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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Nov 12. 2024

세 번째 회귀 6- 박재국 혼내주기

기남의 큰 손바닥이 박재국의 뺨을 강타했다.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쳐진 박재국이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다 일어나 앉으며 씩씩대기 시작했다.    

 

“어쭈! 너가 감히 장인한테 폭력을 행사해? 연주랑 지우”

“더러운 입에 그 이름 올리지 마라!”

“뭐? 보자 보자 하니까, 정말 이 새끼가!”     


박재국이 반격하기 위해 몸을 완전히 일으켰다.

기남이 이번엔 발차기를 이용해 박재국을 다시 쓰러뜨렸다.     


“내가 널 어떻게 혼내줘야 할지 생각을 좀 해 봤어.”

“으으윽!”     


박재국은 다시 바닥에 뒹굴며 고통으로 신음했다.

괴력을 가진 기남의 발차기니 왜 안 그러겠는가?

가슴 정통을 맞고 쓰러져 버둥대는 박재국을 향해 기남이 말을 이었다.     


“넌 그냥 아프게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될 거 같아.”

“너... 이 새끼! 니가”     


박재국은 더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이번엔 기남의 양손이 그를 들어 올려 땅바닥으로 패대기쳤기 때문이었다.     


“아아! 으윽!”     


기남이 고통에 괴로워하는 박재국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잘 들어! 지금부터 너의 죄상을 먼저 알려줄 테니까.”     


기남이 심호흡 후 천천히 읊조리기 시작했다.     


“넌 먼저 우국충정의 맘으로 나라를 구하겠다고 나선 젊은이들을 우롱했어. 그들을 이용해 서로 대립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 암투까지 벌이게 했지. 아! 이렇게 고차원적인 말론 이해가 안 되지?”     


그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을 내뱉었다.     


“학생들 데모하게 만들고, 더러운 정치판 뺨치는 물밑 암투로 총학생회를 장악하게 만들고, 예산까지 빼돌리게 했단 소리야!”     


기남이 박재국의 면상에 가깝게 다가가 그의 턱을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다음! 넌 용역이란 이름으로 불쌍한 철거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만들고, 부녀자들을 성희롱, 성폭행했지. 최근엔 겨우 17살 어린 소녀에게까지 손댔고 말이야.”     


박재국이 놀랍다는 눈으로 기남을 쳐다보며 겨우 입을 뗐다.     


“박흥식이 다 알려준 모양이군! 으윽! 그렇게 남의 사생활을... 까발려도 되는 건가? 으윽! 공무원이?”

“뭐 사생활? 크흐흑!”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번엔 기남이 그의 코를 이마로 들이박았다.     


“어쿠!”     


쌍코피를 줄줄 흘리며 박재국이 신음했다.     


“아! 죄상이 또 있네! 넌 지우와 연주를 구박하고, 그러다 결국 연주를 정명식한테 팔아먹기까지 했어! 다행히 연주가 그 사탄에게 당하기 전 내 아내가 되었지만 말이지.”

“그걸 어떻게?”

“네가 한 짓 오늘 다 읊자면 하루로도 모자라니 이쯤 끝내기로 하고, 너 좀 더 맞자!”     


기남은 박재국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일생을 조폭으로 잔뼈가 굵은 박재국은 손도 못 써보고 계속 당하고만 있었다.

그렇게 한참 혼쭐을 내주던 기남이 멈추고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넌 이미 내 손에 전신 불구자가 됐던 적이 있어.”

“으흐. 뭐라는 거야? 뭐? 내가 흐. 전신 불구자?”

“그 얘긴 복잡하니까 그만하기로 하고. 너에게 단 한 번의 기회를 주겠어. 지금까지 네가 한 짓 흥식이 형 앞에서 순순히 다 불고 그 여자아이와 할머니 앞에 가서 참회해. 그렇게 한다고 약속하면 내가 한 번 더 기회를 줄 테니까. 어때?”

“으흐흐. 알았어! 약속할게. 약속하면 되잖아! 이제 제발 그만해!”     


기남은 지우를 생각해 단 한 번만 더 박재국에게 기회를 주기로 작정하고 폭력을 멈췄다.

박재국은 땅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기남은 그런 박재국을 뒤로한 채 자리를 떴다.     


며칠 후 기남은 박흥식에게 전화해 수사 진척 상황에 관해 물었다.     


“형! 박재국 다 자백했어?”

“응? 그렇지 않아도 너한테 연락하려고 하던 중이었다.”

“왜? 무슨 일인데?”

“그 인간 중국 가는 밀항선 타려다 걸렸어. 안 그래도 낌새가 좀 이상해서 내가 미리 손

좀 써 놨었거든.” 
 “밀항? 아! 그 인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그렇게 혼쭐이 나고도!”

