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반달살기 일지 (4)

2025. 03. 12부터 2025. 03. 13까지

by 양양

<2025. 03. 12>


오늘은 느지막이 일어나 뒹굴거리고 준비한 후에 'ss1254372'라는 브런치 카페부터 갔다. 베이컨과 아보카도 토스트를 먹었는데 역시 맛있었다! 왠지 오래 있을 분위기가 아니어서 얼른 먹고 나왔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차린파이'에서 유튜버 수코가 추천한 망고 크림 파이를 먹었는데 진짜... 최고! 그냥 내가 달달한 걸 좋아하는 건가. 그럴지도.

치앙마이는 의외로 브런치 맛집이 많다
우리 동네에 있었으면 매일 먹었을 것


생각보다 시간이 남아서 고민하다가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로 했다. 'mee ngren massage'에서 타이 마사지 1시간을 받았는데, 처음으로 불만족스러운 마사지였다. 그냥 문지르는 느낌만 들고, 끝나고 나니 오히려 몸이 쑤셨다. 위생도 그리 좋지는 않아 보였다. 뭐, 이런 마사지도 경험했구나 정도로 생각해야겠다.

마사지샵은 잘 알아보고 갑시다


그리고 카페 'beans liquor'에 와서 해야 할 일들을 좀 했다. 새로 찍을 프로필 예약도 하고, 알바도 깔짝거리며 알아보고. 그런데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앞이 안 보인다. 뭐지? 나 좀 잘못 살았나. 내가 이렇게까지 별 거 없는 인간이었나 싶다. 웃긴 건, 이제 이런 것에 우울해하거나 움츠러들 시간도 없다는 거다. 일단 어떻게든 시작하고, 책임지고, 부딪혀야 한다. 독하게 살아야 한다!! 씩씩해지자!!

카페에서 다들 행복해보이는데 나만 침울


라고 말하자마자 바로 우울해져서 냅다 밥을 먹으러 간 나. '카오소이 님만'에 왔다. 좀 급하게 먹느라 맛있다는 생각을 딱히 하지는 않았지만, '카오쏘이 매싸이'와 비슷한 느낌. 내가 맛에 그리 예민하지 않아서 그런가? 그리고 바로 '7 senses gelato'에 가서 피스타치오와 블루베리 치즈케이크 맛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비싸긴 했지만, 그만큼 양을 많이 주셔서 나름 만족!

이것이 바로 태국의 맛!


숙소 와서 짐을 다시 챙기고는 원님만 쇼핑몰에서 하는무료 요가 클래스를 들으러 향했다. 호텔 수건 깔고 해도 되나 싶었지만, 하루 듣는 거니까 괜찮겠지? 동작 난이도가 막 엄청 높지는 않아서 버겁지 않았다. 다들 비슷한 실력으로 슬쩍슬쩍 선생님을 보며 따라 하는 게 너무 귀엽고 웃겼다. ㅋㅋ

하고 나면 몸이 개-운


수업 끝나고 나오니 원님만 플리마켓이 하고 있었다. 별 것 없을 줄 알았는데, 빈티지 의류들이 가득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귀여운 피규어들도 있고, 악세사리까지.. 스투시 티셔츠가 좀 탐났는데 750바트나 하길래 포기했다.

볼 게 많아서 눈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마지막 날 밤의 아쉬움이 가시지를 않았다. 이대로 숙소로 가기엔 좀 억울한 기분. 그래서 어제 공연이 취소되는 바람에 발길을 돌려야 했던 'ostinato bar'에 갔다. 구글맵 리뷰에서 본 대로 사장님이 엄청 친절하셨다. 술 마신다고 하니 선뜻 콜라를 추천해 주셨다. ㅎㅎ. 그 때문인지 이 바는 모든 이들의 사랑방인듯했다. 서로 들어와서 다들 인사하고, 공연도 부르고 싶은 사람이 나와서 즉흥적으로 부르는 곳이었다.


내 옆에서 거의 8명은 되는 한국인들이 모여 떠들고 술을 마셔서 왠지 그 사이에서의 외로움을 느꼈다. 이 이상한 기시감.. 섞이지 못하는, 소속되지 못한 느낌. 그 뻘쭘함과 머쓱함은 나에게 익숙하다. 본래 인간이라는 동물은 모이면 모일수록 겁도 없어지고 목소리가 커지는 법이니까. 혼자 해내거나 존재하는 건 몇 배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도 그 마음과는 별개로 공연은 참 좋았다. 그 지유로운 분위기를 관망하는 것도 즐거웠고. 그렇게 치앙마이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 밤을 장식할 땐 역시 음악이


<2025. 03. 13>


치앙마이에서 정말로 반 달을 보냈다. 정신없이 여행했더니 어느새 한 달의 절반이 가버린 거다. 정말 치앙마이라는 여행지는 바쁘게 관광하는 목적이 아니라, 여기에 사는 사람처럼 느끼게 만든다. 아침에 9시까지 느긋하게 늦잠 좀 자고 부지런히 짐을 싼 뒤 체크아웃을 했다.

