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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곡동이박사 Feb 06. 2018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과 불확실성의 시대

주식투자자들에게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미

도널드 존 트럼프(71)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미국 제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미국 유력 언론들(NYT·CBS·ABC·CNN)은 이미 선거전 단계에서부터 이른바 막말파문 등으로 이슈를 일으켰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의구심과 분열을 조장한다' 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매체들에 대해 완전히 쓰레기(total garbage)이고 미국인의 적이라며 노골적으로 비난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대해 심지어는 공화당의 유력인사인 존 맥케인과 제임스 매티스등의 인물들도 거리를 두고 있다. 이후 러시아게이트 등의 사건을 거치며 일부 도박 사이트에서는 트럼프가 임기내에 탄핵될 것에 대해 돈까지 걸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련의 뉴스들을 접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가지 면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특이한 대통령임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 대통령의 성향은 국내에 여러가지로 영향을 미치겠지만, 역시 우리 투자자들 입장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주식시장이 받는 영향일 것이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은 주식시장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 트럼프 대통령으로 초래된 시장의 불확실성은 무엇인가? 또한 주식 시장은 이 특이한 미국 대통령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여론에 휘둘려서 팩트를 놓치고, 이 때문에 정확한 투자 타이밍과 전략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서 투자자들이 냉철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는 극우주의자고, 이런 인물이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사회학적으로 트럼프를 극우주의자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분명 트럼프는 미국 대선기간중 정치적으로 잘못된 발언과 올바르지 않은 공약등으로 각종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미국사회의 극심한 불열을 조장했다. 하지만, 동시에 언론에서도 이런 논란이 되는 발언들만 편향적으로 부각시킨 경향이 없지도 않다. 트럼프는 9년이상 민주당 소속이었고 (2001~2009), 개혁당 (1999~2001) 소속이었던 시절도 있으며, 동성애를 적극 지지하고, 본인 회사 내에서도 유색인종 고용을 활발히 하는등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의 정치자금 감시단체 CRP 의하면 약 20년 동안 민주당 후보, 공화당 후보 모두에게 선거자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따라서 트럼프는 극우주의자가 아니라 내셔널리즘적인 인물이라고 분류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내셔널리즘적인 그의 성향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고 보아야 하는가. 트럼프의 정책기조는 미국 우선주의로 요약될 수 있는데, 특히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명분보다는 협상을 통한 실리추구에 주력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 TPP 탈퇴 등에서 노골적으로 보여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런 것을 불확실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후보시절부터 그 정책기조가 매우 뚜렷했고, 만약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의 정책방향은 그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보다 좁게 한미관계의 관점에서 보자. 이달 초 대한민국을 국빈 방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방한기간동안 어떠한 돌출발언이나 깜짝 행보도 하지 않았다. 수십년간 한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들의 뻔한 스토리 - 경제성장에 대한 찬사, 한미동맹의 굳건함 재확인, 북한핵에 대한 한미 공동대응 - 가 전부였다.


트럼프 취임 이래의 미국 주식시장도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재앙으로 받아들였지만, 증시는 그저 그런 뻔한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트럼프 취임일의 미국 증시는 소폭상승으로 마감했다. 그리고 지난 4월 29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째에도 S&P500지수는 5.32% 상승한 2,384.20으로 장을 마쳤는데 이는 역대 정부 중 5위의 상승폭이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역시 6.12% 상승한 20940.51로 마감, 역대 정부 중 7위를 기록했다. 지난 21일에는 뉴욕증시에서 S&P500, 다우존스지수, 나스닥 종합지수, 그리고 러셀 2000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동안 불확실성 때문에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주식시장으로 갈아타기 바쁘다. 이정도면 트럼프 랠리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한 불확실성이란 어떤 것인가? 트럼프 행정부로 인한 불확실성이란 무엇보다도 그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실현된 것인가의 여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시점에서 필자가 보는 미국 증시의 정책적 불확실성 요소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우선 가장 약한 불확실성은 환경규제의 철폐여부이다. 이는 취임초기 계획으로 셰일가스와 원유, 석탄에 대한 생산규제가 사라지고, 오바마행정부에서 난항을 겪었던 키스톤 파이프라인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행정명령만으로도 실행에 옮길 수 있기 때문에 내년초부터 실행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로 고려해야 할 불확실성은 1조달러 인프라투자 공약의 실행 여부다. 물론 이 정책은 미국 의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현재는 미국 민주당에서도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세부정책의 이견이 좁혀지면 의회를 통과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9조 달러에 육박하는 미국의 국가부채를 감안할 때 실행이 순탄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셋째는 감세문제다. 미국 재계에서는 감세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줄곧 부자증세를 추진해 온 민주당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공화당 내에서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의회를 통과할 지는 미지수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한 불확실성은 도드-프랭크법의 철폐 여부다. 오바마 행정부는 월가 금융회사들의 무책임한 투자로 초래된 금융위기의 재발방지를 위해 이 법안을 만들었는데, 트럼프는 이 법을 폐기하거나 전면 수정하겠다고 공약해왔다. 지난 정권 민주당의 최대 업적으로 꼽히는 도드-프랭크법은 애초에 힐러리 클린턴 집권 시 더욱 강화될 계획이었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법안의 폐기 및 수정에 결사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법안 폐기권을 가진 미 상원의 의석수는 공화당 52석 민주당 46석으로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공화당 내에서 도드-프랭크법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고, 어느정도 금융위기 방지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법안폐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는 행정경험이 전혀 없고, 아버지에게 5000만달러를 상속받은 금수저였으며, 물론 성공적으로 부를 증식시키긴 했지만 본인의 회사를 4번이나 말아 먹은 적이 있는 부동산 재벌이다. 우리의 과거 대통령과 정치인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성공한 경제인은 좋은 정치인이 될 것이라는 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나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사상 최악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며, 장기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미국 및 세계 경기회복의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트럼프의 정책기조를 모든 시장참여자들 이미 파악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불확실성의 증가로 보면 안된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오히려 투자자로서는 이러한 뻔한 정책기조로 인해 예상되는 효과들을 그것이 좋건 나쁘건 간에 정보로써 받아들이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작년 1월 이래 트럼프 집행부와 증시의 동향을 관찰하면서, 가공된 뉴스나 여론보다도 팩트 분석을 바탕으로 현명한 포지션을 취하는 자들이 결국 시장의 승리자가 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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