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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투고 버튼을 누르기까지

<빠르지 않아도 괜찮아, 아이와 걷는 지금이 좋아>를 출간하기까지

by 니나

처음 원고를 쓸 때는 이북스타일리스트에서 제작 후 유페이퍼에서 전자책을 내려고 했다. 하지만 원고의 골격을 잡고 보니 3부 15장이나 되었고, 원고 초안의 글자 수는 15만 자에 달했다. 여행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진 양도 만만찮았다. 전자책 파일 용량은 30M밖에 되지 않았다. 용량 문제로 전자책을 낼 수 없게 되자 출판사 문을 두드려 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전자책이든 출판사에 투고하든 책에 대한 마음가짐은 똑같아야겠지만, 출판사에서 책을 내려면 편집자의 선택이라는 큰 문을 통과해야 책을 낼 수 있으니 바짝 긴장됐다.

출판사에 투고해 본 경험은 전무했다.

‘출판사 투고’

유튜브에 검색해 보니 출판사 편집자의 강의 영상이 여러 개 있었다. 강의를 참고해서 유유 출판사에서 출간된 정상태 작가의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 시소 출판사에서 출간된 정혜윤 작가의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두 권을 빌렸다.


정성태 작가의 『출판사에 내 책 내는 법』은 시작부터 허를 찌르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왜 투고하는가?”

마음 깊은 곳을 들어다 보면, 지은이에 내 이름이 박힌 책이 세상에 나왔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그건 내 욕심일 뿐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질 투고 메일을 상대할 편집자 입장에서 봤을 때 내 투고 메일은 휴지통으로 직행할 글일지도 몰랐다.

‘글=책’이라고 생각하며 글을 썼는데 책을 출판한다는 건 경제적이고 실제적인 문제였다. 출판은 상업적인 일이었고, 출판사는 책을 출간해서 이윤이 남아야 했다.

‘내가 쓴 주제에 관심을 가질 독자가 있을까? 내 이야기에 지갑을 열고, 책장 한켠에 자리를 내어줄 독자가 있을까?’

얼마 전 거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책장 하나를 비웠다. 책을 중고로 팔고 지인에게 나눔 했다. 돈보다 공간 때문에 책을 떠나보내고 책장을 버리며 이제 책을 신중하게 들이기로 다짐했다. 내 책의 예비 독자도 어지간한 책에는 돈과 시간과 공간을 쓰지 않을 것이었다. 이제 투고 버튼을 누구는 건 좀 더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투고 메일을 어느 출판사에 보내야 할까? 메일을 60군데가 넘는 출판사에 보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도서관 여행 서적이 꽂힌 서가에서 어떤 출판사가 있는지 리스트를 뽑았다. 그동안 그림책과 소설을 주로 읽어서 여행 서적을 출판하는 출판사는 익숙하지 않았다. 출판사마다 특징이 있었다. 글은 적고 사진이 주인 책을 주로 출판하는 출판사도 있었고, 에세이 위주로 출판하는 출판사도 있었다. 시리즈로 여행 서적을 내는 출판사도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출판사를 등록한 후 스스로 책을 낸 곳도 있었다. 도서관에는 서점보다 신간이 나오는 속도가 늦으므로 서점에도 가보기로 했다. 잠실 교보문고에 갔더니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출판사의 책이 꽂혀 있었다. 거기서도 출판사 리스트를 뽑고, 판권지에 적힌 출판사 이메일을 사진으로 찍었다. 도서관과 서점에서 봤던 출판사 중에서 내 이야기와 결이 맞는 출판사를 추려보니 14군데 정도 되었다. 아무리 꼽아봐도 내 책과 결이 맞는 곳은 그 정도가 다였다.

투고 메일을 보낼 때는 원고의 30% 분량과 기획안을 함께 보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확인해서 실수 없이, 편집자가 알아보기 좋은 글자체로 보내는 것이 좋다. 기획안만으로 책 전체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수정에 수정을 더했다. 최대한 간략하게, 보기 좋게 정리하다가 기획안을 표로 만들었다. 내 책에는 직접 그린 국립공원 지도와 트레일별 고도표도 첨가되는데 그런 시각 자료 예시도 함께 보냈다.

가장 출판하고 싶었던 출판사 세 군데에 메일을 작성하고 투고 버튼을 클릭했다.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편집자가 메일을 받고 ‘투고해 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저희 출판사와 맞지 않아~’로 시작되는 메일이라도 받으면 감사한 일이라고 수없이 되뇌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가장 먼저 회신을 보낸 출판사에서 ‘이런 방향으로 수정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라는 글이 첨가된 메일이 왔다. 그 메일을 참고해서 기획안과 글을 다시 수정했다. 다른 출판사 몇 군데에서도 그런 메일이 왔다. 그때마다 글과 기획안을 또 수정했다.

그리고 마침내, 계약을 했다.


내 책 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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