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런 습관을 들였으면~"
이번 쿠바 여행에서도 지난번 도미니카 공화국 여행 때와 마찬가지로 이런 일반적인 리조트에서 사람들이 주로 하는 게 뭔지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었는데, 우리나라의 리조트와 첫 번째 다른 점을 꼽자면 아무래도 그건 많은 이들이 독서를 한다는 것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외국에 있는 휴양지나 수영장, 그리고 공원이나 하다 못해 병원에서도 사람들은 여유 시간이나 짬이 날 때 책을, 아니면 적어도 뭔가를 읽고 있음을 쉽게 목도하게 되는데, 이건 어떤 문화적인 습관이기도 한 것 같으면서 만약 이것이 습관으로 굳어진 문화적 코드라면 나는 아주 좋은 것이라고 소리 높여 외치고 싶을 만큼 그들을 닮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수영장이나 해변가에서 정작 수영이나 해수욕보다는 주로 편안하게 앉거나 드러누워 책을 읽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그 차분하고 조용한 독서활동을 보면서 주로는 떠들썩하게 단체활동을 즐기는(주로 고스톱 판을 벌리거나 조용히도 아니고, 시끄럽게 떠들면서 술을 마시는) 고국의 광경을 떠올렸고, 또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다(물론 이들 중에도 우리의 고스톱에 해당되는 카드놀이를 가족끼리, 친구끼리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남에게 폐가 될까 조용히 하는 모습이었고).
리조트는 말 그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려고 일부러 시간과 경비를 들여오는 곳이므로 이런 곳에서 혼자 떠들어대고 오버를 하는 건 스스로를 무식한 사람으로 뽀록을 내는 일이기도 하지만, 분위기가 워낙 정적이다 보니 소위 말하는 막장(?) 분위기를 풍기는 이들도 어울리지 않게(? ㅋ)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이건 웃자고 한 얘기지만, 정말 책을 읽는 그들의 모습은 남녀노소 불문에 평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마구 깨부술만한 거였던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먹어본 사람이 맛난 걸 제대로 먹을 줄 알고(워낙 내가 먹는 걸 밝히니 예를 들어도 꼭 이런 걸 예로 든다고 나무라셔도 할 말은 없지만), 공부도 해 본 사람이 제대로 공부한다(이런 말도 있긴 하겠지? ㅎ)는 말처럼 이런 리조트에서도 놀아 본 사람들이 제대로 놀 줄 안다는 걸 확실히 증명하는 듯한데, 10대 젊은이들에서부터 70, 80 대 연세 지긋하신 분들까지 나이에 어울리게, 분위기에 맞게 적절히 처신하고 즐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중에 캐나다, 또는 퀘벡 사람들이 다소 오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오버가 아니라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대개 너무 점잔을 뺀 것이 더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일전에도 한 번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캐나다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퀘벡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하게 활달하면서 흥을 즐기고, 약간의 다혈질의 소유자들이 많기에 이런 리조트에 오면 그들은 대개가 흠뻑 즐기는 부류들인 셈이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좀 튄다 싶으면 그들이 대개 퀘벡사람들이라는 걸 알아채곤 했다.
평소 나는 실컷 놀라고 멍석을 깔아 놓았는데도 못 노는 건 얌전한 게 아니고 분위기를 맞출 줄 모르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즐기자고 떠나온 여행지에서 맘껏 에너지를 발산하고 노는데 열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나 또한 노는 데 빠지진 않는 편이지만, 그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고나 할까? ㅎ
남편은 더 내숭(그건 정말 내숭이 맞다. 왜냐하면 나랑 있을 땐 그 누구보다 장난꾸러기이니까…)을 떨면서 지난번 얘기한 가라오케 겸 나이트클럽, 또 비치파티에서만 그 현란한 춤 동작을 아주 약하게 선보였다.
암튼 내가 여기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놀려고 이런 곳에 왔으면 실컷 놀자는 것이다.
아니 그저 지친 몸과 마음을 쉬려고 온 사람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몸과 마음을 푹 쉬게 하면서 뭐든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만끽하자는 말이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 날이듯 그렇게 말이다.
이제 조금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바꿔서, 이번 쿠바 여행에서는 이상하게도 떠나오기 이틀 전까지(이틀 전에야 필리핀 분 같은 여성분을 비로소 한 명 만났고) 나 외에 단 한 명의 동양인도 만나보지 못했는데, 내가 거기서 처음으로 만나봤던 동양인은 바로 그 호텔의 총주방장인 일본인이었다.
그는 서반어를 아주 잘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부모님과 함께 일본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 그곳에서 요리를 배웠고, 그 후에 여기저기를 다니다 이 호텔로 오게 되었으므로 당연히 서반어가 아주 능통했던 거였다.
그는 총 주방장답게 아침, 점심, 저녁을 열심히 여기저기 뛰어다녔는데, 내가 처음 보는 디저트를 신기하게 보다가 근처에 있는 웨이트리스에게 뭘로 만든 건지 물어봤을 때 그녀도 잘 몰라 옆에 있던 그에게 또 물어봤고, 그러자 그는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면서 또 친절하게도 저쪽에 있던 과일까지 들고 와 내게 보여주었었다.
그런 인연으로 그는 그 후에 나를 보면 아는 척을 했고, 나 또한 거기서 내가 유일하게 본 동양인인 그가 홀귄에서 최고라는 호텔의 총주방장이라는 사실을 맘 속 깊이 축하해 주었었다.
그를 보면서 많이 젊은 나이에 그런 책임 있는 일을 맡으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 참 좋아 보여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젊은이들 중에도 자신이 힘을 쏟고 있는 분야나 외국어실력을 갈고닦아 세계로 진출한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결국 큰 무대로의 진출 요건은 자기만의 강점을 계발하고, 외국에서 통하는 어학공부를 충실히 하는 걸로 요약될 수 있을 듯하다.
그런 점에서 더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단단한 실력으로 세계를 무대로 그들의 꿈과 야망을 펼치기를 기대해 보는 마음을 그를 보면서 또 가져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