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양이 질을 압도한다 | 삼성맨의 자기계발법
“글쓰기”에 왕도가 있을까?
앞서 읽기와 듣기의 중요성에 관한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자기계발, 특히 업무력 향상에 있어서 이 두 기술은 받아들이는(수동적인) 관점에서의 스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부터 이야기하게 될 쓰기와 말하기는 이와 정확히 반대되는 지점에 있는 능동적인 활동이다. 쉬운 예로 솜씨 좋은 요리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주문해서 음식을 받는 것까지가 읽기와 듣기라고 한다면,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어 요리의 맛을 느끼고 꼭꼭 씹어 소화시켜 내 피와 살로 만드는 행동은 쓰기와 말하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적극적 노력의 결정체가 바로 “쓰기”다. 그리고 말하기는 쓰기가 되면 매우 자연스럽게 다듬어지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여러분의 글쓰기 실력은 어떠한가?
현재 자신의 글쓰기 수준을 정확히 알아야 발전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자신의 수준을 명확히 정의해두지 않으면 발전을 쉽게 깨닫기 어렵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몸무게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참고로 이 글에서 언급하는 글쓰기 실력은 문학작품을 쓰는 능력이 아니다. 회사 일을 위한 글쓰기, 다시 말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메일을 쓰는 글쓰기를 말한다.)
우선 측정해야 할 지표는 자신이 하루에 쓰는 글의 분량이다. 업무상 메일을 쓰고, 블로그나 SNS에 글을 올리고, 생각을 메모하는 이런 일상적인 쓰기 활동의 모든 것을 일주일간 측정해보자. 만약 이런 측정이 어렵다면 조금 더 수월한 방법도 있다.
업무 진행을 위해 하루 동안 자신이 쓰는 메일의 숫자를 세어보자. 최근 일주일 정도 세어보면 된다. 단순한 포워딩이나 간단한 답장은 제외시켜라. 또 SNS 활동을 한다면 웹페이지 수를 거기에 더하자. 메일도 SNS 활동도 없다면 지금부터 딱 일주일간 매일 한 편의 글을 써보기 바란다. 과연 자신이 몇 편의 글을 쓸 수 있는지 체크해보면 자신의 평균 글쓰기 실력을 알 수 있다. 자신을 속이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자신을 속일 수 없는 것이 진실이다. 그러니 자신이 생각할 때 글쓰기가 맞다고 생각되는 숫자를 집계하길 바란다. 메일이라면 하루 2편 이상, SNS라면 10~20줄 정도 분량의 글을 하루 1편 이상 총 7편, 직접 써서 실력을 알아보겠다면 5~6편 정도를 썼다면 당신은 어느 정도 글쓰기 실력은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글쓰기 실력을 말해놓고 “몇 편을 썼는지?”라는 양의 관점에서 실력을 평가한 것을 의아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글쓰기 실력은 절대적으로 글 쓰는 양에 종속된다는 것이다. 많이 쓰는 사람이 확실히 글을 잘 쓴다.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은 쓸 글에 대한 소재를 찾기 위해 생각을 많이 해야 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뼈대를 잡아야 하고, 직접 글을 쓰는 노력의 3박자를 잘 아는 사람이다. 많이 쓰는 사람 중에 글이 별로인 사람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을 거의 쓰지 않는 사람 중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 확실하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 자신의 글의 양과 의지와 노력을 가늠해보면 자신의 글쓰기 실력을 알 수 있다. 참신한 글, 빼어난 문장, 다채로운 표현 같은 것은 회사 업무에 필요한 글쓰기에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업무를 위한 글쓰기는 쉽고, 간결하고,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으면 된다. 거기에 맞춤법이 정확하고 줄 간격이나 강조점처럼 한눈에 주제를 명확히 알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지금 여러분들이 신입사원이라면 여러 선배들의 보고서나 메일을 받아보게 될 것이다. 그것들을 꼼꼼히 읽어보면 이해가 잘되는 보고서와 메일을 쓰는 사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선 이 선배의 보고서를 쓰는 방식을 그대로 베껴보는 것이 좋다.
당신이 연차가 제법 된다면, 그런데 자신의 글쓰기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회사에는 여러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엉망진창으로 메일을 쓰고 보고서를 생산해내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실력 부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페이지 보고서(1 Page Proposal)”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준비된 자료나 제안사항을 단 1장의 종이에 정리하는 방법을 일컫는 말로 요약하는 스킬을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나의 경우는 사원때 매일 내가 받은 업무에 대해 일일보고를 했다. 보고는 메일로 진행하기도 했고 저녁 회의시간에 대면보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침에 출근해서 진행했던 일들을 오후 3시 정도가 되면 자리로 돌아와 노트에 정리하고 그것을 자료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몇 줄을 쓰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점점 시간이 줄어 나중에는 일일보고 자료는 20~30분 정도면 끝낼 수 있었다. 잘 정리된 선배들의 보고서 양식을 가져와 그곳에 내 진행사항을 채우는 것으로 시작했고, 기술이 축적되면서 나만의 포맷이 생겼다. 잘 쓴 보고서는 아니었지만 매일 작성하다 보니 워드 프로그램을 다루는 실력부터 데이터를 정리하는 능력까지 날로 발전하는 것을 체감했다.
