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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Aug 13. 2023

카리브 海여! 안녕~

떠나는 자의 감회에 관한 이야기

오늘은 일주일 간의 여행 막바지에 있었던 이야기를 좀 할까 한다.  

이런 여행, 즉 올인클루시브 여행을 좀 더 즐겁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계획을 철저히 짜자! 가 결론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말이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날씨 탓에 호텔을 벗어난 투어도 볼 장 다 봤고, 그저 호텔 안에서만 미적거리는 것도 신물이 나기 시작할 바로 그쯤이 여행을 마칠 시기와 맞물려 남편과 나는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말로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우선 시원하다는 건 지루한 일상을 끝내고 편안한 내 집으로 가게 된 것, 보고픈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는 기쁨에 대한 감성이 되겠고, 섭섭함은 그래도 매일 일어나 청록 빛의 맑고 깨끗한 바다를 바라보는 걸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과 이제 또 지긋지긋한 겨울의 한 복판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관한 것이었던, 두 개의 감성이 교차되었음을 말함이다.  

하지만 내 마음의 동요와는 상관없이 그 시간은 재깍재깍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가 떠나오기 바로 이틀 전엔 이런 일이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음악 감상을 하고 있는데, 뽀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한 꼬마 한 명이 우리가 앉아 있는 의자 곁으로 오더니 옆에 있는 스탠드를 가지고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유모차를 끌고 따라온 엄마와 아빠가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꼬마가 계속 장난을 치던 중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는 내가 말을 시키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부모와 통성명까지 하게 됐다.


그들은 남편 출장 덕에 나도 일전에 가 본 적이 있던 독일의 베를린에서 왔는데, 우리들은 캐나다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온 것이지만 그들은 유럽에서부터 온 것이니 꽤나 먼 길을 놀러 온 것이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추운 지방에서 온 사람끼리의 정서에다, 베를린에 관한 이야기로 한참을 대화 나눌 수 있었다.  

물론 그 사이 그 꼬마와는 함께 장난도 칠 만큼 가까워졌고 말이다.


그런데 그 아이는 계속 엄마, 아빠와만 노는 것이 지겨웠던지 나와 좀 친해지자 즉시 나와 놀기를 즐겼는데, 그중에 날 따라오라 하곤 앞으로 달려가 계단을 오르는 놀이가 있었다.  

몇 계단 올라가다 내가 따라오는지 확인하고, 또 올라가고 하는 거였는데 난 그러다 혹 다칠까 노심초사하게 되었지만, 어째 그 아이 부모는 이미 그런 장난에 익숙한 지 별 걱정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내가 그 아이와 한참을 재미있게 노는 동안 그 아이 부모는 둘만의 로맨틱한, 다시 말해 슬로 댄스를 즐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나로서도 참 보람된 시간이었고, 남편도 아이를 귀여워해 많이 즐거워했는데, 막상 헤어지려고 하니 섭섭한 마음이 꽤 들었다.  

하지만 우리네 인생사가 늘 그렇듯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은 당연한 과정! 아쉬운 마음을 접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밖에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올수록 이 여행이 남긴 게 뭔가에 대해 좀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물론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뭐니 뭐니 해도 따사로운 카리브의 햇살을 맘껏 즐겼다는 흔쾌함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먹거리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나와 남편에겐 마음만 먹으면 맘껏 즐길 수 있었던 음식도 한몫 단단히 했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또 남편은 평생 자기가 마셔봤던 칵테일보다 이 여행에서 더 많은 칵테일을 마셨다고 했는데, 그러고 보니 나 역시도 내 평생 가장 많은 알코올을 섭취했던 게 사실이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드디어 호텔을 떠나오는 마지막 날, 체크 아웃을 마치고 임시로 짐을 맡아 주는 곳에 짐을 넣어놓고는 남편과 함께 해변으로 가 마지막으로 바다를 바라보는데 왜 하필 우리가 떠나는 날 그렇게나 날씨가 좋은 지 말이다.

슬슬 약이 오르기 시작하는지 투덜이답게 남편이 투덜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남편을 “마지막까지 즐거운 마음을 간직해야지!”라고 하며 달래야 했다.



그리고 공항까지 데려다주는 밴에 올라 호텔을 등지며 그제야 내가 머물렀던 푼타카나란 곳의 낮의 진면목을 처음 목도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가난하고, 거의가 불모지로 보이는 것이 유독 그 지역만 그런 것인지 해변가의 깨끗하고 화려한 호텔과 천지차이가 나는 걸 직접 확인하니 만감이 교차했던 게 사실이었다.  


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끝내고 공항 라운지에 들어가니 그리 크지 않은 곳이지만 많은 사람들로 번잡했고, 기념품을 팔고 있는 가게들도 협소하고 해서 우린 그냥 자리에 앉아 비행기에 오르기를 기다렸다.  

하나 특이한 점이라면 그곳은 다른 곳과는 달리 공항 라운지에서 비행기 뜨는 활주로가 훤히 다 보이기도 하고 워낙 가까우니 그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새롭다.


드디어 어둠이 슬슬 내리는 푼타카나를 뒤로 하고 비행기에 오르고 나니 또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불어!  

그제야 다시 몬트리올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 상기되었고, 푼타카나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몬트리올에 도착하고 나서 퀘벡사람들의 안전귀향을 자축하는 박수소리에 더더욱 실감이 났다.  

그렇게 일주일 간의 여행이 안전한 도착과 함께 흐뭇한 미소와 함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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