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06부터 2025. 03. 08까지
<2025. 03. 06>
왜 자꾸 잠을 설치는지. 어제도 자꾸만 깨서 잠을 잤는데도 개운하지가 않다. 그래서 그냥 일찍 일어나 손빨래도 하고, 챙겨 온 자문자답 다이어리도 쓰고, 남은 영화도 마저 봤다.
그리곤 10:30분이 되자마자 바트커피로 향했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벌써 사람이 많았다. 시그니처 커피를 시켜 마시는데, 옆자리 여자분께서 말을 거셨다. 느껴지는 극강의 외향형 기운..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먼저 같이 점심을 먹자고 제안하셔서 정말 당황스러웠지만(?) 거절에 취약한 나는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함께 블루누들에서 갈비국수를 먹고 있었다.
40대이시고 이름은 민정. 꽃집 사장님이라고 하시는데 너무나도 어울리는 직업이다. 아이를 출산하신 뒤 남편 분께서 쉬다오라고 하셨단다. 이 분 역시 여행이 취미임이 물씬 느껴진다. 어쩌다 보니 이따 재즈바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어떻게 이렇게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 없이 자연스러우신 걸까? 한편으로는 적당히 핑계 대며 둘러댈까도 고민했지만. 그래. 또 언제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겠어. 너무 선 긋지 말고 유연하게 해 보자.
그나저나 치앙마이 참 덥다. 오후에 돌아다닐 땐 정말 살이 다 타버리는 느낌. 그래도 열심히 걸어서 'Love 70s' 빈티지 샵도 구경하고, 왓 록 몰리 사원도 들렀다.
오늘의 카페는 <아카 아마 프라싱>. 워낙 사람이 많은 카페라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북적거리지 않았다. 오렌지 커피도 참 신기하고 맛났고. 일부러 노트북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냥, 오늘 하루는 좀 낭비하면서 보내도 괜찮잖아. 마사지받기 전까지 책도 좀 읽고 멍도 때려야겠다.
카페에서의 시간이 지루해질 때 즈음 마사지 예약 시간이 다 되어서 마사지를 받았다. 뭉친 곳들은 많이 아팠지만 다 받고 나니 참 개운하다. 그리고 다과로 주신 파인애플 맛 과자가 너무 맛있었다.
새로 업로드된 학교 후배 A양과 B양의 블로그를 구경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부러워하는 게 의미 없다는 거 알지만 또다시 울적해졌다 어쩜 나에게 없는 걸 다 가지고 있는지. 이 두 사람은 언제나 사람들 사이에 둘러 쌓여있고, 활기차고, 건강하고, 예쁜 얼굴을 가졌다. 게다가 꼬이지 않은 성격과 낭만적인 일상들, 배우로서도 길을 잘 밟아가고 있다. 내가 후보에 올랐던 학과 영화제의 여우주연상도 결국 나 대신 A가 수상했지.
매번 내 머릿속에서만 펼쳐 놓는 일기들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또다시 깨닫게 된다. 나는 내 안에서만 살고 있다.
<2025. 03. 07>
어젯밤, 노스게이트의 재즈펍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엄청 정신없을 것 같아서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정말 좋았다. 치앙마이의 아이돌로 유명한 3D 밴드의 공연도 우연히 보게 되었고, 2부 연주도 낭만적이었다. 내 속까지 음악으로 꽉 채워지는 기분. 조금은 울적했던 내 마음을 온전히 위로받는 것만 같았다. 잊을 수 없을 치앙마이의 best 3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어느덧 금요일이다. 치앙마이에 있으면 이렇게 하루하루가 녹아버릴 것만 같다. 오늘은 먹방 투어의 날!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좀 밍기적 거리다가 <딥디바인더>에 가서 내내 마음에 남아있던 양말을 구매했다. 초록색 꽃무늬 양말이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청바지에 신어야지.
그리고 오늘 그렇게도 고대하던 제니의 'ruby' 앨범이 나와서 전곡을 재생하며 걷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
첫 먹방코스는 <넹무옹옵>의 항아리 구이. 고기는 딱 생각한 느낌이었는데, 옥수수 솜땀이 기가 막혔다. 먹기 전엔 입에 맞을까 걱정했는데 새콤 매콤하니 엄청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그리고 다음은 <반피엠숙>의 코코넛 크림 파이. 역시 케이크 러버인 나에게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혼자 보다는 둘이 먹기에 더 적당한 양이긴 했지만... 씹히는 코코넛 식감도 좋고 입 안으로 가득 들어오는 크림도 황홀하다. 가격이 좀 사악하긴 하다. (심지어 아침으로 먹은 항아리 고기와 솜땀보다 비쌌다.)
