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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TA Mar 16. 2018

퇴사자가, 취준생에게

저는 어느 기업의 대졸공채 신입사원이었고, 7년 차 대리였습니다. 지금은 물론 아닙니다만, 퇴사한 반백수 주제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취준생에게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특별히 도움은 안 될 수도 있겠지만요. 그냥 제가 쓰고 싶어졌거든요. (조만간 감이 더 떨어질 것 같아서요. 흣)




1.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먼저, 이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저도 취준생 시절에 '왜 나는 안 될까?' 많이 생각했었어요. 주변 사람들의 취업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더 무거워지고, 나를 더 자책하게 됐지요. 자소서 탈락, 1차 면접 탈락, 2차 면접 탈락, 최종 면접 탈락... 탈락의 쓴맛을 맛보며 '나는 이렇게 쓸모없는 인간이었던가'하고 마음 아파했죠.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그때의 나를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면,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처럼 '타이밍이 안 맞았나 보네'하고 외부로 화살을 돌리면 어떨까요?


실제로 타이밍이 안 맞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채용 공고를 낼 시기, 면접을 보는 그때 회사나 팀 내부 사정에 따라 합격여부가 갈리게 되니까요. 어떤 팀은 여자가 너무 많아서 남자사원이 꼭 필요하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직무 성향이나 팀장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말 잘 들을 것 같은 순한 이미지를 좋아하기도 하고, 반대로 노련하게 대응을 잘 할 것 같은 사람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고요. 공정하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같은 군 출신(?)이라는 이유로 사원을 뽑은 팀장도 있었고, 출신 지역을 보고 사원을 뽑는 팀장도 봤습니다. 취준생들은 그 팀장이 어떤 군대를 나왔는지, 어디 출신을 선호하는지 알았을까요? 그 팀에 여자가 많은지 남자가 많은지 어떤 성향의 사람이 필요한지 알았을까요?



회사 바깥에서는 많은 취준생들이 스펙으로 경쟁하고 있지만, 실제 회사 내부에서는 스펙보다 다른 이유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제 경험으로는 그랬습니다.) 단순히 내 이력서가 남들보다 한 줄 모자라서 탈락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상처받지 않아도 돼요. 타이밍이 맞지 않았을 뿐이에요. 회사를 다닐 때, 면접을 보고 나가는 취준생들의 뒷모습을 보면 혼자 머릿속으로 그런 말들을 떠올리곤 했어요.


상처받지 않습니다






2. 플랜 B는 무엇인가요.


세상이 내 맘 같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겠죠, 당연히. 해봤는데 안될 수 있죠, 누구나.

내가 원서를 낸 곳과 타이밍이 줄곧 어긋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타이밍이 맞을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되죠. 그럼 다음엔 어떻게 할지, 플랜 B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플랜 B를 생각하고 나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안해졌던 것 같아요. “이거 안 되면 저거 해보면 되지 뭐.”



플랜 B는 조금 더 규모가 작은 회사에 입사해서 경력을 쌓는 것일 수도 있고, 어떤 시험을 본다거나 취직 외에 다른 일을 해보는 것일 수도 있겠죠. 취준생 시절, 저의 플랜 B는 그래도 '취직'이었어요. 당연히 취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해요. 아마도 제 주변에 회사원 말고 다른 선택을 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운 마음입니다. 그때부터 경제 활동에 대해, 취업에 대해 좀 더 넓게 생각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고요.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저는 이제와 서야 조금씩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회사생활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3. 지금 나는 어떤가요.


고등학교 땐 '대학 가면 좋겠지', 대학교 땐 '취업하면 좋겠지', 취업하면 '승진하면 좋겠지'... 우리의 시선은 줄곧 멀리만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취업을 준비할 땐 온통 '나의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게 되죠. 그러다 보니 회사를 선택할 때도 "나중 되면 좋다더라"는 얘기에 꽂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전공이나 관심사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을 선택하기도 하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의외로 자신과 잘 맞고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자신이 기대했던 바와 달리, 회사의 사정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고, 더군다나 회사 안팎에서의 나의 상황도 줄곧 변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하지만 그래도 좋을 확률이 높은' 먼 미래를 위해 젊음을 소모해야 한다고, 저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불확실한 '아주 먼 미래'보다는 지금 나는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 내가 지금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 나는 마음이 어떤지에 좀 더 무게를 두고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다 보면 좀 더 만족스러운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나의 회사를 선택하는 일이니까요. 지금, 나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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