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와 교토의 여름 (1)

2024. 06. 24부터 2024. 06. 25까지

by 양양


<2024. 06. 24>


드디어 오사카로 떠나는 비행기 안. 이번 1학기는 참 다사다난했고 열심히 살았다. 오랜만에 (거의 1년 만에) 혼자 가는 해외여행이니 마음껏 놀고 쉬고 올 테다. 생각도 많이 하고.

6월까지는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다음 여정의 나를 준비해야 하기도 하니까. 으아 재밌겠다!

공항에는 언제나 설렘이 가득


하루카 기차 타고 교토로 가는 기차 안. 공항에서 이것저것 티켓 발권하고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아 허둥거렸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아주 순조롭다. 기차 안에서 샌드위치 하나 먹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니 행복감이 밀려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너무 소중한 순간이야

귀여운 키티 열차
이 계란 샌드위치는 꼭 먹어야 한다
기차 티켓


와, 정말 정신없이 돌아다녔네. 열심히 걸어서 숙소에 짐 맡기고 장어덮밥을 먹으러 갔다. 제일 작은 사이즈를 시켰는데도 38,000원은 나오더라. 솔직히 그리 특별한 맛인지도 모르겠는데 말이지. 그래도 뭐 기분 내는 겸 먹었다.

숙소가는 교토의 골목
교토의 시내 풍경
맛있고 비쌌던 장어덮밥


그러고 나서 아라시야마 지역으로 왔다. 역시 관광지여서 그런지 사람이 정말 많았다. 혼여행객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거다... 게다가 날씨가 엄청 덥고 습해서 땀범벅이다. 가방은 또 어찌나 작은 걸 들고 왔는지, 내일은 무조건 백팩이다.

아라시야마에 흐르는 하천
제각각 낭만을 즐긴다


투덜거림은 여기까지고, 좋았던 건 분명해. 여행을 왔다는 게 실감 나기도 하고 교토의 분위기가 이런 건가 싶더라. 말차 아이스크림도 먹고 기대하던 교토 라떼도 마셨다. 와.. 응 커피 교토라떼 정말 최고! 원래 라떼를 즐겨마시는 취향이 아닌데도 반해버렸다.

치쿠린 숲 (대나무 숲)
열심히 커피 만드시는 응카페 직원분들
잊을 수 없는 교토 라떼의 맛

지금은 도게츠교에서 멍하니 앉아있다. 유독 유럽여행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변하는 게 이상한 걸까?

나에겐 여행지, 그들에겐 일상
도게츠교에서의 멍 타임
난 이 시간을 여행 중 가장 사랑한다


가고 싶었던 라이브 바 'room 335'는 예약이 다 차서 결국 가지 못했다. 역시 계획대로 안 되는 게 여행. 뭘 먹기는 싫고, 숙소에 가기엔 아깝고, 이자카야에 혼자 갈 용기도 없어서 결국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숙소로 일찍 돌아왔다. 대체 왜 나는 세련되고 멋진 여행을 하지 못하는 걸까? 꼭 찌질하게 눈치 보거나 꼴이 엉망이 된다. (물론 여행 와서만 그런 건 아니다.)

매정하게 쫓겨난 룸 335


왜 나는 나의 못남과 찌질함을 아직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걸까? 나는 그게 그렇게 괴롭다.

솔직히 못난 것도 나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도 난데. 누굴 원망할 것도 아닌데.

맨날 변하는 상상만 할 뿐, 제자리다. 삶이 달라지는 상상만 하며.. 매 순간 매주 매년 같은 고민을 한다.

평생 이럴 것 같아 두렵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으니까. 내가 내가 아니었다면 좀 달랐을까?


<2024. 06. 25>


싼 게 비지떡이다. 그렇다. 호텔의 시설 자체가 별로인 건 아닌데 먼지가 많은 건지 몸이 간질거리고 방음이 안 돼서 잠을 푹 자지 못했다. 그래도 아침부터 부지런히 '청수사' 돌아보고 혼자 야무지게 당고도 사 먹고, 스타벅스에 와서 커피와 말차 케이크까지 먹는 중이다. 오늘은 교토 시내를 둘러볼 예정이라 너무 설렌다. 비록 비도 오고 컨디션도 최상은 아니지만. 후회가 남으면 안 되니까. 최대한 느끼고 행복하자.

청수사의 아침
아직은 널널하다 좋다
당고당고당고! 이때 이후로 당고에 빠져버렸지


아침에 비가 오는 바람에 우산을 드느라 손이 모자라서 의도치 않게 노래를 듣지 않았다. 노래가 없으면 더 외롭고 심심할 줄 알았는데 내가 놓치고 있던 소리들을 듣게 되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풀소리. 가끔은 지루함과 느긋함이 주는 자극이 있다는 걸 느낀다. 지도만 보며 갈 곳을 열심히 찾아가다가 주변의 풍경을 놓치지 않기를.

이어폰을 빼면 이렇게 다양한 소리가…!


청수사 탐방을 마치고 교토 중심부로 넘어왔다. 드디어 먹고 싶던 '이치란 라멘'을 먹었는데, 역시는 역시다. 너무 맛있더라 정말. 비가 오는 둥 마는 둥 해서 좀 번거롭기는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바람도 좀 불고 아주 덥지는 않았다. 교토 시내는 생각보다 더 북적거리고 볼거리가 많았다. 돈도 없는데 왜 이리 사고 싶은 게 많은 거지? 역시 돈 쓸 때가 제일 신나고 행복해. 사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이게 바로 여행의 맛.

믿고 먹는 이치란입니다
교토의 한 책 방
돈만 많았어도 너흰 다 내 거였어


여행을 하니 확실히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생각을 많이 한다는 건 곧, 나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성실하고 착하다고 평가한다. 나는 왠지 내가 특별한 사람인 것만 같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나는 말로만 노력하는 척 합리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터넷에서 본 '가능성에 중독된 사람'처럼. 물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 사실이 나를 더 괴롭게 하는 건 왜일까? 몸부림치다가도 결국은 다시 돌아오는 걸 보면 나는 이런 나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래서 이젠 함부로 '양양아 해보자!' 하는 자기 다짐도 못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을 포기하진 않을 테지만, 함부로 결론짓지도 않을 거다. 심기일전하는 다짐의 말도 안 쓸 거다. 뜬 구름 잡지 말고 그냥 하루 하루 해야 할 일을 하는데 집중하는 연습을 하자. 흘러가는 대로!


그러니 일단 오코노 미야키부터 먹자.

생강 맛 많이 나던 오코노미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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