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도 점심특선을 판다)
식당은 근처에 나 혼자뿐이다. 근처에 먹을 곳이 없다. 그럼에도 태어나길 착한 심성 때문에 일부러 싸게 가격을 매겨야 할까? 그렇게 한다고 손님이 더 올까? 먹을 곳이 여기뿐인데 가격이 비싸다고 안 올 수 있을까?
반대로 한 골목에 식당이 여러 개다. 메뉴는 서로 다르다고 치자. 내가 칼국수를 8천원에 팔고 있는데 옆집은 김치찌개를 7천원에 팔고, 그 옆집은 12가지 백반을 주면서 6천원을 받는다고 치자. 단순하게 생각해서 내 칼국수 가격이 안심을 줄까? 반찬도 없는 칼국수를 먹을까? 밀가루로 만들어 비싼 원가가 아니라는 것을 손님도 아는데 사먹어 줄까? 아마도 비가 오는 날이나 붐비지, 가격에서 밀린 칼국수는 여간해서 손님 구경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혹은, 골목에 칼국수집이 여러 개가 있다고 치자. 한 곳은 규모가 크다. 게다가 시설도 좋다. 다른 곳은 테이블은 10개 정도지만 손맛이 남다르다. 특히 겉절이가 너무 맛있다. 세 번째 경쟁자는 목이 아주 좋다. 게다가 건물주다.
이렇게 한 골목에서 같은 메뉴를 팔지만, 경쟁력의 크기나 조건이 분명히 구분 되어진다. 여기서 내가 살아날 수 있는 방도는 뭘까? 그 해답으로 당신은 무얼 내놓을 수 있는가.
결국은 가격이다. 가격으로 유인하는 것이 전부다. 규모가 큰 곳보다 2천원 싸게, 겉절이가 맛있는 곳보다 1,500원 싸게, 목이 좋은 가게보다 2,500원 싸게 가격을 매기는 묘수?가 겨우 라는 사실에 절망할 것이다. 그 절망을 겪지 않으려면 후발주자로 차릴 때 비슷한 메뉴군을 굳이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선배들이 자리 잡은 시장이 커보인다고 뛰어드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제일 좋은 건, 식당이 많은 곳에는 후발로 차리지 않는 것이다. 거기가 아무리 좋아 보여도 그들이 먹게끔 내버려 둬야 한다. 내가 한 수저 더 들이밀어도 얼마의 떡고물이라도 먹을 수 있다는 기대는 착각이다.
늦게 진입하니까 선배들의 수를 다 읽었다고 오해하지 말자. 당신이 파악하는 분석은 그저 콩깍지거나 착각의 늪에서 건진 자만일 확률이 120%다.
강남은 땅값이 비싸다. 그래서 가게세도 비싸다. 그런데 강남역에서도 점심특선으로 7~8천원짜리 밥은 수두룩하다. 그 비싼 월세를 내면서 밥값은 싸게 매긴다. 저녁에 삼겹살값도 비싸지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랑 같은 메뉴를 파는 식당이 지천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만이 무기라고 믿는 하수나 초보들이 싼가격을 무기로 손님을 호객하기에 시장이 혼탁하다. 하지만 경쟁자가 많기에 혼탁함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래서 경매에 참여자가 많을수록 쓰지 않아도 될 낙찰가는 올라간다. 내 이익이 더 줄어드는 것이다.
대형 오피스 건물에 수천명이 근무를 하기에 지하 식당가에도 식당이 수십개다. 그곳에 가보자. 하나같이 할인 가격으로 손님을 꼬득이고 있다. 오픈기념으로, 1주년을 핑계로, 점심특선이라는 이유로 하나같이 할인 가격을 제시한다. 심지어 소주 2천원이라는 할인 가격도 그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 그래야 안심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그나마 손님이 가게를 채워줄 거라는 희망과 기대 혹은, 안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결론은 거리의 액자노릇을 하다 지치면 폐업이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