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평생 사람을 통해 배움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특별한 일을 만난 사람처럼,
아무 일이 없는 날에도 새로운 일을 시작한 사람처럼,
매일의 생 앞에서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살고 싶다.
내가 늘 만나는 나의 동료들,
그날 만나게 될 나의 환자들을
가장 소중하고 귀한 한 사람을 만나는 마음으로
반갑게 맞이하고 싶다.
나의 눈과 귀를 통해 배운 것들,
부족한 나를 조금씩 더 나아지게 본을 보여준
선생님, 선배님, 그리고 나의 동료들을 생각한다.
환자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기 전에
손으로 감싸 그 청진기의 온도를 높이던 모습,
다정한 손길로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환자의 손과 아픈 배를 만지던 모습,
환자의 증상 호소에 대해 그 어떤 사소한 이야기도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듣던 모습,
진료받으러 내원한 환자들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의자에서 일어나 인사하던 모습,
환자의 모든 궁금증을 다 듣고
가능한 가장 쉬운 말로 정성껏 설명하던 음성,
다른 일에는 도무지 화를 내지 않지만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될 것 같은 일에는
불같이 화를 내던 모습,
병원에서는 철저히 원칙적이고 차갑지만
회식 자리에서는 잔나비 노래의 감성을 이야기하던 모습...
막연하던 좋은 의사의 모습을
앞서 걸어간 그들의 뒤에서 보았고 배웠다.
내가 좋은 의사가 되고 싶게 해주는,
닮고 싶은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
나의 자랑이 되었다.
내가 걸어가고 싶은 길을 이미 걸어간 사람들,
내가 가야 할 방향을 미처 깨닫지 못했을 때
이미 그 길 위에 서서 뒤돌아 나를 보아준 사람들과
가까이서 함께 할 수 있음이 축복이었다.
얼마 전 대형병원 흉부외과 교수님의 부고를 뉴스를 통해서 보았다.
그분의 연구실 서류들 사이에는
평소 사용하던 만년필로 직접 쓴
기도문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연구실 벽 게시판에도 기도문 한 장이 있었다고 한다.
... but what can I do in the actual healing process?
Absolutely nothing.
It is all in God's hands.
그분의 겸손함과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 기도문을 바라보고 수술실로 향하기도 했을
그분의 뒷모습을 나는 또 바라본다.
내가 선택한 길이 의미 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람들 뒤를 나도 따라 걷고 싶다.
홀로 빛나는 의사보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
'참 좋았던' 의사가 되고 싶다.
'내가 만난 의사 중에 이런 사람이 있었지' 하고
다정하고 따뜻하게 기억될 수 있는 의사로
조금씩 발자국을 남기는 하루를 살아내고 싶다.
삶은 평생 사람을 통해 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