아직 끝나지 않은 먹투어. <chez nous wat ket>이라는 카페의 크로와상이 유명하다고 해서 먹으러 왔다. 배가 너무 부르긴 하지만, 오늘의 마지막 끼니라는 마음으로... 캐러멜 바나나 크로와상을 먹는 중이다. 파리에서 먹어봤던 만큼은 아니지만 꽤 맛있는 편인 듯하다.내가 크로와상만 달랑 먹고 간다고 하니 직원이 살짝 눈치를 주기는 했지만, 뭐 어쩌겠어요. 나에게는 커피를 마시려고 찜해둔 또 다른 카페가 있단 말입니다!
헐. <gateway coffee>가 폐업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나의 하루. 심지어 입고 나간 원피스의 끈까지 끊어지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급하게 끈을 묶어서 조치를 취하고 카페는 <레어파인즈 북스토어>로 왔다. 그래도 여기 참 마음에 든다. 사장님과 내 취향이 꽤나 비슷한 듯하다. 빈티지 옷들과 좋은 책들, 귀여운 소품들과 식물들까지. 너무 취향이잖아! 이곳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마저 다 읽고, 제니의 뮤직비디오도 보고.
더위가 점점 가신다.
<2025. 03. 08>
치앙마이에서 보내는 첫 주말. 뭐, 크게 다를 바는 없다.
아침에 <twenty mars> 카페에서 모닝커피를 마셨다. 바트 커피와는 살짝 다른 맛의 더티라테였다. 여기가 조금 더 연하고 건강한 맛(?)이라고 해야 할까.
커피를 마시며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을 읽었다. 묘사가 길고 많아서 가독성은 떨어지지만 헤르만 헤세 특유의 문체와 생각들은 언제나 마음에 든다. 물론 여전히 내 최애는 '싯다르타'
그리고 12시 오픈 시간에 맞추어 <앨리스 키친>으로 향했다. 사람이 몰리면 정신없고 음식이 늦게 나온다고 하길래. 재빨리 똠얌 누들과 세서미 치킨을 시켰다. 내 인생 첫 똠양꿍. 향신료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도 잘 먹었다. 물론 2번 먹을 것 같지는 않지만..ㅎㅎ 한 번쯤은 시도해 보기 좋은 점심 메뉴였다. 배가 매우 부른 상태이긴 했지만, 근처에 찜해둔 망고 스티키 라이스 집이 있어서 안 가볼 수가 없었다. 저번 망고 스티키 라이스는 실패였으니, 재도전해야지. 그리고 맛있었다! 둘의 조합이 이상하지 않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햇빛 쨍쨍한 골목들을 약 20분 정도 걸어 카페에 왔다. <your project> 좌석이 편안하거나 많은 곳은 아니지만 흘러나오는 음악이 너무 좋고 공간이 귀엽다. 치앙마이에서 가볼 수 있는 카페란 카페는 정말 다 가보는 것 같다. 더위를 좀 식혀야겠어. 다행히 오늘 손님이 많지 않아서 편~안 한 소파 자리에 앉아 넷플릭스도 보고, 유튜브도 보니 시간이 훌쩍 갔다. 자문자답 다이어리도 쓰고.
지금 한 가지 걱정거리는 구강 건조증이다. 제발 올해 건강하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세상은 어쩜 이리 무심한지.. 성한 곳이 없다. 계속 입과 혀가 건조하고, 속은 쓰리고 잇몸까지 아프니. 한국 돌아가자마자 치과부터 가야겠다. 나는 정말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는 사람. 언젠가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가다 보면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으려나?
카페에서 나와 엄마가 추천해 준 <kalm village>에 왔다. 도착하자마자 인형 같은 고양이가 입구 앞 의자에서 떡하니 잠을 자고 있다. 왠지 뻔뻔한 모습이다ㅎㅎ. 전시도 있고, 도서관 겸 카페와 샵들이 위치하고 있다. 가운데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도 있다. 평화롭다. 여기서 요가 수업을 받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
***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연습을
계속해야겠다.
천천히, 깊게, 온전하고 충만하게.
나는 나를 다스릴 수 있다. 나는 나를 믿는다.
내 앞에 놓은 알 수 없는 미래는
내가 하루씩 살아갈수록 자연히
그 실체가 드러나게 될 테니 너무 두려워말자.
그저 지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면 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타인의 인정이나
외부적 명예와는 관계없는 오롯이 나만이 가진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