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연습 또 연습 | 삼성맨의 자기계발법
세상에는 말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TV나 라디오 같은 미디어를 접해보면 정말 많은 것을 알고 그것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잘 만들어 들려주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그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들은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스스로 점점 말하기의 높은 기준의 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말을 잘하는 편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해보겠다. 여러분은 말을 많이 하는 편인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해본 경험이 많은가? 주변 사람들이 당신에게 얘기를 잘한다며 칭찬한 적이 있는가?
말하기는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편리한 수단이다.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내 의사를 전달할 수 있고 일상 생활에서 너무 흔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말하기는 의사소통 수단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무기다.
말은 소리로 내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의사전달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방법이지만 특이하게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감정이 드러난다. 또 똑같은 말이라도 말하는 사람의 권위가 가장 강하게 전달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말은 굉장히 무서운 힘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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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을 떠올려보자.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는 선생님의 질문에 "저요! 저요!"하며 손을 번쩍들고 발표하던 순간이 존재한다. 어린 시절 우리는 말하고 싶어서 안달났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점점 손드는 것이 두려워졌고 차츰차츰 입을 닫게 되었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점점 우리의 말하기는 친분있는 몇몇 사람에게로 한정되어갔다. 그러면서 예전처럼 손을 번쩍 들어 발표하던 내 자아 속 열정으로 가득했던 그 자리는 어색함과 두려움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단언컨대 말을 잘하는 방법은 연습뿐이다.
입으로 많이 내뱉어보고 녹음해서 내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바로 말을 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히 회사 업무에 필요한 말하기(발표/보고)는 사족없이 명확하고 간결해야 한다.
처음 회사생활을 시작하면 학창 시절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된다.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일을 배우며 공부하고, 숙제하듯 자료를 작성하는 것들은 장소와 사람만 바뀌었을 뿐 차이가 없다. 차이를 느끼게 되는 때는 아마도 월급날일거다. 학교는 내가 돈을 내고 다녔는데, 회사는 돈을 받고 다닌다. 회사생활에 적응하게 되면서 차츰 알게되겠지만 학교와 회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돈을 받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는 내 결정만으로 회피가 가능하지만(수업을 안 가면 되고, 시험을 안 보면 되고, 리포트를 안 쓰면 된다. 학점을 신경 안 쓴다면), 회사에서는 책임 때문에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특히, 연차가 쌓이고 관리자로 승진을 하게되면서 그동안 회피해왔던 발표(Presentation)나 대외보고를 해야하는 상황이 점점 많아진다. 책임이 무거워지는 만큼 월급봉투도 무거워진다. 하지만 무거운 책임만큼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봐야 할 자료도 많아진다. 자료를 보고 요약하고 정리하며 보고를 준비하고, 부서 대표로 발표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연차가 쌓여가는 관리자들의 일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대에 많이 서보는 방법뿐이다.”라는 어느 중견 배우의 말처럼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하는 방법은 연습과 경험뿐이다.
신입사원 때 처음으로 임원 앞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를 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가 준비했던 것과 유사한 “업무 개선안”이라는 프로젝트로 신입사원이면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부서원들 앞에서 발표는 해봤지만 임원들 앞에서는 한 번도 발표를 해보지 않아서 많이 긴장됐다. 그때 부서 리더였던 과장님께서 나를 넓은 교육장에 데리고 가시더니 교육장 앞에 나를 세워두고 10번 반복 연습을 시키셨다. 15분짜리 발표를 1번 연습하는데 40분 정도 걸렸다. 보는 사람 하나 없는 둘만의 연습이었는데 온 몸에 땀이나 속옷이 다 젖을 정도로 긴장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반복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내 입은 점점 유연해졌고 제스처는 부드러워졌다. 8번을 넘겼을 때는 발표 내용을 거의다 외워버렸다. 마지막 10번을 마쳤을 때는 예상했던 15분에 딱 맞춰 끝낼 수 있었다. 연습 후에 과장님은 부서원들을 모두 교육장으로 불러 내 발표를 들어보라고 했다. 부서원들 앞에서 앞서 연습했던 것과 똑같이 발표를 했고 매우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피드백을 받아 발표를 좀 더 다듬었다.
실전은 의외로 싱거웠다. 임원들과 관리자들이 맨 앞자리에 앉아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지만 나는 여러 번 연습했던 대로 발표했다. 말할 내용을 잊어버리면 어떡할까 걱정했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연습의 힘을 알게 되었다.
어릴 때 운동회에 맞춰 학년 전체가 군무를 연습하곤 했다. 처음에는 이상한 동작들을 배우는 것에서 시작했던 군무의 기억은 여러분들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같은 동작을 보름 정도 연습하다 보면 점점 동작들이 몸에 익고 순서를 생각하지 않아도 음악에 맞춰 몸이 저절로 움직이게 된다. 운동회 당일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우리들은 예쁜 옷을 차려입고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완벽한 동작으로 군무를 완성해냈었다. 모든게 반복의 힘이다.
