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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 Jan 04. 2022

매콤한 인생엔 등갈비 김치찌개

음식솜씨 꽝인 엄마의 인생 레시피

 평소 매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네가 엄마가 만든 음식 중 그래도 가장 좋아해 준 것이 등갈비 김치찌개였어. 음식 솜씨 별로 없는 엄마가 그래도 좀 자신 있어하는 요리이지. 후훗!


 엄마는 오빠와 네가 갓난아기였을 때 모유를 먹이고 이유식도 직접 만들어 먹었지. 너는 기억이 물론 안 나겠지만 말이야. 그래서인지 어릴 때는 편식도 없이 모든 음식을 너무 잘 먹었어. 학교에서 언젠가 설악산 현장체험학습을 가서 다 함께 산채비빔밥을 먹을 때 친구들 중 너 혼자 비빔밥에 나온 나물을 다 먹었다고 자랑하기도 했지.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 때인가부터 편의점 음식을 사랑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엄마가 만든 음식이 아닌 '불닭볶음면'과' 뿌링클'이 되었지.


 어떻게 생각하면 엄마 탓이 더 많은 거 같아. 엄마가 직장에서 늦게 오는 날은 언제나 배달음식을 먹었으니까. 집에서 가까운 분식집 ‘끼니와 새참’에서 돈가스를 제일 많이 주문해 줬던 것 같아. 그리고 아니면 컵라면과 주먹밥, 그리고 간혹 치킨을 주문했지. 치킨은 당연 뿌링클이고 말이야.


 앞으로 고등학생이 되고, 그리고 3년 후면 대학생이 되어 엄마 아빠와 떨어져서 지내게 될 것을 대비해 엄마는 너를 위한 레시피를 남겨놓으려고 해. 앞으로 가능하다면 일 년 동안 일주일에 한편씩 레시피를 써볼 거야. 네가 좋아하는 음식, 엄마가 잘하는 음식, 그리고 함께 만들어 본 싶은 음식 등 엄마 집밥 레시피를 남겨놓는 거지. 엄마 음식 솜씨를 익히 알고 있는 네 성격에 크게 기대하지 않을 걸 알지만... 그래도 네가 세상으로 나가 혼자 외롭게 생활하더라도 따끈한 집밥을 해 먹으며 너만의 온기를 잃지 않았으면 해.




 항상 학교 다녀오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풀어내 주는 우리 딸 항상 고마워. 다른 아이들은 가족에 살갑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고 해서... 하지만 기분이 좀 안 좋거나 풀이 죽어 집에 온 날은 엄마도 맘이 짠하지. 그럴 때 우리 딸은 매콤한 음식을 먹는 걸 좋아하지. 그래 기분이 다운되고 일상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불닭볶음면도 좋지만 등갈비 김치찌개를 해서 먹어보렴. 


 우선 등갈비를 찬물로 여러 번 헹궈줘. 그리고 냄비에 등갈비를 넣고 냄비가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통 후 주를 10알 정도 넣고 15분 정도 삶아. 여기에 월계수 잎을 넣어도 좋지만 없어도 괜찮아. 엄마도 보통은 통후추만 넣고 삶으니까. 그러고 나서 삶은 물은 버리고 찬물에 등갈비를 헹궈야 해. 그래야 잡냄새를 잡을 수 있어. 


 다 헹궜으면 다시 냄비 밑에 묵은지를 깔고 등갈비를 올리고 물을 좀 넣고 푹 끓이면 돼. 참 쉽지. 양념은 마늘과 양파 썰어 놓은 것만 넣으면 끝이야. 파가 있으면 대파든 쪽파든 조금 넣어도 좋지만 없으면 안 넣어 돼. 엄마도 그러거든. (인생에서 좀 없어도 되는 것들은 패스해도 인생 실패하지 않듯이.) 등갈비 김치찌개는 김치만 맛있으면 게임 끝이야. 역시 할머니 김치는 맛있으니까. 할머니 김치에는 약간의 조미료가 들어가 있어서 감칠맛이 훌륭해. 등갈비 김치찌개가 푹 끓으면 간을 좀 봐봐. 혹시 좀 싱거우면 국간장을 조금 넣고 더 매콤하고 싶으면 고춧가루를 좀 넣으면 돼. 벌써 다 됐어.


 우리 딸은 맛있게 끓여진 등갈비 김치찌개에 계란찜이나 계란 프라이를 곁들여 먹는 것을 좋아하지. 매콤한 음식엔 역시 부드러운 계란찜이 참 잘 맞아. 물론 계란 프라이도. 이제 이쁜 그릇에 등갈비 김치찌개를 담고 갓 지은 밥을 푸고 계란찜을 곁들여 먹도록 해봐. 등갈비가 푹 삶아져 부드럽게 뜯길 거야. 또한 밥에 김치 하나와 계란찜 한 숟갈을 올려 먹으면 너무 맛있지. 호호 불어먹는 등갈비 김치찌게와 계란찜, 이런 추운 날에도 제격이야. 추운 날 집에 와서 귀찮다고 편의점 음식 사 먹지 말고 해 먹어보렴. 추위가 사르르 녹으면서 밥 2 공기 뚝딱할 거야.



  

 이 등갈비 김치찌개는 네가 좋아하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해주어도 참 좋아. 엄마는 학창 시절에 엄마 친구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준 적은 없는 것 같아. (물론 모임 장소가 다 식당이나 레스토랑에서 만나서 그렇긴 하지만 음식 솜씨가 없어서 말이지.) 참 엄마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못해 본 것 같아. 그래서 우리 딸은 세상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살기 바란단다.

 세상 모든 엄마가 그렇겠지만 엄마는 네가 우울한 날보다 행복한 날이 더 많길 바란단다. 매일 행복해지고 싶으면 매일 맛있는 밥을 먹으렴.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 우리 식탁에 있단다. 맛있는 밥 한 숟가락에도 행복은 담겨있다는 걸 기억하렴.    




© 침샘공작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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