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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샤 Sep 28. 2018

서울페이의 성공을 이끄는 5가지 아이디어

핀테크 살리기 #6

결제 수수료 제로를 지향하는 서울페이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경제논리와 금융원리, 그리고 시대정신에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을 다음과 같은 화두를 들어 설명한 바 있습니다.


수수료 제로가 가능한 이유는, 30일 무이자 외상을 제공하는 신용카드와는 달리 서울페이는 부도 손실과 자금 조달 등의 금융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금융결제원의 온라인 공동망을 통한 은행 간 계좌이체 비용도 이미 무료와 다름없는 공공재이기 때문입니다.


금융기관 없이도 외상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한데, 계좌이체 인프라에 내재된 자동이체 혹은 자동납부 기능을 활용하면 개별 매장의 자발적인 리스크 부담을 통해 1주일, 1개월, 수개월의 후불 결제 혹은 외상결제가 가능해집니다.


우대나 할인 혜택 제공 역시, 신용카드회사는 고작 0.5%~1.0%를 고객에게 리워드로 제공할 뿐이지만, 서울페이를 통해 절감시킬 수 있는 2.0%의 카드수수료는 소비자에 대 혜택으로 100% 환원시킬 수 있는 마케팅 종잣돈과 같으며 이 돈의 크기가 연간 13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라는 사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QR코드는, 매장 입장에서 별도의 디바이스 구입과 배포 없이도 A4용지 한 장만 있으면 즉시 온라인 거래가 가능한 초저원가 인프라이고, 카메라만 달려 있으면 구닥다리 스마트폰에서도 가동되는 초범용적 사용자 인터페이스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가정보를 결제 프로세스에 결합시켜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시킬 수 있는 신의 한 수와 같은 선택입니다.


신용카드 차별 금지 이와 관련해서도, 익명성이 주어지는 종이 현금이 아닌 실명확인 완료된 은행 계좌를 통해 결제 기록이 전자적으로 보존되고, 현금영수증 발급이 100% 수반되므로, 탈세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여신전문 금융법의 제정 취지에 부합하여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카카오, 네이버, 페이코 등  참여 사업자들은, 에스크로 서비스에서 파생되는 결제 대기 자금의 이자수익은 물론 현금영수증 발행 시 지급되는 1건당 10원의 국세청 보조금을 통해 충분히 보전받을 수 있으며, 결제 데이터를 통해 얻게 되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부가수익도 기대됩니다.


포퓰리즘에 대한 오해도, 보수와 우파의 대표주자인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이미 2016년에 "착한 결제"라는 슬로건으로 서울페이와 동일한 사업을 추진한 바 있어, 박원순 시장의 포퓰리즘적 정책에서 비롯된 퍼주기 사업이 아닌 좌와 우를 아우르는 시대정신의 교집합과 같은 상생과 동반의 정책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위 내용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원하시면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라옵고,

오늘은 서울페이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생각해 둔 몇 가지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어 놓을까 합니다.


https://brunch.co.kr/@humaneheart/40

 

계좌이체 방식만이 가능한 서비스

통장 잔고에 돈이 있어야만 결제가 되는 계좌이체 방식을 적용한 서울페이는 신용카드로는 할 수 없는 특수한 비즈모델이 생겨나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상품권 구매입니다.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신용카드 보급 초창기에는 "카드깡"이 횡행했습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신용카드로 전자제품이나 쌀(?)을 구매한 다음 그 물품을 그대로 판매자에게 돌려주며 현금을 얻어 내는 방법이죠. 이러한 방식으로 결제된 카드대금은 정상적으로 상환되지 않고 연체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신용카드회사에서는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였고, 여신전문 금융법을 통해 "신용카드로 구매하도록 한 물품·용역 등을 할인하여 매입하는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입법화시켰습니다.


