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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May 28. 2019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왜 행복할까?




아내의 뱃속에서 나온 아이가 처음 젖을 먹던 모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처음 젖을 물었던 아이의 입은 별로 나오는 것이 없던 아내의 젖을 힘껏 빨아댔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쉽게 떼어내지 못했다. 결국 준비된 분유를 타서 아이의 허기를 채워줬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이의 먹는 모습을 보는 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모유를 먹는 아이가 이유식을 먹고, 다시 다양한 음식을 먹게 되는 그 순간들은 아이가 처음 맛보는 것들에 반응하는 모습들을 마음에 담게 만든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먹을 것을 준다는 건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우리의 부모님이 우리에게 밥을 만들어 먹이거나 집이 아닌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사줄 때, 부모님들은 우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했을 것이다. 그 즐거움은 나와 아내에게도 찾아왔다. 아이에게 음식을 먹이는 일은 쉽지 않다. 많은 것들을 거부하고, 뱉어낸다. 고개를 흔들며 먹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아이가 먹게 만들고, 바쁜 입놀림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마음속 한켠에 안심이라는 것이 자리 잡는다.


나: 당근이가 먹는 거 정말 이쁘지 않아요?
아내: 그쵸. 생각해 보세요. 당근이가 젖 먹을 때, 완전히 몰입해서 먹던 표정이요. 지금은 맛있는 걸 먹을 때 몰입하잖아요.
나: 좋아하는 걸 주면 눈빛이 달라져요. ‘응? 이거 나 좋아하는데’ 하면서 빨리 달라는 표정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아내: 안 먹을 때, 답답하긴 한데 그래도 좀 먹는 걸 보면 안심이 되네요.
나: 다 똑같구나. 나도 당근이 먹는 거 보면 좋더라고요. 그래서 자꾸 초콜렛을 사주게 되네요. 하하하.
아내:자기야! 달콤한 거 너무 많이 사주지 말아요!!


이렇게 누군가가 먹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은 원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질일까? 얼마 전 동물원에 갔을 때였다. 당근이나 과자 등 동물들이 간식으로 먹는 음식을 구입하여 직접 아이에게 먹이를 주게 했다. 수많은 아이들이 말이나 개, 토끼 ,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고 그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본다. 모든 아이들에게 한결같은 표정이 나온다. 먹이를 주고 나서는 동물들이 먹는 모습을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더 달라는 동물들의 몸짓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다시 음식을 건넨다.



그 아이들의 표정에서 나와 아내의 모습을 봤다. 아니 모든 부모들의 표정을 본 것 같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고 잘 먹기를 바란다. 그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본성과 같다. 그래서 아이가 잘 먹으면 행복하고, 아이가 잘 먹지 않으면 걱정한다. 우리가 느끼는 사랑의 종류에는 음식을 나누고 먹이는 행위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먹는 행위도 수많은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니까 그런 즐거움을 같이 나누고 싶은 것은 수많은 사랑의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처음 아내의 집에 갔을 때, 장모님은 수많은 중국 요리들을 해주셨다. 가정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요리를 아마 그때 먹었던 것 같다. 겉모습은 차가웠지만 사실은 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행동을 보고 나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잘 먹는 모습을 보고 다른 친구와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셨다. 국적은 다르지만 자기 자식이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예비 사위의 성향을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먹는 행동에 대한 것이었다. 그 첫 순간부터 지금까지 장모님은 한결같이 내가 집에 가는 날이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 재료들을 사두시고 요리해 주신다. 우리가 먹는 모습을 보는 장모님은 슬쩍 밥 한 공기를 옆에 더 가져다 두신다. 그럼 나는 더 먹을 수밖에 없다. 잘 먹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아니까.


요즘 여러 가지 TV 프로그램들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건 한 때의 유행이겠지만 이미 우리 모두는 주변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다. 그들이 먹는 모습을 보고, 같이 먹고, 서로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다. 어쩌면 우리 삶은 평생에 걸친 먹방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하루 3번 이상은 식사를 해야 하고, 다양한 간식도 먹어야 하니까.


매일같이 아이에게 밥을 먹인다. 빵, 면, 밥 등 이제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아이는 대부분은 잘 먹는다. 특히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는 정말 쉼 없이 먹고 더 달라는 말을 한다. 그렇게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이가 너무 이뻐 보인다.


예전에 아버지가 퇴근할 때 늘 간식거리를 들고 오시던 생각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때 아버지도 같은 감정이었으리라. 나도 퇴근길에 여러 가지 간식들을 사서 집으로 온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갈 때, 나를 보고 신나게 뛰어오는 아이의 모습, 그리고 내 손의 간식을 받아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걸 먹는 모습은 포기할 수 없는 어떤 행복의 한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퇴근길에 과자 하나를 들고 현관문 앞에 선다. 머릿속에 아이가 뛰어오는 모습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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