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집을 계약하러 왔을 때 쉼 없이 짖던 녀석이 있었다.
시끄러울 정도로 쉼 없이 짖던 녀석.
크게 개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거슬릴 정도로 짖어대는 통에 절로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계약을 하기로 하고 다시 집을 또 보러 갔을 때
전 세입자는 쉼 없이 짖어대는 그 녀석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똑똑한 녀석이라고.. 집 잘 지킨다고..
그리고 그가 말했다
"키우실래요? "
그때 알아봤어야 한다. 그가 그런 반전을 연출하리라는 것을..
디데이가 되었다. 그전 세입자가 제대로 정리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고
펜션 오픈을 앞두고 우리 역시 하루빨리 손보고 정리에 착수해야만 했다.
그리고 다시 그곳에 도착했을 땐 담 넘어 그 녀석이 우리를 보고 짖고 있었다.
'하.... 뭐냐? '
'개 왜 안 데려갔냐? '
그 녀석 입장에선 본인 집에 우리가 들락날락하고 있으니 본능을 다해 열심히 짖어댔다.
본인 주인은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았을 테고 본인 집이라 생각한 그곳에 또 다른 냄새를 풍기는 우리가 있으니
그 녀석 입장에서는 목구멍이 찢어지도록 짖고 또 짖었으리라.
옆집 아주머니는 주인이 육지로 이사 갔는데 집 공사하면 데리고 간다고
잠시 맡겼다고. 한 달 후면 데리고 간다고 하더라. 혹시나 시끄러우면 위치를 옮기겠다고 말씀하셨다.
한 달.. 그래 뭐 그들도 사정이 있으니 한 달 중 반은 공사로 시간을 보낼 테고
손님한테 계속 짖으면 자리를 옮기다고 옆집 아주머니가 배려해주셨으니
그러려니 했다. 아무리 개지만 주인이 버리고 간걸 본인도 알터인데..
얼마나 스트레스받겠나 싶어 한편으로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그 녀석의 주인은 소식이 없었다.
원래 녀석의 엄마가 살고 있는 집에 (분양을 옆집에서 해주셨다고 했다)
다시 엄마 곁에 두었지만 주인이 버리고 갔기에 그 녀석 스트레스는 보통이 아니었을게다.
옆집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사랑으로 돌봐주시고 밥도 챙겨줬지만
그 사랑에 바로 보답하기는 어려웠던 녀석의 마음.
급기야 아저씨 팔을 물었고 119를 타게 만들었으며 아주머니 팔 역시나 물어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주인에게 버려진 녀석.
곧 데리러 올게~라는 희망고문을 남기고 떠나버린 주인.
사랑으로 감쌌지만 상처만 남은 새 주인.
새 주인은 예전 주인에게 물린 사연을 이야기하며
어서 서둘러 개를 데려가라 했지만 이번 달 말, 다음 달 꼭 간다던 약속은 잊은 채
한 달, 두 달 시간은 흘렀다.
그녀석은 어느 날부터 포기한 듯하다. 본인 집이 이제 저 사람들 집인가 보다 인지하는 데는
약 한 달이 걸린 듯했다. 우리를 봐도 이제 왔니? 하며 담벼락 위로 쓰윽 쳐다보기 시작했다.
목이 찢어져라 짖고 또 짖던 녀석. 예쁜 외모라도 가졌더라면 살짝 애정이 갔을지도 모른다.
너무 외모지상주의 발언인가? 얼룩덜룩한 털에 사람만 보면 짖어대니 그저 시끄럽고 짜증 났던 녀석.
몰랐는데 일본에서 알아주는 혈통 있는 개 란다. 사냥은 물론이고 똑똑하기로 알아주는 녀석이라고.
어느 날부터 우리 가족을 보는 녀석의 눈빛에 힘이 많이 풀렸다.
우리를 제외한 누군가가 오면 또 열심히 짖어대기 시작하는 유지니. 차가 서면 주인이 오지 않았을까 기다리는듯한 그 녀석의 눈빛. 아마 이쯤이면 다시 전 주인은 오지 않을 것 같다.
불쌍한 옆집 개.
바베큐 하는 날 뼈라도 던져줘야겠다.
녀석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