올드한 시절에는 전자제품이나 쌀 같은 물건으로 깡을 했겠지만 최근엔 각종 상품권을 대상으로 어둠의 거래가 많이 생겨난 듯합니다. 당연히 신용카드 회사들은 또다시 힘을 쓰기 시작했고 개인의 신용카드로는 월간 100만 원 한도 내에서만 구매 가능하도록 법으로 막아 두었지요.

상품권을 한 달에 100만 원 넘게 구매하는 개인이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으나 "선량한 소비자의 평범한 니즈"에 반하는 규제가 존재함은 분명합니다.


반면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으로는 얼마든지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건전소비를 권장하기 위해 상품권 구매 한도를 막은 것이 아니고, "신용"을 땡겨 받은 돈을 안 갚아 생기는 부실을 막기 위해, 즉 신용카드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걸 거꾸로 이야기하면, 내가 들고 있는 현금 혹은 통장의 잔고를 이용한 상품권 구매한도는 "무제한"이라는 말입니다.


백화점 상품권은 물론 문화상품권, 도서상품권, 지역상품권 등 1년에 발행되는 온오프라인 상품권 규모가 무려 10조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현금 준비의 불편함이 크겠지요.


카드깡 이슈에서 자유로운 서울페이는 상품권 구매시장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수수료가 으니 상품권 사업자도 아쉬이 없고, 구매자도 굳이 ATM에서 현 뽑지 않아도 마음껏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을 테니까요.


비슷한 맥락으로, 신용카드에 몰빵 되어 있는 대한민국 결제문화의 불합리한 사례들을 찾아 고민해 보면 서울페이만이 가능한 서비스는 무궁무진할 것이고, 이러한 차별적 영역에서 소비자 경험치를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겁니다.

신용카드가 이미 꽉 잡고 있는데 누가 서울페이를 쓰겠냐...라는 말은 아이폰 무시했다가 쫄딱 망한 노키아와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될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 겁니다.



국-공-시립 시설 관람료 할인

일반적으로 손님이 많이 오면 모든 장사가 잘되기 마련이지만 입장료나 관람료 수입을 원천으로 하는  사업은 그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대박 났다고 가정했을 때, 제조업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제조원가를 낮춘다 해도 기본적인 원자재 비용과 시설, 유통, 인건비가 증가하기 마련이고, 식당의 경우에도 식재료비나 서빙 직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투입해야 하지만, 공원이나 박물관은 손님 1명당 단위 투입비용이 제로가 됩니다. 무조건 많이 오기만 하면 장땡인거죠.


수십 개의 박물관과 전시관이 가득 차 있는 제주도에 가면 이들 시설의 할인쿠폰을 한 데 모아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있습니다. 10%, 20% 할인은 기본이고 반값 할인을 제공하는 시설들도 즐비하지요. 일단 오기만 하면 안에서 밥도 사 먹고 음료수도 사 먹는 등 추가적인 소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입장료 조금 깎아준다 하더라도 딱히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이기 때문입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공공의 목적으로 운영하는 시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과 같은 고궁이고 설악산, 북한산과 같은 국립공원 들이지요.

이들 공공시설의 입장료나 관람료를 서울페이로 결제 시 10%~50% 할인 혹은 무료로 제공해 보면 어떨까요?  평소 이러한 시설에 잘 안 가던 내국인들을 새롭게 불러 모으는 수요 창출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서울페이가 가동되는 앱을 깔게 하는 좋은 프로모션이 될 겁니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QR코드로 결제하는 경험치가 현저히 부족했을 뿐, QR 결제 방식이 대단히 어렵거나 복잡하지는 않기 때문에 일단 한두 번 사용하게 되면 서울페이의 혜택을 받는 영세 소상공인 대상의 일상 소비생활에서도 쉽게 확산되리라 생각합니다.


전통 계승을 이유로 한복 착용자들에 대해서는 고궁 입장 시 무료 관람을 시행하고 있는 선례도 있고, 어차피 소득공제율 상향 등 정부 차원에서의 경제적 지원을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에, 포퓰리즘(?)이라 반대하는 사람들의 저항도 크지는 않으리라 판단됩니다.