언젠가부터 내 보고 자료가 과장 회의나 부장 회의 또는 임원 회의에 보고되는 경우가 있었고, 그럴 때는 부서의 대표 자료를 준비하는 선배와 함께 공동으로 자료를 수정하고 보완했다. 이렇게 윗선에 보고되는 자료를 만들어보는 경험은 그동안 써왔던 내 보고서를 어떤 방식으로 써야 좀 더 쉽고 명확하게 주장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 경험의 축적 결과 나는 팀에서 자료를 작성하는 인력으로 선발되었다. 그러면서 내 글의 수신처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부서 안에서 맴돌던 내 보고서가 이제는 부서를 넘어 팀으로 팀을 넘어 센터로 그리고 대표이사에게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수신처가 달라지면서 받는 메일도 달라졌다. 더 많고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고, 더 좋은 보고서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보고서를 읽고 내것도 그들의 보고서와 비슷하게 만들어보며 경쟁하게 되었다. 상대하는 사람들이 달라지면서 조금씩 업무력이 늘어갔고 정리력도 일취월장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내 자료 취합 능력과 보고서 작성 능력은 빠르게 성장했다.
비단 내 사례를 들었지만 여러분들의 업무력 향상을 위한 글쓰기 방법도 이런 방식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사소한 메일과 부서 리더에게 보고하는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시작해서, 점점 연차가 쌓이고 직급이 올라가고 능력이 키워지면 더 높고 넓은 곳으로 글이 퍼져나가는 것이다. 마치 무협소설 속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 같이 시간과 노력과 열정이 만나 점점 글이 정제되고 유연해지고 명확해진다. 결국 글쓰기도 시간에 수렴하는 함수다. 그래서 많이 써보는 사람이 글을 잘 쓰는 것이다.
추가로 글쓰기 업무력을 높여주는 팁 한 가지를 더 알려주려고 한다. 그건 바로 메모다.
상급자가 두 명의 부하직원을 불렀는데 한 명은 메모장과 필기구를 가져왔고 한 명은 그냥 왔다. 업무 지시를 전달했는데 한 명은 그것을 열심히 적고 있고 또 한 명은 열심히 듣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싶은가? 누가 옳고 그른가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기록하는 사람을 신뢰하지만, 쓰는 것보다 잘 듣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흐릿한 메모가 뚜렷한 기억을 이긴다는 거다.
기억은 시간을 만나면 왜곡을 만든다. 어제 내가 친구에게 했던 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같은 말이라도 듣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적어두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그리고 손으로 적는 습관이 생기면 글을 쓸 때도 쓸 글의 내용을 간단히 종이에 스케치해보는 습관이 생길 경우가 많다.
현대인은 손글씨에 익숙하지 않다. 타자가 훨씬 빠르고 편하다. 하지만 흘려 쓰더라도 손글씨로 메모하는 습관을 갖게 되면 요약하는 기술과 빈 종이에 개략적인 자료를 스케치하는 기획에 큰 도움이 된다. 제 아무리 타자가 빠르고 생산성(워드) 툴을 잘 다루더라도 아직은 손그림이나 손글씨의 순간적인 기록을 넘어서기는 어렵다. 인간의 뇌는 자신이 표기했던 그림이나 마크에 대한 인지 기억력이 높다. 워드 프로그램으로 찍어놓은 별표와 메모지에 손으로 아무렇게나 그려놓은 별표는 모양은 같을지 몰라도 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메모하는 습관, 다시 말해 업무를 지시하는 리더의 말을 들으면서 요약하고 기록하는 습관은 지금 내가 만들어야 하는 보고서의 존재의 이유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초안이다. 그래서 업무력 향상을 위한 글쓰기를 생각하고 있다면 직접 손으로 메모하는 습관은 꼭 필요하다.
제시했던 방법 외에도 글쓰기에는 수많은 방법이 존재한다. 비단 지금까지 방법을 몰라서 글쓰기 실력을 향상하지 못했을까?
지금 여러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어떤 방법이라도 일단 시작해보는 행동력이다. 그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모든 실력은 내 손으로 직접 해보고 보완하면서 성장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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