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액자가 되는 자영업

주인공 옆의 걔

by 타짜의 클리닉

시쳇말로 액자노릇 하지 말라고 한다. 주인공 옆에 걔로 불리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식당을 차리면서 거리의 액자 역할을 하려고 자기 전재산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우리는 안다.



손님들은 안다. 저 집 얼마 못 갈 거 같은데, 저 가게는 왜 이런 자리에 차린 거야. 같은 소리를 서슴치 않고 한다.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아님에도 말이다. 그만큼 소비자의 경험은 풍부하기에 직관적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차린 사람 뿐이다. 눈에 콩깍지가 씌여서 그런 자리에 식당을 차린 거고, 자신이 만들었다는 이유로 무조건 맛있다고 믿으니 딱할 노릇이다.



그래서 거리는 늘 풍요롭다. 누가 그런 걸 차리라고 하지 않았는데 제 돈을 주고 멋진 시설까지 해서 얼마 되지 않는 손님을 위해 가게를 오픈해 주고, 이가 빠진 듯 거리가 허전할까봐 알록달록한 간판을 매달고 건물주들이 공실을 갖지 않게끔 월세를 내주고 있다.



손님들에게 선택지로 아쉬울까봐 없는 메뉴로 빈틈을 채워주기도 하고, 가끔은 자발적으로 그 골목을 특정 메뉴의 메카로 만들어주는데 평생 모은 돈을 쓰기도 한다. 그 거리의 다른 업종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먹고 살라고 가게를 폐업하고, 부동산에 중개수수료를 발생시켜주는 일도 그들의 몫이다. 하여간 세상이 심심하지 말라고 참 다양한 액자노릇을 해주는 중요한 인재?들이다.



집안에 그런 인재가 있으면 낭패다. 그런 인재의 훌륭함이 반복될수록 집안은 빈곤해진다.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주인공 옆에 걔는 안된다. 알아봐준다고 좋아할 거 없다. 평생 자신의 호칭은 주인공 옆의 걔일 뿐이다.



대한민국 자영업 실패율이 많은 건, 자영업의 수 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식당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인구 70명당 1개꼴이다. 식당 하나에게 주어진 손님의 수는 채 100명도 되지 않는다. 그렇게 작은 시장엔 뛰어들지 않음이 맞다. 어차피 다 먹어봐야 주어진 70명일테니 말이다. 만일 그보다 더 많은 손님을 빼앗고 싶다면 당연히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그래야 어설프게 차린, 대충 차린 걔들의 손님을 내가 끌어안을 수 있다.


그 1차적 해결책이 화려한 거리에 식당을 차리지 않는 거다.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는 유동량 좋은 곳에 차리지 않는 거다. 유동량이 좋다는 건 월세가 비싸다는 뜻이다. 건물주도 눈이 있고 귀가 있는데 싸게 월세를 줄 리 없다.



둘째는 경쟁자가 많다는 뜻이다. 어느 정도의 경쟁자는 감당되지만, 유동량이 많을수록 몇곱의 경쟁자수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식당 30개가 적당한 거리에 120개가 있다면 과연 거기서 30등을 하는 건 쉬운 일일까,를 생각해야 한다.


셋째는 식당이 아닌 다른 경쟁자들도 많다는 점이다. 유동인구가 소비할 것들이 많기에 식당에서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약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 세 번째가 권리금의 차이를 부른다. 혼종의 업종이 빡빡할수록 상가의 가치가 높아지기에 권리금이 따라 붙는다. 그러나, 그걸 내고 들어가도 좋을 만큼 회수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팬데믹 후 거리의 1층이 많이 비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건 단지 어떤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결국은 내가 있는 거리의 1층도 그런 날이 올지 모른다. 그런 날 보다 더 곤란한 것은 유동량은 전혀 줄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을 때다.



건물주들은 유동량에 맞춰 시세를 결정한다. 그게 바로 상권력이다. 그들이 실질 소비를 얼마를 하건은 중요하지 않다. 소비를 하지 않는 건 주인의 자질이 부족해서라고 발을 빼면 그만이다. 결국 권리금와 월세는 오직 세입자의 몫으로 남는다. 권리금은 절대 확정적 매출이나 안정적 투자결과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걸 재차 잊어선 안된다.



물론, 그 빨간색의 치열한 거리에서도 살아남는 자는 분명 있다. 어떤 열악한 환경에서도 주인공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 주인공이 내가 아닐 뿐이다. 나는 주인공 옆의 걔로 액자노릇을 하는 역할로 거리를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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