회사에서의 보고나 발표는 항상 봐오던 사람들과 익숙한 주제로 진행하기 때문에 긴장이 덜하다.
2018년, 마흔이 넘어 첫 책 <일년만 닥치고 독서>를 출간하고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강연하던 날이 떠오른다. 경기도 일산의 출판단지에 있던 한 서점의 오픈형 강연장에서 나는 100여 명의 대학생 앞에서 강연을 했다. 20분 정도 내 책을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이 강연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이 긴장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대중 앞에서의 강연은 처음이라 대본을 준비했고 이것을 다 외워서 강연하겠다고 생각했다.
전부 암기해버리면 마음이 편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암기는 나를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적인 망각의 상황을 걱정하게 된 것이다. 강연 보름 전부터 퇴근 후 서재에서 자료를 띄워놓고 수십 번을 연습했다. 연습과정에서 깨닫게 된 것이 있는데, 대본을 외우는 것보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상황에 나를 출연시켜 그 순간 느끼는 생각을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거짓이나 꾸밈도 없다는 것이었다. 멋지고 미려한 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솔하게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 그것이 여러 강연에서 봐오던 강사들의 말하기 기술이었다. 철저한 준비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준비 속에서 암기보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 한 번의 좋은 경험 덕분에 이후 진행하게 된 강연은 부담감을 많이 내려놓고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나는 조금은 특별하게 발표 실력을 늘려간 경우일지도 모른다. 자기계발을 하고, 책을 쓰고, 발표를 잘하고 싶어서 스피치 학원도 다녔기 때문이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발표를 위해 이런 노력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돈을 지불하고 관련된 내용을 배우는 것은 분명 도움은 되었지만 애써 이런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말하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두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회사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읽는 수준에서 그치지 말고 직접 선후배들에게 말로 설명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보고서를 작성하고 서면(메일)으로 보고하는 것은 회사일을 처리하는 일반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보고서를 말로 설명하게 되면 직접 타인을 대면해서 이해시키고 내 논리를 설명하는 과정이 더해진다. 읽을 때는 다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것도 말을 만들어 설명하다 보면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그래서 진정한 배움은 타인에게 배운 것을 가르쳐보라고 하지 않던가. 사소한 보고라도 직접 말로 전달하는 습관을 들이기 바란다. 이건 분명 여러분의 말솜씨를 늘리는 매우 현명한 방법이다.
두 번째, 이건 노력과 용기가 조금 필요한데 자신이 발표하는 영상을 촬영해서 리뷰하는 거다. 대중을 향한 발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혼자 방에서 자신의 생각을 벽을 바라보며 설명하면서 영상으로 남겨 리뷰를 모니터링해보자. 영상을 보게되면 당신은 정말 당황하게 될 것이다. 쥐구멍에 숨고 싶을 정도일거다. 진짜다.
수십 년을 살면서도 인지하지 못했던 행동, 어투, 습관들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수치심을 전달한다. 현재 나는 혼자서 유튜브를 60편 넘게 찍고 편집하면서 내 발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런데 3년 전, 출판사 요청으로 처음으로 혼자서 3분 분량의 책 소개 영상을 찍게 되었는데 어찌나 어색하던지 지금도 그 긴장감과 겸연쩍음이 떠오른다. 혼자 서재에서 쑥스럽게 영상을 촬영하고 찍었던 영상을 모니터로 봤을 때 정말 충격이 컸다. 생김새를 떠나 목소리, 발음, 제스처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화면속의 나는 너무나 초라하고 어눌했다. 그날 나는 3분짜리 영상을 완성하기 위해 셔츠가 흠뻑 젖을 때까지 찍고 모니터링하고 또 찍으면서 내 말투와 행동을 고쳤다. 덕분에 유튜브 촬영을 결심할 때는 조금은 진입장벽이 낮았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어색하다. 내 말하기 실력이 궁금하다면 유튜브 채널 <닥치고 독서 TV>를 시청해보기 바란다. https://youtu.be/_mAvRIcm7Xk )
마지막으로 정리해보겠다.
말하기는 정말 피나는 연습의 결과물이다. 대화가 아닌 발표를 잘하는 것은 회사생활에서 리더로 나아가는데 반드시 탑재해야 할 기술이다. 물론 말하기에 앞서 듣기/읽기/쓰기가 먼저인 것은 당연하다. 이 세 가지가 갖춰져있지 않으면 말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발표 실력이 모자라서 열심히 만든 보고서를 다른 사람이 발표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다. 고생은 내가 하고 성과는 남이 가져가는 일을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당장의 두려움과 불안함을 피하려고 자신이 나서는 것을 주저한다면 결국 회사에서 당신의 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모든 일의 결과물은 결국 내 손으로 만들고 내 눈으로 확인하고 내 귀로 듣고 내 입으로 말해서 갖게 되는 것이다. 이 명징한 진리를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들의 말하기 능력에 조금 더 자신감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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