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지 않아도 괜찮아, 아이와 걷는 지금이 좋아>를 출간하기까지
‘나는 언제 설렐까?’ 생각해 보았다. 아침에 알람을 듣고 일어나 신문을 가지러 갈 때,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책을 살 때,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넣을 때, 내가 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볼 때, 연말에 그림책 에세이 동아리에서 문집이 나올 때 그리고 웃기게도 원고를 탈고할 때였다.
원고를 탈고하느라 노트북을 몇 시간이나 보고 있으면 눈알이 빠질 것 같다. 퇴고의 재미는 퇴고한 후 나아진 원고를 읽을 때다. 글 전체 흐름을 수정해야 할 정도로 대규모 작업일 때는 손을 댈 수 없을 것처럼 막막하지만 수정을 거친 후 더 나아진 원고를 마주했을 때, 자연스럽지 않거나 다른 의미로도 읽힐 수 있었든 문장을 깔끔하게 수정했을 때, 내가 경험한 일이니 나에게는 당연해서 건너뛰기가 있었던 문장과 문장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아서 독자가 따라올 수 있게 수정했을 때. 마지막 인쇄 OK사인을 할 때까지 읽고 또 읽으며 이러다 내 책의 모든 문장을 외워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설렜다.
책이 나오고 기쁜 건 딱 일주일 동안이었다.
"이제 뭐 쓰지?"
6개월이 넘게 매일 목표를 가지고 글을 쓰다가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몸은 글을 쓰라고 하는데, 머리는 다시 게으름에 지고 있는 상태. 내 정체성은 '작가'가 아니라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 늘 머물러있고, 그래서 '아마추어'라는 내면화된 내 모습에 순응하며 '아마추어'답게 내 할 일을 다 하고, 만날 사람 다 만나고 살고 있다.
다행히 나를 잡아준 건 한 달에 한 번 있는 그림책 에세이 동아리였다. 겨우 한 달에 한 번이지만 그림책을 선정하고 그림책을 요리조리 읽어보고, '아, 이 일이랑 연결해서 써볼까.' 생각이 들기까지는 생각보다 바쁘다. 때때로 스스로 골랐던 그림책이었지만 도무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이 책 말고 다른 책 고를걸.'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한 번 골랐던 책은 끝까지 써보려고 한다. 첫 번째 글을 쓰고 영 이상해서 전혀 다른 두 번째 글, 또 완전히 다른 세 번째 글, 결국 다섯 번째 초안까지 쓰고야 정리되었던 그림책도 있다.
그렇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것이 쓰기의 매력이지 않을까.
10월 말에 인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림책 에세이도 퇴고에 퇴고를 거쳐 마감을 끝냈다.
"이제 뭐 쓰지?"
가장 쓰고 싶은 장르는 동화다. 트레킹 이야기를 바탕으로 모험 이야기를 쓰고 싶다.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