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와 교토의 여름 (2)

2024. 06. 26부터 2024. 06. 28까지

by 양양


<2024. 06. 26>


역시 여행은 피곤해야 제 맛. 다이나믹하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교토에서 오사카로 이동했다. 그리고 나는 일본의 지옥철을 (...) 경험해 봤다. 숙소에 무사히 도착해 짐을 맡기고 오사카 성으로 출발!

바리바리 싸들고 지옥철을 탄 수상한 여자= 나


확실히 오사카가 조금 더 북적이고 정신없는 느낌이다. 천수각 내부를 보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무슨 영웅처럼 해두어서 좀 기분이 묘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만한 원수가 없는데 일본에선 존경을 받는다니.

천수각을 다 둘러보고 수상버스를 타러 왔다. 많은 곳을 둘러봐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이럴 때일수록 천천히 주변 경치를 둘러보며 여유를 즐길 거다. 원래 그런 순간이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

마냥 감상할 수만은 없던 오사카성
한 낮의 수상버스도 매력있다


오사카는 교토와 달리 정말 정신이 없다. 사람도 많고 한국으로 치면 명동 느낌이랄까?

프라이탁 지갑, 스투시 반팔, 자라 샌들까지. 사고 싶은 게 정말 많았는데 하나도 못 샀다. 다 품절되거나 상품이 없었다. 양손 가득 쇼핑하고 싶은 욕구만 한 가득이다.

크루즈를 타고 우메다 지역으로 이동해서 규카츠를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신기했고 맛도 있었다.

우메다 공중정원에서 경치도 봤고, 기대하던 하나타코도 먹었다. 다코야키 위에 파가 잔뜩 올라간 메뉴다. 맛은 기가 막힌데 사람이 너무 많으니 무슨 정신으로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메다 지역에는 백화점과 쇼핑몰이 밀집되어 있는데, 이제는 쇼핑도 그 물건이 그 물건처럼 보인다.

우메다로!
먹는 방식이 귀여운 규카츠
공중정원에서 경치 구경
네가 그렇게 인기가 많어? 어?


나카자키 거리에 왔다. 이 거리는 카페도 많고 아기자기, 고즈넉하다. 역시 나는 이런 곳을 훨씬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 정말..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 흑흑. 하긴 오전 6시부터 일어나 걸어 다녔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참 좋다. 이러나저러나 여행만큼 행복한 게 없지.

나를 환영해주는 것만 같다
지친 나에게 휴식을 준 카페


으아아... 정말 미친듯한 하루다. 햅파이브 관람차 타고 오사카 넘어와서 프라이탁과 빈티지샵을 둘러보고는 도톤보리 쪽으로 넘어갔다. (숨차다 헥헥) 그런데.. 각오는 했지만 도톤보리에도 사람이 정말 많았다. 게다가 오래 서있었더니 발과 다리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아주 기가 쪽쪽 빨리더라. 사람이 없을 줄 알고 간 오코노미야키 집은 1시간 가까이 웨이팅을 해야 하는 집이었다. 기다림은 괴로웠지만 그만큼 맛있어서 순식간에 용서가 되었다. 야끼소바 대박 맛집.

혼자 타는 관람차. 나름 좋다
못사서 미련 남은 프라이탁
뭐든 장인 정신이 있는 사람은 참 멋지다
당연히 맛있다


9시에 미리 예약한 원더크루즈를 탑승했다. 크루즈를 타고 야경을 보는데 진심으로 행복했다.

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바람.

도시가 주는 짜릿함
이걸 실제로 보긴 보는구나. 난 네가 친구들 인스타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어


<2024. 06. 27>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간 날. 이 규모의 놀이공원을 혼자 가는 여자가 있다고? 그렇다. 그게 나다.

심지어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오픈런까지 성공했다.

