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이와 같은 나날이었냐고요?
자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그곳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살아가면서 첫 경험이라는 것과 그걸 넘어 시작되는 두 번째 경험에는 실로 막강한 차이가 있음이리라.
나로 말할 것 같아도, 모든 비용이 다 포함되어 있어 호텔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모든 게 다 공짜인 이런 류의 여행의 경험이 처음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혀 낯설지 않게 호텔 부대시설을 고루고루 다 사용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던 걸 보면 말이다.
실제로 점심시간에 맞춰 호텔에 도착한 우리들은 뷔페에서 우선 점심부터 먹은 후 여유롭게 방으로 향했고, 꼼꼼히 호텔방을 둘러본 다음 아주 느긋하게 호텔 순례에 나설 수 있었다.
지난번에는 호텔 체류 동안 팔찌를 내내 끼고 있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어째 팔찌가 없다 했더니 그 이유가 금방 감 잡혔다.
이 호텔이 지난번보다는 등급이 좀 높다는 것도 이유겠지만, 아무래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또는 좀 더 지체가 높은 건지 돈이 많으신 분들은 그러한 굴레(?)를 더 못 견뎌할 터이니 호텔 측에 팔찌를 안 끼우는 걸로 결정이 한 게 아닐까 싶다는 게 내 추측이었다.
그렇다면 요일 별로 투숙객들은 어떻게 구별을 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남는데, 그건 어차피 체크인을 할 때 언제까지 머무를지 알 수 있기도 하지만 그만한 후속조치는 다 취해 놓은 듯 보이기도 했는데,
우선 지난번 호텔에서와는 판이하게 호텔 로비 입구에서 체크인과 체크아웃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담당자가 일일이 다 표시를 하고 있었던 한 가지만 봐도 그랬다.
우리를 구속하는 팔찌조차 없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호텔을 두루두루 얼핏 구경한 다음 우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지난번 경험에 비추어 일단 저녁식사를 할 레스토랑을 예약하는 일이었는데, 그 일을 맡은 사람은 짐짓 중요한 직책을 맡은 인상을 풍기면서 우리에게 약간의 우월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날 저녁은 어떤 레스토랑도 가능하지 않겠고 그다음 날인 토요일 역시 알-라- 까뜨 식사는 다 꽉 차 있다는 실망스러운 말을 건넸다.
말이 그러하니 ‘원칙적으론’ 또다시 뷔페식당을 찾아야 하겠지만 이미 한 번의 경험(작년의 도미니카 공화국 호텔에서 얻은, 모든 식당의 예약이 다 차 있는 건 아니고, 또 때론 예약이 취소되기도 한다는)이 있는 우리들은 맘에 드는 레스토랑에 가 문의를 해 보기로 맘먹곤 잘 알아들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제 해야 할 일을 다 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여기저기를 사진에 담고 유유자적하다가, 호텔 로비에서 공짜 칵테일도 한 잔 들이켜고, 또 잠깐 소파에 드러누워 눈도 붙이고, 호텔 분위기를 좀 더 파악한 다음 우리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 화려하고도 즐거운 밤을 위한 몸단장(?)을 시작했다.
몸단장이란 바로 리조트에서의 화려 짭조름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화장과 의상을 갖추는 걸 의미하는데, 지난번 피한 여행에서도 깨달은 것이지만 리조트라고 마냥 편하게 몸과 마음을 내 맘에만 맞출 수는 없다는 게 현실(?)이라는 걸 안 이상,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과 수준은 얼핏 맞춰야 한다는 걸 명심하고 그걸 실천했다는,
바로 그런 야그가 되겠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우리는 뷔페로 가서 다양한 음식들을 조금씩 맛보았는데, 아무리 조금씩이라지만 그 조금씩이 모이면 꽤나 된다는 엄연한 이치를 또 뒤늦게서야 깨닫곤 부른 배를 억지로 집어넣으면서, 또 우리의 망각을 탓하면서 로비로 향했다.
거기에는 이미 이런 분위기에 잘 젖어있는 선남선녀들, 아니 주로는 지긋하신 백발의 부부, 또는 연인들이 여기저기 포진해 있었고, 낯설어 보이는 우리 둘을 예의 주시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는 거.
그리고 특히 여자들은 슬금슬금 다른 여자의 의상이나 액세서리, 또는 신발, 구두와 같은 장신구에 눈길을 주면서 자신의 것과 비교하기도 하고, 예쁜 것은 부러운 듯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하는데, 이런 현상(?)은 비단 밤의 문화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바로 그 다음날 본격적으로 햇볕 보기와 늘어지게 쉬기를 하기 위해 풀장과 해변가로 향했던 그 현장에서
도 확실하게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저녁을 먹고 피곤이 약간씩 몰려오긴 했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쇼, 그것도 공짜로 보는 꽤 괜찮은 수준의 쇼를 놓칠 수가 없어 우리는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도미니카 공화국과는 완연히 다르게 사람들이 별로 쇼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 거다.
그래서 우리들은 쇼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쇼의 수준이 형편없어서 그러나? 하면서 의아해했었다.
그런데 막상 쇼를 보니 참 괜찮았는데 왜들 쇼 구경을 안 하고, 저 멀리 로비에서 술이나 마셔대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공연하는 사람들 힘 빠지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어쩜 유럽인들의 정서와 미국이나 캐나다 사람들의 정서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암튼 그 호텔에서는 우리들이 체류하는 일주일 동안 쇼 구경하는 사람들은 대충 30~50 명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았다.
싫고, 좋고도 다 자유이긴 하지만 그래도 공연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미안하다는 생각을 호텔을 떠나 오는 날까지 지울 수가 없었음을 고백한다.
이 점에서는 남편과 내가 생각이 똑같았는데, 첫날부터 우리는 맨 앞 줄에서 열심히 박수 쳐주고, 사진을 찍어서인지 며칠 지난 후에는 공연자들 중 일부는 우리를 알아보고 아는 체하기도 했고, 떠나오기 전전 날에는 비치파티를 했는데 그때 공연자들과 함께 춤도 추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음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기도 했다.
대충 이와 같은 나날을 며칠 보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밖에도 새롭고, 신나는 경험과 추억은 지금 내 머릿속, 가슴속에서 여전히 몽알몽알 피여 오르고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말 많지만 더 많은 추억거리는 두고두고 들려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이쯤에서 줄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