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당신은 읽는가? 보는가?

06. 읽기에 관하여 | 삼성맨의 자기계발법

by 김경태


읽기의 핵심은 글쓴이(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것은 문장 속(內)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문장 밖(外)에 있다.

읽기의 중요성을 알려줄 사례로 나의 영어 학습을 예로 들어볼까 한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영어 실력의 기본을 다지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읽기라는 것을 말이다. 혹시, 방금 당신은 단어 암기나 문법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진짜 영어는 이런 기술적 방법을 넘어 읽기가 자연스러워질 때 제 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 나는 이 진리를 24살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해 24살 이전 내 영어공부는 영어를 잘하기 위한 학습이 아니라 단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암기였던 것이다.



내게 이 진리를 가르쳐 준 분은 미국인 영어 선생님 스티븐 씨였다. 스티븐은 당시 나의 영어 개인교사였다. 내가 처음으로 그와 레벨 테스트를 할 때 그는 나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매우 주관적인 내 영어 실력을 물었다. 나는 단어와 독해는 어느 정도 자신 있는데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 외 다른 말들은 기억나지 않는데 채 3분도 안되는 짧은 인터뷰였다. 그리고 스티븐과 약 3개월간의 개인수업을 진행했다.


그는 수업 시간마다 절반 이상의 시간을 할애해 A4 한 장 정도의 분량의 영어책 한 챕터를 10번씩 소리 내어 읽게 했다. 미국 초등학생이 읽는 동화책이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Chicken Soup for the Soul),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Who moved my Cheese?) 같은 책이 그때 읽었던 책이다.

여러분도 직접 시도해보면 알겠지만, 소리 내어 읽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스티븐은 내게 10번을 연속으로 읽게 한 다음 틀린 발음을 잡아주었고, 쉬어야 할 부분과 습관적으로 끊어지는 부분을 고쳐주었다. 일주일에 3번씩 나는 책의 한 챕터를 10번씩 읽었고 숙제로 10번을 더 소리 내어 읽었다.


‘비싼 과외비를 지불하고 하는 수업인데 이게 과연 내 영어 실력에 도움이 될까?’ 자꾸만 의구심이 들었지만 특별히 다른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그냥 시키는 대로 따랐다. 신기했던 것은 같은 내용을 10번씩 읽다보니 굳이 해석하지 않아도 글의 내용이 어떤지 대충 짐작됐다. 그리고 뚝뚝 끊기던 문장들이 어느 시점부터 점점 fluent 하게 읽히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나의 영어 읽기 속도와 기술은 늘었다. 발음은 차치하고서라도 한 페이지를 20번씩 읽다보니 많은 문장들이 그냥 외워졌다. 스티븐은 내게 절대 한국어로 지금 읽고 있는 문장을 해석해보지 말라고 매번 당부했다. 처음에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면 읽기를 더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왜 이렇게 말했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을 만났다.

술 취해 집으로 귀가하던 어느 날, 혼자 길을 걸으며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떠올려보는데 그 생각을 영어로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집 앞”이라는 단어 대신 “in front of my house”를 떠올린 그때 나는 그가 가르쳤던 “읽기의 힘”을 깨달았다.

스티븐은 내 머릿속에서 모국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변환하는 이 과정을 없애고자 노력했던 것이다. 우리들이 말을 할 때 심사숙고해서 머릿속으로 문장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의 일상 대화에서는 생각보다 말이 앞선다. 다시 말해 사고의 과정보다 습관적으로 말이 나오는 것이다. 스티븐은 내게 그것을 가르치길 원했고 느리긴 했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는 그 과정을 밟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내 영어 공부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내 사례를 빌어 “읽기”의 효과를 이야기했지만 비단 영어에서만이 아니다. 나는 모든 배움(학습)의 가장 기본은 읽기라고 생각한다. 문장을 읽고 그 의미를 짐작하는 것, 짐작의 속도를 올리는 것과 이해도를 높이는 것, 그것이 결국 배움의 목표다.

듣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 물론 듣기도 중요하다. 경중을 따지는 것보다 나는 먼저 읽어서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이해도를 높이면 더 잘 들리는 순환 구조로 역량을 향상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읽기에 좀 더 가중치를 두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스티븐 선생이 소리 내어 읽으라고 했던 이유를 다시 되짚어 본다.

첫째로 그의 읽기 학습법은 읽는 과정을 통해 단어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일단 멈추어 사전을 뒤적이던 습관을 버리게 만들었다. 시간은 점점 나를 단어를 넘어 문장에 집착하지 않게 했고, 문단으로 시야를 확대해가면서 문장이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문맥에서 의미를 짐작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이렇게 습득한 읽기 능력은 학창 시절을 넘어 회사원이 되어 업무를 진행하면서도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제조업의 엔지니어다 보니 기술 문서(논문 등)를 읽어야 할 경우가 많았다. 메일 한 통에도 약어나 처음 보는 어려운 단어가 많았다. 하지만 전체를 읽어보면 단어의 의미를 알아야 하는 경우보다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 한 방법을 검토해보자.”같이 업무의 방향에 관한 내용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일을 제대로 하려면 단어에 집착하지 않는 글 전체를 관통하는 읽기를 습득해야 한다.



