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능동적 듣기에 관하여

07. Listen Carefully | 삼성맨의 자기계발

by 김경태


지난 글에서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피력했다. 혹시 “읽기”에 관한 글을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지난 글을 읽어보시고 오늘의 이야기인 “듣기”에 관한 글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듣기는 참 수동적이다.

내가 듣고 싶지 않아도 들려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들려오는 그 소리에 관심을 갖게 되는 순간 우리는 그것에 집중하게 된다. 필요 없는 소리라고 인식되어 그만 듣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거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계속 내 귀에 그 소리는 입력된다. 소음처럼 느껴지는 이런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귀마개를 하거나 이어폰을 꽂는다. 이렇듯 내 귓속으로 입력되는 소리는 내 의지를 벗어나 나에게 영향력을 미친다.


듣기를 세분화해보면 듣는 것과 들리는 것 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영어 Listen과 Hear의 차이다.

Listen의 사전적 의미는 “Hear with intention”, 다시 말해 주의를 기울여 듣는 것이다. Hear는 “perceive via auditory sense”로 해석해보면 듣기 감각을 통해 알아차리는 것을 의미한다. 업무나 학습의 관점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듣기는 바로 Listen, 다시 말해 능동적 듣기다.



처음 삼성에 입사했던 2004년, 회사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승계에 관한 이야기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였다. 당시 회장의 아들이자 현재 삼성전자의 부회장인 이재용 상무(당시 직함)가 경영의 1선에 나온다는 언론 뉴스가 많았다. 이런 뉴스에 발맞춰 이병철 선대회장이 이건희 현재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할 때 건넸던 쪽지에 적혀있던(여러 책에서 읽었지만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경청(傾聽)이라는 단어가 조명을 받았다. 경청은 남의 말을 귀 기울여 주의 깊게 듣는 것을 말한다. 이런 에피소드를 계기로 갑작스럽게 듣기가 중요한 기술적 요소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서점의 매대에도 경청과 관련된 제목의 책들이 자주 보였다. 당시 나도 “경청”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베토벤이라는 듣기에 약간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깊은 듣기를 통한 성장 이야기로 기억하는데 아마 지금도 서재 한편에 꽂혀있을 거다. 아무튼 그동안 읽기(독서)와 말하기에 집중하던 자기계발 붐이 이 단어의 유행과 더불어 듣기로 관점이 전환되면서 급속하게 확장되었다.



사람들은 듣기를 굉장히 우습게 여긴다.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듣기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 없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읽기(독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분야이고, 말하기와 쓰기는 노력과 함께 타고난 센스가 있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듣기는 별다른 노력 없이 항상 해오던 것이고, 듣는 것 때문에 타인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되고,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서 우리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가 자신의 듣기 능력 때문이라는 생각에 미치기까지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보통은 자신의 듣기 능력의 문제보다는 “자꾸 이상한 말을 한다.”거나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면 상대의 말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선에서 그치게 된 거다. 그런데, 그 옛날 소크라테스도 말하지 않았는가?. 너 자신을 먼저 알라고 말이다.



회사생활 연차가 20년 가까이 쌓이다 보니 듣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새삼 느낀다. 학창 시절 들리지 않던 영어 문장을 듣기 위해 카세트테이프를 돌려가며 열심히 듣고 또 들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반복하던 어느 순간, 단어가 들리고 불쑥 문장이 들려온다. 듣는 것은 귓속으로 들어온 문장이 뇌의 해석 영역을 거쳐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찰나에 일어나려면, 다시 말해 제대로 들으려면 우리는 들리는 이야기에 대해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초등학생이 대학원생들의 전문 강의를 듣게 되면 소리를 문장으로 만들어내고 받아쓰기는 가능할지 몰라도 듣기를 통해 이해하며 지식을 쌓거나 내 생각과 감정을 확장시켜내지는 못한다. 단순한 수동적 듣기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회사생활에서의 듣기도 똑같다. 신변잡기에 대한 잡담이 아닌 업무에 대한 논의라면 반드시 사전에 어떤 내용인지 파악이 된 상태여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단어와 논조, 주장을 이해할 수 있고 가끔 내뱉는 알지 못하는 단어나 문장도 문맥을 통해 유추해낼 수 있다. 결국 잘 듣는다는 것은 사전학습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잘 들리게 하는 것은 말하는 상대방의 기술이다. 하지만 잘 듣는 것은 집중하고 사전에 준비하는 듣는 사람의 몫인 것이다. 지금까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면 이제부터는 10중 8~9는 내 이해력과 준비가 덜 된 것으로 생각하자. 그리고 잘 듣는 법을 익히도록 하자.