미친 규모의 인파


닌텐도 월드: 요시 어드벤처, 마리오 카트

쥬라기 월드: 더 플라잉 다이노소어

애머터 빌리지: 죠스

워터월드 공연 관람

원더랜드: 헬로키티 컵케이크 드림, 엘모의 고고 스케이트 보드, 날아라 스누피

할리우드: 할리우드 드림 더 라이드

미니언: 미니언 메이헴

해리포터: 풀라이트 오브 더 히포피프, 해리포터 앤드 더 포비든 저니


야무지게도 놀았다


가끔은 나도 이렇게까지 미친 듯이 뽕을 뽑는 내 자신이 낯설다.

아무튼! 확실히 자본의 맛이 느껴진달까. 놀이기구 하나하나 정말 실감 나고 그 속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다이노소어와 죠스, 워터월드가 특히 인상 깊었다. 물론 사람도 많고 줄을 기다리느라 발이 아팠지만.. 그나마 혼자 갔기 때문에 '싱글 라이더'로 덜 기다릴 수 있었다. 대신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고 긴 시간 줄을 기다릴 때 좀 외롭긴 했다. 그래도 나는 야무지게 놀았지!


6시쯤 나와서 오사카 난바 쪽으로 다시 넘어가는데 이미 체력은 바닥난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지하철을 2번이나 잘못 탔다. 진짜 지쳤었나 보다. 야키토리를 저녁으로 맛있게 먹고 나왔는데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쏟아지는 게 아닌가. 하필 우산도 안 들고 온 날. 어쩔 수 없이 550엔을 주고 우산을 샀다.

정신없고 힘들어서 오사카의 밤을 즐기진 못했고 숙소에 돌아와 간식을 먹으며 마무리했다.

하루가 정말 길다.

내일이면 벌써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시원섭섭하다.

힘들어서 더 꿀맛이었던 야키토리


<2024. 06. 28>


얼마나 피곤했으면 알람도 못 듣고 늦잠을 잤다. 부랴부랴 대충 모자 쓰고 체크 아웃.

정말 정말 기대했던 '브루클린 컴퍼니'에 왔다. 아, 진작 올 걸.

내가 가장 사랑하는 분위기의 카페다. 좋은 음악과 맛있는 커피, 힙한 사람들. 마지막 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정말 다양하고,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 이런 것들이 베스트가 아닐까?

웰컴 브루클린 컴퍼니
커피 정말 맛있었다
사람들도 멋졌다
각자의 방식으로 비 오는 아침을 즐기는



사실 일본 여행 내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욕망이 컸다. 순간순간 밀려오는 자기혐오와 복잡한 마음들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러 쓰거나 정리하지 않았다. 써야 해서 써야 하는 느낌이어서 싫기도 했고, 이젠 그런 식으로 또다시 나를 다독이려고 하는 게 무의미하고 지겹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실제의 나와 꿈꾸는 내가 너무 달라서 고통스럽다. 내가 되고 싶은 나를 향해 열심히 달려도 용수철처럼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오고 만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나의 모습은 뭘까? 그걸 정확히 알고 그런 모습이 되어야 비로소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니다. 그건 분명하다. 엄청난 돈이나 명품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스타를 바라지도 않는다. 물론 그런 인생 역시 짜릿하고 재미는 있겠지만 그걸 목표로 두고 인생을 살고 싶진 않다.

나는 그저... 나만의 멋과 취향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을 뿐이다.


차라리 내가 낙천적이고 무던한 유형의 사람이었다면 이런 나도 그런대로 용서하고 편안히 살았을지도 모를 테지만, 이 와중에 성격도 베베 꼬여있다. 강박적이고 성격도 급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어려워한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는 분명히 사랑스러운 나도 있으니까. 다정하고, 열심히 하고, 절대 내 삶을 포기하지 않는 나. 힘들고 스트레스받더라도 그런 나를 잃고 싶지 않다.


원래의 나는 뭔가를 다짐할 때 내가 성취해야만 하는 것들을 적기 일쑤였다. 그리고는 그걸 해내지 못하면 나를 무자비하게 채찍질했다. 물론 이번 여름에도 내가 해내야만 하는 것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걸 굳이 강박적으로 정리하진 않겠다.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니까.

그저 이번 여름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잘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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