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시어 국립공원
옐로 스톤에서 3박 4일을 보내고 글래시어 국립공원으로 가는 날이었다.
우리는 글래시어 국립공원의 동쪽 아래 투 메디슨 호수를 갔다가 서쪽에 있는 숙소로 가기로 했다.
투 메디슨도 다른 글래시어 국립공원 길들처럼 입장권을 따로 예매해야 한다. 하지만 오후 3시 이후에는 입장권 없이 입장할 수 있고 갈 길이 멀어서 3시 넘어서 도착할 것이 가능해 따로 입장권을 예약하지 않았다.
몬테나주 끝에 있는 옐로스톤 앞 가디너에서 글래시어 투 메디슨 호수까지 쉬지 않고 규정속도로 달리면 6시간 정도 걸린다. 투 메디슨은 옐로 스톤에서 묵었던 숙소가 있었던 가디너에서 출발하면 많이 돌아가는 편이 아니라 또 ‘온 김이 한 번 가보자’ 했다. 이번 여행에서 ‘온 김에‘ 때문에 얼마나 극기훈련하듯 돌아다니고 있는지.
투 메디슨에서 맥도널드 호수 근처에 있는 숙소까지는 2시간 반 거리. 땅이 넓은 나라라 그런지 국립공원 내에서도 이동할 때도 2시간 반은 각오해야 한다.
아침 9시에 옐로 스톤에서 출발했다.
옐로 스톤의 고지대에서 내려오니 넓은 평야가 끝도 없이 펼쳐졌다. 엄청난 넓이의 밀밭에서 트랙터로 밀을 추수하는 농부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소를 먹이는 풀을 키우려는지 바퀴 달린 3m도 넘는 긴 기계가 목초지에 물을 뿌리는 모습은 더 흔히 보이는 풍경이었다.
바퀴 달린 기계의 움직임 범위만큼 목초지를 키우기 때문에 위성사진으로 보면 목초지는 모두 원형이다. 원 밖은 그냥 내버려 둬도 될 만큼 땅이 남아도는 곳이다.
실제 몬테나 주는 남한 면적의 4 배지만 인구는 100만 명에 불과하다.
중부의 평평한 평지를 따라 난 도로는 미국 서쪽 로키 산맥 줄기 동쪽 평지다.
가는 길에 몬테나 주도인 헬레나에 들러서 장도 보고 점심도 해결하기로 했다.
코스트코에서 비비고 햇반과 종갓집 김치를 산 후 월마트로 갔다. 코스트코에서는 대용량으로 팔기 때문에 웬만한 장은 월마트에서 본다. 아이들이 있는 여행은 먹을거리를 잔뜩 사야 한다. 사과랑 포도, 파스타, 파스타소스, 오레오랑 우유, 시리얼, 신라면, 짜파게티.
장을 보고 월마트 안에 있는 서브웨이에서 점심도 먹었더니 두 시간이나 지나갔다. 아직 가야 할 길은 4시간이나 남아 드라이브 스루에서 커피를 사기로 했다.
늘 먹던 데로 아이스 카페라테 큰 사이즈를 사서 남편과 나 둘이서 나눠먹기로 했다.
“아이스라테 큰 걸로요.”
커피를 주문했더니 미국인이 의례히 말하듯 인사를 건넸다. “How are you?" 남편이 ”우리 글래시어 국립공원 가고 있어요. “ 했더니 직원이 대답했다.
“거기 스모크가 좀 있어요. “
‘스모크? 산불연기 말인가?’
정말 글래시어로 갈수록 하늘이 옅은 갈색빛이 섞인 회색빛이 됐다.
차 안까지 연기가 들어와 타는 냄새가 나는데 포드 자동차는 렌트해서 처음 다뤄보는 거였다. 이 버튼 저 버튼을 눌러서 외기 순환을 내기 순환으로 바꿨다.
구글에서 ‘air now'를 검색하니 검색창은 붉은 불 표시로 난리였다.
캐나다는 여기저기가 불이었다. 글래시어 국립공원 바로 위에 있는 캐나다도 산불인 데다가, 몬테나 주 옆에 있는 워싱턴주도 불이었다.
그렇게 내기 순환으로 바꿨는데도 차를 뚫고 들어오는 나무 타는 냄새를 맡으며 투 메디슨 호수에 도착하니 오후 4시 반이었다.
이렇게 사람이 적은 호수는 처음이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우리도 차에서 내리려고 차 문을 열었다.
어라? 그런데 자동차 문이 안 열리는 거다.
바람이 차 문을 밀고 나도 밀고, 결국 힘껏 차 문을 열고 나왔더니 바람이 쾅하고 문을 닫았다.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날리고 모자는 날아가려고 해서 양손으로 꼭 잡고 있어야 했다.
트레일을 조금이라도 걸어보려 했지만 이 연기와 바람에는 걷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대충 사진만 찍고 차오 돌아왔다.
숙소까지 다시 2시간 반을 달려야 한다.
*우리가 글래시어를 떠나는 날 폭우가 쏟아졌다. 지금 air now를 찾아보니 불이 꺼졌는지 대기가 깨끗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