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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Aug 29. 2022

강남 갔던 제비가 다시 돌아왔네

다시 돌아온 제비 

펜션 오픈과 함께 추가된 일.  제비 똥 치우기 

늘어나는 제비 가족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작년 여름 

떨어진 제비 새끼를 집에 넣어주고 간절히 바랐다. 

나 이만큼 해줬으니 손님 가득 물어오라고~ 

여름 내내 똥 치우는 일까지 추가되어 펜션 일이 가중되었다.   

겨울이 오면 무조건 제비 집부터 철거하리라.  



안보이니 또 잊었다.   철거하려니 귀찮았다.  

흙집 겨울에 부셔서 바람 불면 피곤하다 조금 더 있다가 조금 더 있다가 미루고 미뤘다.  



그리고 다시 제비가 돌아왔다.  

한 달 동안 우리 주제곡은 김건모의 제비였다. 

강남 갔던 제비가~   

진작 철거했어야 했는데  아주 친정집 온 듯 신이 나서 날아다닌다. 

작년보다 더 많은 곳에 더 잘 보이는 곳에 신나서 집을 짓기 시작했다.  



펜션 운영 1년 차.  

작년 겨울에 미루지 않고 치웠더라면 제비가 돌아오지 않았을 텐데.  

게을렀던 펜션 주인장은 올해도 또 이렇게 제비 똥을 치우기 시작했다.  



땀이 뚝뚝 떨어지는데 가득 모인 제비 똥을 보니 기가 찬다. 

잡초뽑기도 더워서 못하겠는데 제비 똥까지 치워야 하다니. 

화장실 청소하는 것도 힘든데 막 싸질러댄 제비 똥을 치우는 기분이란. 

어쩜 바닥에 붙어 잘 떨어지지도 않고 샤워 건으로 강하게 쏴대도 우리 부부 노력을 비웃듯 

자리에 흔적이 가득하다.  



어느 날 고개를 들어 전선 위에 앉아 우리를 보고 있는 제비를 보았다.  

남편이 말한다. 

"왜 제비인지 알겠다. 정말 뺀질거리게 생겼다" 



아.. 뺀질뺀질한 제비 새끼 

똥만 가득 싸고 결국 이번 여름도 내내 바비큐 테이블과 함께 제비 똥을 치웠다. 



다시 찬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기 시작했다.  

바비큐 테이블을 치우다 문득 올려보니 제비 녀석들 안보이기 시작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요즘 좀 조용하 다했다. 



이번에 찬바람이 불면 정말 꼭 너희 집을 철거하리라 결심한다.  

올해도 제비 똥 치우느라 고생했다.  내년에는 그냥 오지 마라 내일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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