카드보다 편리한 인터페이스

플라스틱 카드를 지갑에 갖고 다니는 행위는 사실 매우 불편한 일입니다. 거꾸로 플라스틱 카드만 없애 버릴 수 있다면 지갑을 들고 다닐 이유도 사라지게 되겠죠. 오직 현금으로만 결제 가능한 매장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니 플라스틱 카드만 없애면 지갑 소지의 불편함을 소멸시킬 수 있을 겁니다.

실제 중국에서는 알리페이 등 모바일 결제업체들이 "지갑 버리기 퍼포먼스"등을 하며 스마트폰 기반의 결제 시스템을 널리 알리기도 하였습니다.


서울페이가 활성화되면 스마트폰 하나 만으로 모든 소비와 구매 활동을 편리하 안전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플라스틱 카드의 습관과 관성이지요. 이 관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누가 보더라도 편리한 극상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필요합니다.


삼성페이는 신용카드를 위한 마그네틱 리더기가 완전히 보편화된 한국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별도의 디바이스 설치 이도 스마트폰 결제가 가능한 솔루션을 만들어 냈습니다. 신용카드와 VAN 망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는 메리트는 없지만, "지갑 없는 결제"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획기적인 기술이 할 수 있지요.


삼성페이가 가진 차별적 기능의 본질은 "잠금 화면"의 통제와 "POS 인프라의 활용"입니다.


삼성페이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어떤 상태에서도 "원터치"로 가동할 수 있습니다. 잠금 화면 상태이건 메인 화면 상태이건 홈버튼 위에 상시 고정되어 있는 "가상 버튼"을 끌어올리면 바로 작동되지요. 스마트폰을 직접 제조하는 삼성은 이러한 "상시 대기" 기능을 제품에 기본 장착시킬 수 있는 권력이 있습니다.
반면 카카오페이나 SSG페이의 경우에는 일단 잠금화면을 풀고 특정한 앱을 찾아 가동하여야 하는 1~2번의 추가적인 터치 동작이 수반되는데 이 작은 차이가 사용자 관점에서는 편리함과 불편함을 가르는 치명적인 요소가 됩니다.


삼성페이는 아직 대박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1) 구매자의 편의성을 최대한 끌어올렸다는

2) 가맹점의 마그네틱 신용카드 리더기를 그대로 활용했다는 점에

서울페이를 추진하는 개발자 그룹벤치마킹할 요소가 많아 보입니다.


구매자의 결제 편의성 측면에서 참고가 될 만한 것은, "캐시슬라이드"입니다. 스마트폰 잠금화면에 광고를 올리는 대신 사용자에게 적립금을 쌓아 주는 방식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지요. 캐시슬라이드는 삼성이나 LG 같은 스마트폰 제조회사가 아니더라도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하에서 잠금화면을 통제하는 기술 구현이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서울페이 결제 시에는 비밀번호를 확인하는 절차가 수반되므로 잠금화면에서 즉시 결제 모듈을 실행해도 보안이나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겁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잠금화면에 서울페이 즉시 런칭 기능을 삽입하면 삼성페이 못지않은 편의성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고, 카카오페이의 결제 전용 "위젯"과 같은 편의 도구를 병행 개발하면 보급 속도를 보다 빠르게 강화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어차피 애플의 아이폰에서는 잠금화면 통제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NFC 교통카드도 아직은 작동하지 않으므로 서울페이가 삼성페이보다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겠지요.


기존 POS기와의 연동도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R코드 방식 자체가 종이에 인쇄하여 사용해도 무방한 저원가 인프라이긴 하지만, 결제금액을 구매자가 직접 입력해야 하고 매장 사장님은 해당 대금이 제대로 입금되었는지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매장 주인의 부재시 카운터의 종업원이 입금 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부분도 숙제입니다.  이른바 역결제 방식이 가진 본질적인 한계이지요.