아침의 한적한 치앙마이 거리


아침으로는 'middle 11'에서 아사이볼을 먹었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토핑이나 양이 그리 많지는 않긴 했는데 맛은 있었다. 한국에서는 먹기 힘든 아사이볼이니 이럴 때나 먹는 거지 뭐. 그리고 바로 2차 아침식사 (?) 하러 '까이양 청더이'로. 여기 가게 이름이 너무 꽂힌다.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데 여행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더라? 구운 닭고기와 파파야 튀김을 시켜 먹었다. 닭고기는 그야말로 굽네치킨 오리지널 같았고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의외로 파파야 튀김이 킥이었다. 뭔가 감자채 전 같은 맛도 나고 바삭바삭한 게 계속 손이 갔다. 만족스러운 맛집 인정!

한국에선 왜이리 비싼 것이냐!
닭구이.. 당연히 맛있다 유명한 이유가 있다
파파야튀김이 별미


오늘은 비행기 시작까지 꽤 여유가 있어서 '71 export'라는 4층 빈티지 매장도 가봤다. 사실 옷 자체는 그리 특별하거나 손이 가는 게 없었고, 넓은 매장과 힙한 인테리어가 좋았다. 그래서 왠지 더 아쉬웠달까... 더 좋은 옷들로 꽉꽉 채우면 좋을 텐데 말이다. 뭐, 이것도 나의 개인 의견이니!

빈티지 천국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곳으로


잠시 치앙마이 대학교와 앙깨우 저수지도 가볼까 했지만, 날씨가 말도 안 되게 더워서 바로 포기했다. 괜히 걸었다가 열사병 걸릴지도 모르니까. 게다가 가방도 무거워서 더욱 곤욕이었다. ' paii dough'에 가서 에그타르트도 하나 맛봤다. 원래 소금빵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그새 가격이 오른 건지 100바트가 아니라 125바트더라? 오늘은 현금을 아껴야 하니까 참았다. 에그타르트는 바삭 달달하니 맛있었다.

길거리에서 에그타르트 먹기


그리고 거의 대피하다시피 'Roast8 ry Lab'으로 원래 여기는 라때, 플랫화이트가 유명한 곳이어서 시도해보려고 했으니, 너무 덥고 목이 말라서 홀린 듯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 더워서 탈진하는 줄. 헥헥.

라떼 아트로 상 받은 카페라고 하니, 도전해보시길


커피 한 잔 다 마시고, '볼크스 베이글'에 갔다. 내가 너무 기대한 걸까. 베이글은 정말 별로였다. 이래서 리뷰에 좌우되면 안 된다. 그냥 냉동 베이글을 에어 프라이어에 돌려서 주는 것 같았고 심지어 크기도 손바닥만 했다. 어이없어서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역시 뭐든 기대만큼 되는 건 없다.

정말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먹어보고 싶었던 아보카도 스무디도 요즘엔 팔지 않는다고 하고, 심지어 21:50 출발이던 비행기가 22:40으로 미뤄지는 바람에 또다시 계획이 모두 엉망이 되었다. 그치만 이제 당황하지 않는다. '차트라뮤'에 와서 밀크티 한 잔 시켜두고 야외에 나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마저 다 읽었다. 해도 좀 가셔서 그리 덥지도 않고 책도 술술 읽혔다.


삶도 마찬가지다.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의도하지 않았던무언가가 행운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기대하지 않았던무언가가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러니 꼭 좋은 게 좋은 것만도 아니고 나쁜 게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바람 솔솔 불며 멍하니 앉아 책을 읽었던 시간도 이 여행의 베스트 순간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다!

잊지 못할 순간. 여전히 생생하다


마지막으로 받은 'chanya massage' 처음에는 좀 덥고 답답했는데 끝으로 갈수록 너무 좋았다. 진짜 정통 태국 마사지를 받은 느낌.


마사지가 끝나니 이상하게 속이 울렁거리고 온몸에 힘이 없어서 살짝 힘들었지만, 원래 계획했던 'nostalgia vintage' 가서 구경하고, 남은 돈으로 100바트짜리 티셔츠도 샀다. 마지막까지 꽉꽉 채운 알차 소비다. ㅎㅎ.


편의점에서 간식 사고 무사히 비행기 타고 한국 귀국. 오는 길에 옆 할머니 할아버지 악취 때문에... 정말 괴로웠지만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 오니 비행이 길진 않아서 견딜 수 있었다.

또 받고 싶다. 필요하다. 타이 마사지
마지막까지 뽕을 뽑고 가려는 나의 의지
자, 집에 가자

**

여행은 무언가를 해결해주진 못한다.


고민의 명쾌한 해답을 주는 것도 아니고,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시켜 주지도 않는다. 나는 한국에 오자마자 다시 현실에 던져졌으니.. 그래서 더욱이 꿈꾸는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2주간 치앙마이에서 한 템포 쉬어간 건 참 잘한 일이다. 행복한 순간도 많았고 위로받은 순간도 많았다. 생각도 많이 했고. 치앙마이라는 도시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치앙마이 사람들은 어딘가 권태로워 보인다.

그런데 그 권태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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