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펜션 계약이 끝나고 다시 1년을 연장했다.
집주인은 앓는 소리를 우리보다 곱절은 더하며 월세를 올렸다. 일년살이 준다면 아마도 돈을 더 받았을 것이라며. 우습다. 오래된 옛날 집에 그만큼의 돈을 내고 일 년을 살 사람이 그런 호구가 과연 누구일지. 있지도 않겠지만 있다면 궁금했다. 그게 누구일지. 아쉬운 게 나인지라 계약을 이어간다. 원하는 금액을 다 올려줄 수는 없지만 원하는 금액의 반으로 극적 타협을 했다.
집주인은 내가 엄청 많이 배려해 줬다고 하지만 운영하는 우리 부부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 금액이다. 앞으로 수십 팀의 숙박비는 집주인에게 그냥 줘야 할 상황이다. 엔데믹으로 사람들은 제주보다 해외로 떠났고
늘 올라오는 뉴스에는 그저 제주욕뿐이다. 물가가 비싸다. 정신 못 차렸다 제주.
그 와중에 환경세까지 받겠다는 정신 나간 뉴스까지. 안 그래도 사람들이 욕하는 이 마당에 돈까지 받으면 누가 제주를 오나 싶다.
그 와중에도 제주여행을 선택하는 천사 같은 마음씨의 여행자들이 있다. 수천 개의 숙소들 중에서 우리 집을 선택해 주신 고마운 사람들. 그저 하루라도 불편함 없이 잘 자고 예쁜 제주만 보고 가기를 바가지 없이 맛있는 맛집에서 그저 배부르게 식사하시길 그저 간절히 바라는바. 그 어떤 소음도 그들의 여행길을 막지 않아야 한다 싶은 와중
어느 날부터 꼬리를 살살 흔들며 와서는 겁나 짖어대는 출처 모를 녀석이 왔다.
이 녀석은 목줄도 없고 담벼락을 넘어 다니며 모르는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짖어댄다.
기존세입자가 키우다 옆집에 맡기고 간 맨날 시끄럽게 짖어대던 유진이는 떠나고 없는데..
이 녀석은 도대체 어디서 굴러먹던 녀석인가. 유진이보다 훨씬 깜찍한 비주얼이면 무엇하나
쉼 없이 짖어대는데..
하루는 우리를 보자마자 쫓아와서 짖어댄다.
아주 짜증이 극에 달한 내가 대차게 성질 내며 쫓아냈다.
쫓아가서 짜증내니 쫄아서 달아나는 꼴이라니.
그다음 날에도 또 청소하러 가니 또 쫓아와서 짖어댄다.
잠깐만..
우리가 왔는데도 이렇게 짖어댄다면
우리 손님한테도 짖어댈 것이 뻔한데.
도대체 이 녀석은 어디서 온 녀석인가..
사연을 들어보니 옆집 아줌마 건물에 누가 개를 버리고 갔단다. 워낙 개를 좋아하고 예뻐하는 분이라
그냥 갈 수가 없었고 몇 번 관심을 가져줬더니 집까지 쫓아오더란다. 작고 순둥이라 목줄도 안 하셨다면서..
하..
그렇게 옆집의 새 식구가 되었다. 제주까지 와서 반려동물 버리고 가는 인간이 그리도 많다더니 이걸 직접 볼 줄이야. 키우지도 못할 동물을 왜 키우고 멀리 제주까지 데려와서는 왜 버리고 가냔 말이다.
정성도 대단하지. 마지막 이별여행이라도 되냐?
옆집 펜션하는 여자의 더러운 성격을 알아버렸는지
어느 날부터 청소하러 가도 이 녀석 본채 만 채다. 조용하기 시작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우리한테 안 짖어서 조용한 줄 알았지만 역시나 모르는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와서는
왈왈 짖어댄다. 가까이 가면 또 도망간다. 결국 겁보였다. 센척하러 와서 겁나 짖어대는 꼴이라니.
오지랖 넓게도 모르는 사람이 올 때마다 얼굴 보러 꼭 나온다.
그리고 마치 지들 집인양 왈왈 거린다.
우리 손님들이 그저 짜증 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내입장에서
옆집 아줌마가 좀 저 멀리 반대쪽에 개를 묶어두면 좋겠다 싶다.
근데 혹시나 저 개가 사람이 올 때마다 주인이 찾으러 왔다 싶어 나와보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드니
또 아주 가끔은 불쌍해지기도 한다.
주인인가 싶어 버선발로 뛰어나왔는데 아니어서 왈왈거리는 건가 싶은 게.
그런데 있잖아..
네 인생은 너무 가엽지만 우리 손님들에게 짖는 건 제발 그만해 줄래?
오지랖 넓게 뛰어오지도 말아죠.
너 때문에 손님이 컴플레인 걸면 미안해 내가 많이 욕하고 쫓아갈지도 몰라.
그나저나 넌 이름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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