구매자의 결제승인 QR코드를 매장에 보여주고 POS기에 부착된 리더기로 인식하여 결제 처리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이른바 청구 결제 방식도 서울페이에서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 역시도 교통카드나 삼성페이의 "터치하여 결제하기" 방식에는 편의성 면에서 한참 못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동안 여러 시도들이 있어 왔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NFC와 블루투스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NFC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교통카드와 똑같은 방식인데 블루투스가 최대 수십 미터의 거리까지 데이터가 전달되는 것에 비해, NFC는 불과 수 센티미터의 초근접 거리에서만 작동하는 방식이서 매우 안전하고 확실한 결제 방식으로 여겨집니다. 결제 매체를 분실하지만 않는다면 구매 단계에서 사용자의 의지가 매우 강하게 표현되어 작동되므로 도용이나 해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이지요.  


블루투스는 NFC보다 넓은 범위에서 작동하므로 해킹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편의점처럼 여러 명의 사용자가 좁은 공간에서 줄을 지어 대기하는 상황에서는 복수의 사용자를 혼선하여 인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에 결제하는 사람은 누구"인지를 확정하기에 다소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블루투스는 이어폰과 승용차를 통해 매우 높은 사용자 경험을 획득한 상태라 거부감이 적고, 전파 도달 거리가 넓다라는 장점 때문에 무인 키오스크, 모바일 쿠폰, 모바일 메뉴판, 모바일 영수증과 같은 부가 서비스를 연결하기에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사용되는 스마트폰 기종 대부분에 적용된 블루투스 4.0 버전은 저전력 기능이 강화되어 하루 종일 켜놓아도 배터리 소모량이 수%에 불과하다는 점도 고무적이고, 전파 도달거리를 측정하여 NFC 수준의 초근접 상태를 체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니 기능면에 있어서 매우 유용하다고 볼 수 있지요.


다양한 제조사의 수십수백 개 모델이 존재하는 기존 POS기기와의 연동이 어려울 것 같지만, 대부분의 POS기는 영수증 프린터가 부착되어 있고 이 프린터 모듈을 이용하여 블루투스 송수신기를 POS기와 연동시키는 범용 솔루션도 이미 개발되어 있습니다.


서울페이가 만약 이러한 디바이스 혹은 모듈을 개발하여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 공급할 수 있다면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수수료 제로" 솔루션이 드디어 대한민국에 깔리게 되는 것이고, 이는 알리페이와 신용카드의 장점을 모두 뛰어넘는 진보된 결제 인프라가 보급됨을  의미합니다.


남은 것은 하나, 오직 가격입니다.

블루투스 송수신 기능을 갖추고, 전세계 모든 POS기와 Plug & Play 로 연결되며, 서울페이의 QR정보는 물론 영수증에 담긴 풀데이터를 그대로 임베딩하여 사용자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며, 교통카드 태깅과 동일한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는 아주 작고 단순한 디바이스 하나를 상상해 봅니다. 


기능 확장성과 설치용이성을 모두 담았다는 전제 하에, 전국 매장의 POS기기에서 서울페이가 가동되는 "터치하여 결제하기" 디바이스의 가격이 만약 1만 원이라면 어떠할까요?

서울페이가 타깃으로 하는 영세 소상공인들을 식당, 커피숍, 편의점, 시장 상인으로 묶어 보면 전국적으로 합쳐도 100만 개가 되지 않을 겁니다. 전국 식당과 커피숍이 75만 개, 편의점 4만 개 정도이니까요.

이렇게 배포해도 고작 100억 정도밖에 되질 않네요.

반면 전국의 가맹점 사장님들이 1년 동안 부담하는 신용카드 수수료는 무려 13조 원입니다.


