요리, 그리고 밥까지 챙겨줬다. 쌀국수를 만드는 그 수고보다 2천원 어치의 그 음식이 더 고생스러워 보였다. 그래서 정식을 빼라고 하고, 반새오(베트남식 부침개라고 이해하면 된다)를 반찬으로 주라고 했다. 8천원을 받던 쌀국수 가격을 무려 13,000원으로 올려버렸다.



쌀국수는 인지 가격의 편차가 심해서 싸게 판다고 좋아하지도 않고, 비싸게 판다고 터무니없다고도 생각지 않아서다. 당연히 쌀국수 양은 많이 줬다. 양도 푸짐한데다가 쌀국수 2개를 시키면 최소 15,000원은 줘야 먹는(심한 가격대는 24,000원까지 봤다) 반새오를 그냥 먹을 수 있다는 소문에, 코로나에도 줄을 세웠고 당연히 돈을 벌어 신촌에 근사하게 2호점까지 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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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장난 같은 요리 1개와 밥을 주고 겨우 2천원을 더 받았을 때는 죽도록 고생을 했는데, 접시 하나에 가득 차는 반새오를 손님 돈(올린 가격)으로 만들어 내줘 부자가 될 수 있었다.



12찬으로 먹히는 집도 있다. 그러나 12가지의 찬을 만들려면 준비부터 캄캄하다. 그리고 그 12개의 찬은 잘해야 그저 반찬일 뿐이다. 그거 때문에 가긴 하지만, 그거 때문에 소문에 불이 붙지는 않는다.



하지만 큰 반찬을 내주면 무엇보다 소문에 덩치가 커진다. 작은 반찬은 리필 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그걸 거절하면 12가지의 반찬을 만들어낸 의미가 사라지지만, 큰 반찬은 아무도 공짜로 더 달라고 소리를 하지 못한다.



더 달라지도 못하면서 좋아하고, 그 좋아함을 감추지 않고 손가락홍보에 사용해 식당이 멀리까지 소개되도록 홍보맨을 자처해준다. 그래서 지금 당장, 자신의 상차림에서 크게 만들 가능성이 높은 반찬을 찾아야 한다. 그게 만일 원가가 많이 들지 않는다면 금상첨화다. 그런 반찬 혹은, 곁들임으로 돈을 받고 팔던 메뉴였어도 상관없다.



1만원을 받고 팔았어도 좋다. 그 원가는 대략 3천원 남짓할 테니 말이다. 그건 내 주력 메뉴의 가격을 1,500원쯤 올리는 것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최소 손님은 2명이다. 1,500원을 더 내주는 손님이 2명이면 만원에 팔던 곁들임을 얼마든지 큰 반찬으로 내줄 수 있다.



그게 어제까지 (다른 식당에선) 돈을 내고 먹던 거라면 파괴력이 더 커진다. 대한민국 어떤 쌀국수집에 가도 반새오를 반찬으로 주는 집이 없음을 손님들은 안다. 그리고 심지어 반새오 가격이 15,000원 이상쯤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다.



이제 큰 반찬을 내준다는 것을 알게 된 손님은 당연히 그 메뉴를 먹고 싶을 땐, 저절로 내 식당의 상차림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 손님이 모아지고 겹쳐지면 당신의 식당이 선택 1순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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