스티븐의 가르침에서 얻은 두 번째는 반복해서 읽는 것의 힘이다. 한번 읽어서 모든 것을 이해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독서를 하다 보면 가끔 술술 읽히는 책이 있다. 문장 구조가 짧은 단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내 경험과 저자의 글이 비슷하게 일치할 때 그렇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은 한번 읽어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바쁜 현대인은 같은 단락을 두세 번 읽는 경우가 거의 없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때를 생각해보라. 화면 속 빼곡한 텍스트를 열심히 읽는 것 같지만 사실 이해는 없고 눈으로만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관심 가는 단어나 문장을 만나면 집중해서 읽는다. 이 방법은 방대한 자료를 소화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전적으로 올바른 읽기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스킵하며 읽어가는 방법 이전에 우리는 문장 하나하나의 의미를 잘 읽어내는 법을 깨달아야 한다.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닌 문장과 문단을 읽어서 저자의 주장을 내 것으로 만드는 기술 말이다. 이것을 익힌 뒤에 스킵하며 읽는 법을 깨우쳐야 읽기 능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읽기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게 된다. 문장을 끝까지 읽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단어만 골라 읽다보니 잘못된 해석이 시작되고 그것으로부터 오해가 쌓이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물론 쓴 글이 잘못된 경우는 더 많다. 읽기 쓰기가 별개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상대의 글(메일이나 보고서)을 읽어서 이해가 되지 않으면 질문을 해야 한다. 하지만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질문하면 그 또한 잘못된 질문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결국 제대로 읽어야 질문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회사생활 중에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질문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제법 많다. 그 이유는 상대방의 권위 때문일 수도 있고, 질문의 시기를 놓쳐서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가 많더라도 제대로 읽는 법을 깨우친 상태라면 미루어 짐작한 것이 맞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 읽기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다들 알겠지만 많이 읽는 것(다독)과 자세하고 꼼꼼하게 읽는 것(정독)이다. 여러 다른 읽기 방법이 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공법으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결국 독서라는 말인가? 맞다. 독서다.



읽기 능력을 올리는 방법은 자주 많이 읽는 것뿐이다. 여기서 핵심은 보는 것(See)이 아니라 읽는 것(Read)이다. 화면을 쳐다보며 읽기 능력을 키우겠다는 생각은 지양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 방법은 읽기에 대한 접근성은 높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매우 비효율적이다. 오탈자를 찾을 때 화면으로 아무리 찾아도 못 찾던 것들을 인쇄했더니 쉽게 발견하는 경우를 한 번씩은 경험했을 것이다. 이미 우리들의 습관 속에는 화면을 대할 때 읽지 않고 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프린트된 인쇄물을 손에 쥐고 눈으로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학창 시절 수능 언어영역 시험을 떠올려보자. 한 바닥 빼곡히 지문을 가득 채운 글을 읽고 그 아래 있던 몇 개의 문제를 풀었던 기억이 날 것이다. 질문은 주로 글을 읽고 작가의 의도나 주제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당연한 듯 풀었던 문제였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읽기 능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읽기 능력 향상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정답을 찾는 연습을 반복했지만,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단락을 읽어 요약했고, 문맥을 파악하고 저자의 의도를 알아챘다. 수년간 공부했지만 단 한 번도 읽어본 적 없었던 지문에 당황했더라도 평소 해오던 방식대로 지문을 읽었고 답을 찾았다. 언어영역 성적이 좋은 사람이 모두가 글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아니겠지만 제대로 읽는 능력을 갖추었을 확률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왜 회사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을 선호하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매일 A4용지의 3페이지 분량의 글을 반복해서 3번씩 읽기 연습을 제안한다. 이 분량은 책 10~13페이지 수준이다. 쉬운 책은 한 번에 이해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문가의 견해나 논설 같은 글은 분명히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영어가 아니고 국어다. 딱 3번만 연속으로 읽어보자. 소리 내어 읽으면 더 좋다. 낭독은 뇌를 깨운다. 그렇게 30일만 읽어보라. 개안(開眼)이 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많이 읽는 것보다 적은 양이라도 천천히 정확히 읽는 것을 연습하기 바란다. 속도는 나중에 챙겨도 충분하다. 그렇게 한 달에 1권의 책을 읽고서 그 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애착이 생긴다면 아마 다음번에 어떤 책을 읽으면 되겠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시작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책으로 시작해보길 빈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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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KWYcmyt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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