요즘 햄버거 전문점을 중심으로 무인 키오스크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습니다. 얼추 보아도 수백만 원은 되겠더군요. 이 기계가 비싼 이유는 메뉴 선택 터치 패드, 신용카드 단말기, 현금 수납기, 영수증 프린터와 같은 구닥다리 기계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무선으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POS기의 기능을 수행하려니 구매자가 직접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대문짝만 한 터치패드가 필요했던 것이고 덩치가 ATM처럼 커지게 된 것이지요.

중국에서는 이러한 무인 키오스크도 그냥 스마트폰으로 대체합니다. 스마트폰으로 메뉴 선택하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스마트폰으로 쿠폰 받으면서 맛있게 먹고 즐긴 다음 그냥 쓱~ 하고 나가면 되는 겁니다.


손바닥만 한 1만 원짜리 기계 하나만 배포하면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경험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질 수 있습니다. 점과 선에 갇혀 있던 대한민국의 모든 오프라인 매장shop을 무선의 공간on-air으로 단번에 확장시킬 수 있는 천재일우의 모멘트가 눈 앞에 왔습니다.

이세돌과 알파고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드라마틱하게 높아졌듯이, 금융과 유통과 IT가 결합되는 융복합 핀테크 혁명의 신세계를 서울페이를 통해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공동 QR과 오픈 API

선거공약으로 처음 선보인 서울페이의 개념을 보면서 금융결제원의 은행권 공동 오픈 API가 떠올랐습니다. 국내 모든 은행들을 연결하여 계좌이체와 잔액조회 기능을 하나의 앱에서 처리할 수 있는 핀테크 인프라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

우리나라 사람 중 딱 1군데의 은행만 거래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자의건 타의건 복수의 은행을 거래하게 되는데 인터넷뱅킹이건 모바일뱅킹이건 각 은행마다 서로 다른 앱을 이용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어떤 은행이건 카드건 증권이건 단 1개의 앱에서 모든 금융 거래가 가능하고 그 거래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면 정말 편해지지 않을까요?


이러한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는 밑바탕을 깔아 준 것이 바로 은행권 공동 오픈 API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이렇게 편리한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한데 막상 그 서비스를 이용해 본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고요?

너무너무 비싸거든요...

이 서비스를 이용해서 돈을 한번 보내려면 건당 500원을 내야 합니다.

앞선 글에서 설명드렸듯이 은행들의 계좌이체 수수료 원가는 10원 이하입니다.

이걸 50배를 튀겨서 수수료를 받아먹으니 이 서비스를 이용해서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핀테크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엄두가 안 날 겁니다.

신용카드 거래 1건당 평균 결제금액이 5,400원인데 누군가 서울페이와 같은 계좌이체 방식을 적용한 새로운 결제 방식을 도입하 해도 은행에 내야 하는 수수료율이 10%에 육박하게 됩니다.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겠죠.


오픈 API를 활용하려는 핀테크 기업들은 은행산업의 적이 아닙니다.

은행원들의 DNA에는 절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유통, 제조, IT의 숨겨진 노하우를 금융과 융합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받으나 안 받으나 티도 나지 않는 잡수수료가 핀테크 스타트업들에겐 할 건가 말 건가, 될 건가 안 될 건가의 사업적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되는 것이지요.


서울페이가 은행의 계좌이체 방식을 적용한다고 하니 아마도 이 오픈 API를 이용하여 사업을 추진하리라 처음엔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서울페이는 은행이 주도하는 별도의 시스템과 별도의 연합을 만들어서 풀려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 금고 사업을 맡고 있는 신한은행이 할 수 없이(?) 주간을 서고 다른 은행들이 마지못해 따라온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이 사업을 은행에 맡겨두어도 되는 걸까요?


