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지 않아도 괜찮아, 아이와 걷는 지금이 좋아>를 출간하기까지
책을 계약하고 나니 매주 새롭게 마감이 생겼다. 편집자와 발걸음을 같이하며 책을 더 좋은 방향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소설이나 동화는 다르겠지만 여행 에세이는 편집자가 아닌 작가만 다녀왔기 때문에 다녀온 곳의 정보라던가 내가 경험한 것은 편집자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영역이다. 편집자의 도움을 받았던 건 각 장의 제목을 더 좋은 제목이 있는지 고민하는 것, 이 사진을 쓸지 저 사진을 쓸지 고민이 될 때 함께 고민하는 것, 애매한 문장이 있을 때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었다. 편집자는 독자의 입장에서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알지만, 독자는 읽었을 때 어떤 내용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이 어디인지도 체크해 줬다.
원고를 수도 없이 읽고 또 읽었다. 15 만자나 되는 원고를 12 만자로 줄이는 과정도 이때 거쳤다. 과감하게 독자가 궁금하지 않을 것 같은 내용은 삭제했다. 국립공원별로 처음에는 국립공원에 가기까지 있었던 에피소드를 한 장에 넣었는데 그 장을 삭제하고 다음 장에 간단하게 합쳤다.
한글 파일로 작성했던 원고를 수정할 때는 수정할 부분을 빨간색으로 체크한 뒤, 메모 기능으로 수정한 내용을 입력했다. 편집자에게 원고를 되돌려 받았을 때 어떤 부분이 수정했던 부분인지 쉽게 파악하기 위해 수정한 부분이 몇 페이지였고 어떤 내용을 어떻게 수정했는지 따러 정리했다. 이렇게 수정했던 내용을 모아두는 건 그때는 귀찮지만 편집자에게 다시 원고를 돌려받은 후 수정된 내용을 체크할 때는 정말 편했다. 메모장에 남겼는데도 내 의도와는 다르게 수정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글 파일로 웬만큼 수정이 끝난 후에는 사진까지 얹혀서 책이 될 PDF 형식의 파일을 받았다. 한글 파일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읽기 편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원고를 보니 오탈자와 수정할 부분이 눈에 더 쏙쏙 들어왔다. 읽을 때마다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소심한 편이라 ‘또 수정해도 되는가?’ 눈치를 보며 수정 파일을 넘기고 또 넘겼는데, 편집자가 이제 정말 최종 수정이라고 하기 전까지는 후회 없이 수정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편집자는 내가 찾아내지 못했던 티끌 같은 오류와 오탈자를 찾아줬고, 나도 어미와 조사, 애매한 표현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찾아내 수정했다.
“정말 마지막이에요. 이렇게 인쇄해도 될까요?” 편집자의 말에 나는 “OK.”를 했다. 그런데 정말 상상조차 못 했다. 중요한 표 하나가 중복되어 있을 줄은…
책을 받은 후 왠지 책이 낯간지럽고 부끄러워 책과 낯을 가렸던 것 같다. 원고로만 봤던 책을 실물로 접하니 낯간지러웠다. 오류를 발견했던 건 남편이었다. 계획형인 남편은 여행 중에 여행 일정과 여행 지출을 모두 표로 남겼다. 책에 중복되어 들어갔던 일정표는 남편이 만들었던 표를 참고했으니 남편 눈에 띄었을 수밖에. 출판사에 표를 정상적으로 넘겼기 때문에 표가 중복되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원고를 업그레이드하기에만 급급했다. 남편이 말했던 대로 표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니 식은땀이 흘렀다. 내용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원고를 전체적으로 확인해야 했다. 띄어쓰기나 오탈자 정도는 눈감을 수 있지만 한 페이지 전체가 오류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할지.
먼저 출판사에 그 사실을 알렸다. 출판사에서도 깜짝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출판사는 처음에 스티커 형식으로 표를 만들어서 오류가 있는 표 위에 붙이는 것이 어떻냐는 의견이었다. 의견을 조율하고 또 조율한 결과, 표가 들어간 페이지를 새로 인쇄해서 잘못된 페이지에 대체하기로 했다. 무슨 말인지 전화로 이야기할 때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출판사에서는 정말 새 책처럼 전혀 티가 안 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수정한 책을 받아보니 정말 말끔했다. 출판계에는 신기한 기술이 많구나 싶었다.
한 권의 책이 되기까지 원고를 토할 만큼 반복해서 읽고, 눈이 빠지도록 사진을 고르고, 분류했다. 지도도 몇 번이나 수정하며 다시 그렸다. 정오에 퇴근한 후, 아이들이 집에 오기 전까지. 아이들 피아노 레슨이 끝나길 기다리며 커피숍에서 노트북에 머리를 박고 더 정확한 언어는 없을지, 어떻게 하면 정보와 에피소드를 조화롭고 읽기 편하게 쓸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적어도 술술 읽히는 읽기 편한 책이었으면 했다. 그리고 책을 읽은 독자가 미국 국립공원 트레킹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길 바랐다.
책을 출간해도 어떤 특별한 일도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몇 달 동안 글을 썼던 리듬이 몸에 남는다. 계속 써야겠다는 관성이 생겼다. 그 리듬 그대로 글쓰기 습관을 유지하는 것. 한 권의 책이 되기까지 나에게 남은 건 계속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