내가 제안하는 듣기 능력을 키우는 방법 3가지를 소개하겠다.


첫째, 들을 때 말하는 상대의 눈을 쳐다보다는 것이다. 눈이 부담스럽다면 눈과 코 그리고 입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고 째려보지는 말자. 이 방법은 “상대에게 집중한다”라는 의사소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듣기의 태도를 만든다. 동시에 듣는 자신 역시 상대를 쳐다보고 있기 때문에 흐트러짐 없이 집중해야 한다는 제약을 만든다. 따라서 말하는 상대를 바라보고 내 눈과 상대의 눈이 슬몃슬몃 마주치는 순간, 긴장과 함께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다. 집중은 말을 뇌리에 각인시킨다. 꼭 이 태도를 연습하고 실천해 몸에 익히기 바란다.


둘째, 들으면서 상대가 이야기하는 것을 메모하자. “흐릿한 메모가 뚜렷한 기억을 이긴다.”라는 말이 있다. 기억은 휘발성이 강해 망각과 왜곡을 만든다. 하지만 기록은 일부러 버리지 않는다면 잊히거나 왜곡되지 않는다. 메모는 지금 당장 이해하지 못한 것들도 시간을 두고 이해하게 하는 학습효과도 지닌다. 첫 번째 방법과 두 번째를 조합하면 금상첨화다. 계속 눈을 쳐다보기 부담스럽지만 눈과 메모지로 시점을 번갈아 이동하면서 듣고 기록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런 자세는 말하는 사람으로부터 신뢰감을 얻기에 더할 나위 없다.


셋째, 공감하는 행동과 추임새이다.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따라 하고, 눈웃음을 보내는 등의 방법은 말하는 사람의 의욕을 자극한다. “저 지금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라는 몸짓과 추임새는 상대의 의욕을 일깨워 더 많은 것들을 풀어내게 만든다. 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감은 좋은 향수 같아서 나의 이해도를 바탕으로 몸에서 은은하게 배어 나오기 때문에 듣는 내가 잘 이해하고 있다는 무언의 대답이다. 말하는 상대에게 내 관심을 보여주는 것은 경청의 가장 수준 높은 단계라고 생각한다.



추가로 듣기의 효과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고 이번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보는 것과 듣는 것은 상당히 밀접하고 연관되어 있지만 뇌에서 해석하는 영역이 전혀 다르다고 한다. 쉽게 말해, 눈으로 정보를 입력받아 머리로 해석하는 것과 귀로 들어서 해석하는 뇌의 시작 지점이 다르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해리포터 소설의 한 부분을 발췌해보면, “해리포터는 선물 받은 님부스 2000을 타고 호그와트 꼭대기로 날아올랐다.”라는 이 문장을 글로 읽으면 우리들은 머릿속으로 해리포터의 생김새와 님부스 2000이라는 하늘을 날으는 빗자루의 모습 그리고 호그와트의 건물을 상상하게 된다. 그런데 이 문장을 귀로 듣게 되면 앞의 이런 생각들과 동시에 내 귓가에서 해리포터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고 가끔은 쉭~하고 지나는 소리에 오금을 저리기도 한다. 다시 말해 듣는 것은 훨씬 더 직접적인 육체적 상상력을 동반한다. 그래서 읽어서 이해한 것보다 들어서 이해한 것이 훨씬 더 몸에 자극되어 기억에 오래 머문다. TV가 세상을 지배하지만 여전히 라디오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듣기는 누구나 쉽게 생각하는 능력이지만 갈고닦으면 닦을수록 스스로 빛나는 능력이다. 그만큼 신경 써서 개발해야 하지만 쉽게 실력이 늘지 않는다. 회사생활을 통해 앞으로 여러분들은 수많은 정보를 듣게 되고 그것을 토대로 성과물을 만들어 갈 것이다. 지금 여러분이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잘 듣는 것만큼 짧은 시간에 많이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 또, 회사생활에 익숙한 관리자 레벨이라면 이제 입은 닫고 귀는 열어야 할 시기다. 이 점을 꼭 유념하길 바란다.


여러분이 정성스럽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상대방이 여러분의 듣는 모습에 감동을 받을 그 순간을 기대해본다.



#듣기능력 #일잘러 #직장생활 #자기계발


https://youtu.be/xl5esSb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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