오픈 API는 유럽연합이 시행 중인 PSD2의 사상이 응축된 금융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https://brunch.co.kr/@humaneheart/14


수백 년 동안 버텨온 자신들의 철통 같은 나와바리를 강제로 오픈해야 하는데 과연 은행들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다 보니 누가 봐도 어처구니없는 수수료 체계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수수료 체계를 설계한 것도 은행들이고, 그러한 수수료 체계를 바탕으로 쓰이지도 않을 서비스를 런칭한 것이 금융결제원이고, 나름 혁신적인 핀테크 지원책이라며 생색을 낸 것이 정부 당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은행과 금융결제원의 이해관계와 타성은 무시한 채 이들에게 서울페이의 추진을 또다시 위탁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인지 의아스럽습니다.


공동 QR의 경우에도 다른 생각을 하나 해봅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서로 다른 형태의 QR코드를 사용하고 있어서 중국의 매장에 가면 각각의 QR코드가 따로 붙어 있습니다. 이 상황을 잘 알고 있을 서울페이 추진팀은, 네이버, BC카드, 카카오페이, 페이코, 한국스마트카드 등 5개의 서로 다른 페이 사업자가 통일되지 않은 각양각색의 QR코드를 사용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했겠지요. 그래서 나온 것이 아마 공동 QR 개념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QR코드에 어떠한 정보가 담겨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아래의 것은 카카오페이의 QR코드에 들어 있는 제 개인 계정의 내용이고요,

-https://qr.kakaopay.com/281006011000000015715115196400000


이번 것은 위챗페이에서 따온 것이고,

-https://api.valootcenter.com/wechatpay/papayment/luxarity_home?qr=HbV4XYJpHdkv0000


아래는 알리페이이고,

-https://qr.alipay.com/sta74qiccdalsw0000


다음 것은 TOSS에서 15,000원을 받으려고 할 때 만들어지는 QR코드입니다.

-supertoss://send?amount=15000&bank=%EC%8B%A0%ED%95%9C&accountNo=110311460000&origin=qr


이것을 보시면 왜 공동 QR이 필요한지를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공동 QR이 만들어지면 서울페이 핵심 사업자 중 하나인 카카오페이는 자신들의 기존 QR코드 체계와의 호환을 위한 별도의 컨버팅 시스템이 필요해 보이고 다른 모든 사업자들도 비슷한 상황일 겁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굳이 미리 참여를 선언한 카카오페이 등 5개 사업자가 아니도 누구나 공동 QR을 이용하여 페이먼트 사업을 추진하면 서울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굳이 서울페이의 공동 QR을 오프라인 결제 시장만을 위한 전용 서비스로 따로 운영해야만 하는 걸까요? 차라리 이미 만들어져 있는 은행권 공동 오픈 API의 수수료 체계를 무료에 가깝도록 손을 봐서,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달된 대한민국의 은행공동망을 오프라인 결제건, 온라인 송금이건, 핀테크 산업이건 제한 없이 개방시키는 것이 더욱 낫지 않을까요?


최근 트럼프 때문에 "인터넷 망중립성(Net Neutrality)"이 화두가 되었습니다. SKT나 KT 같은 데이터 "공급자"들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인터넷 사업자"에게 이용료와 속도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겁니다. 만약 카카오가 처음 무료 메신저 서비스를 내놓았을 때, SKT나 KT가 경쟁자인 카카오를 쓰는 사람들에별도의 비싼 데이터 수수료를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혹은 사람들이 카카오에 접속할 때 일부러 인터넷 속도를 버벅거리게 만들었다면요? 카카오는 망했을 겁니다. 지금의 카카오톡은 공정한 인터넷, 평등한 데이터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망중립성의 최대 수혜자이죠.


은행들은 이미 공공재나 다름없는 은행 공동"망"을 공정하게 내어주지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은행들이 모바일뱅킹 송금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며 고객 유치에 활용하지만 핀테크 사업자들에게는 차갑기 그지없지요. 서울페이가 정부기관의 권력으로 은행 수수료를 제로화시키는 과정을 지켜보는 수많은 핀테크 사업자들은 오히려 역차별과 같은 허탈함을 느지 모릅니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산업뿐만 아니라 핀테크 산업에도 반드시 적용되어야 할 원칙입니다.


이미 다 만들어져 있는 금융결제원의 오픈 API 수수료 체계를 PSD2의 권고 수준인 0.2% 혹은 10원 수준으로 낮춰 주면 어떨까요? 굳이 서울페이만을 위한 별도의 시스템 개발도 필요 없이 이미 1천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TOSS와 같은 기존 핀테크 사업자들을 서울페이가 추구하는 영세 소상공인 지원의 동맹군으로 참여시킬 수 있을 겁니다.


서울페이의 콘셉트가 국민들에게 어필이 되자마자, 지역 페이는 물론 제로페이 라는 보편적 워딩을 통해 정부 차원의 사업으로 확장되려는 조짐이 보입니다. 좋은 사업이 더욱 크게 확장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혹시라도 이러한 상황이 사업 자체의 성공보다는 헤게모니 확보를 위한 정부 부처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되네요.


서울페이를 넘어 코리아페이로 진화할 수 있는 대담한 정책을 기대해 봅니다.



미성년자 용돈 플랫폼

우리나라에서는 만 19세가 넘어야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하고, 만 14세 이상이 되어야 본인 명의 통장에 연결된 체크카드 발급이 가능합니다. 그러면 14세가 안된 어린 청소년 유아들은 늘 현금만 가지고 다녀야 하는 걸까요?

만 14세가 어린 나이 같지만 중학교 3학년에 해당됩니다. 요즘 아이들 초등학만 들어가도 알 것 다 알고 할 것 다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일반적인(?) 국민들이 사용하는 신용카드 중심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되니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대한민국 결제 시스템에서 소외된 그룹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러다 보니 부작용이 생겨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요즘 청소년들의 공용 화폐는 상품권과 교통카드입니다. 어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영역에서 상품권의 유통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데 상품권은 실질 유통비용이 거의 10%에 육박하는 고원가 결제 매체입니다. 상품권 사업자들은 판매수수료를 수취함은 물론 미사용 잔액에 대한 낙전수입도 어마어마하며, 선불 판매로 인한 이자수입도 크게 발생합니다. 누군가 돈을 벌면 누군가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고 이는 곧 소비자 전체에게 돌아오기 마련이지요.


우리의 청소년들, 성년들에게만 발급되는 신용카드 위주의 결제 시스템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 너무 어이없지 않으신가요?


서울페이는 은행의 통장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 가능합니다. 스마트폰에 카메라만 달려 있으면 되니까 구형 모델도 상관없고 초저가 알뜰폰도 상관없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도 부모가 동반하면 얼마든지 통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번거롭게 매번 현금을 챙겨 주거나, 교통카드 충전을 해주거나, 상품권을 사주지 않아도 서울페이를 이용하면 청소년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서울페이로 용돈을 받은 청소년들은 밥을 먹건 군것질을 하건 굳이 상품권과 같은 별도의 "끼리끼리 화폐"를 구입하지 않아도 즉시 사용할 수 있지요.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때 "페메"가 카카오톡을 추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페메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말하는데, 페메는 굳이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 없이도 PC에서 메신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은 친구들과의 소통을 원했던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카카오톡 대신 많이 사용하였지요. 그런데 이들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성년이 되어 핵심 소비자층으로 성장하게 되고 어린 시절 자주 접했던 페메를 중심으로 메신저를 쓰게 될 테니 카카오톡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논리였습니다. 이 논리가 맞는지 안 맞는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보아야 알겠지만, 지금 어린 청소년들이 미래의 핵심 소비자라는 사실은 명백해 보입니다.


서울페이 사업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면 미성년자 청소년 학생들을 위한 용돈 플랫폼으로서의 경험이 매우 중요함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어린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유대감이 강하고 또래로부터 소외되지 않으려는 본능도 강하지요. 유행에 민감하니 입소문도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페이가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메인 결제 플랫폼이 되는 순간, 신용카드와의 지긋지긋한 싸움은 종지부를 찍게 될 것입니다.


서울페이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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