“혼쭐?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 나한테 혼쭐났거든. 여기저기 손 좀 봐줬지.”

“야! 너 그게... 불법을 저지르면 어쩌자는 거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런 인간들은 절대 말론 안 되거든.”     


박흥식이 한숨을 휴 쉰 다음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명색이 장인인데 그럼 되냐?”

“형 말이 맞아. 명색만 장인이지 지우나 연주한테 악마도 그런 악마가 없었어. 장모한테도. 뭐 장모도 사실 도찐개찐이긴 하지.”

“그래? 그러고 보면 연주씨나 지우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부모 밑에서...”

“그러니까! 인간은 스스로 되는 거지 뭐! 형처럼. 안 그래?”

“왜 넌 빼?”

“나야 다르지! 난 아니야! 형! 내가 지금 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그래. 또 연락하자.”     


기남은 박흥식과의 통화를 마치고 생각에 잠겼다.     


‘박재국은 물론 그 누구도 지난 생에서 벌어진 일, 즉 내가 박재국을 전신 불구자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때와 지금 뭐가 달라졌을까? 

그는 더 비열한 인간이 돼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단순히 가족 관계라는 이유로 그를 용서해야 할까?’     


기남은 고심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리고 박재국을 만나러 갔다.     

검찰청 취조실 앞에 나타난 기남을 보고 박흥식이 기남 쪽으로 급히 걸어왔다.     


“왔어? 근데 어쩌려고?”

“잠깐 얼굴 보고 몇 마디만 물어보려고 해.”

“괜한 일 만들지 않을 거지?”

“걱정하지 마, 형!”     


박흥식이 지난 생에선 정명식을 잡아다 취조하면서 기남에게 그를 면접할 기회를 준 것처럼 이번엔 박재국을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해 줘 기남은 취조실로 들어갔다.

물론 박흥식은 전혀 기억하지도, 기억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기남은 그 일이 생각나 감회가 새로웠다.

취조실로 들어서는 기남을 본 박재국의 두 눈이 커지며 공포를 드러냈다.    

 

“또 어쩌려고 여기까지?...”

“왜 내 말대로 안 한 거죠?”

“나야 그러려고 했지! 그런데 나 한 몸 아니잖아. 내 밑에 애들이 있잖아. 그것도 아주 많이! 게네들이 굳이 몸을 숨겨야 한다고 해서 그런 거지 난 전혀 그럴 생각 없었”     


박재국이 말을 채 끝마치기 전 그의 코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축축한 걸 느끼고 박재국이 검지와 가운뎃손가락을 콧구멍 밑에 가져다 댔다.

잠시 후 그의 두 눈에서도 피가 흘러내렸다.

박재국은 거의 패닉 상태로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이거 왜 이래?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이래!”     


지난번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지만, 이 사실을 아는 이는 역시 기남뿐이었다.

밖에서 모니터 하던 박흥식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취조실로 뛰어들었다.     


“어 왜 이래? 박재국!”     


이미 박재국은 기절했고, 박흥식은 서둘러 사람들에게 앰뷸런스를 부르라고 주문했다.     

집으로 돌아온 기남은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소파에 누웠다.

연주가 곁으로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밖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좀 피곤해서.”

“좀이 아닌 거 같은데. 많이 힘들어 보여. 왜 그러는데?”

“...”

“혹시 박재국 일 때문이야?”
 “어?”

“박재국 수사 중이라며? 흥식이 형이 말해줬다며?”

“으응... 그렇기도 하고...”     


기남이 머뭇거리자, 연주가 말을 이었다.     


“정말 그 원수 같은 인간! 지우만 아니면 나라도 당장 달려가서”

“달려가서 어쩔 건데?”     


기남이 반문하자 연주가 말문을 닫고 그저 기남을 쳐다봤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연주가 전화를 받고 공손하게 말했다.     


“잘 지내시죠? 네. 옆에 있어요. 잠깐만요.”     


연주가 기남에게 수화기를 건네며 덧붙였다.     


“흥식이 형이셔!”

“어. 형! 그래? 으음... 알았어.”     


짧게 통화가 끝나자, 연주가 궁금한 듯 기남을 쳐다봤다.     


“박재국 지금 병원에 있대.”

“병원? 왜?”

“그게... 혼수상태라네.”

“그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혹시 당신 뭐 아는 거 있어?”

“내가?”     


기남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     


“아니, 흥식이 형한테 뭐 들은 거 없냐는 거지. 왜 그렇게 놀라?”     


기남은 갈등했다.

아내인 연주에게 솔직하고 싶은 마음과 누가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서 비밀 유지를 위해 입을 다물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그러다 결심하고 입을 열었다.     


“나, 당신한테 할 얘기가 있는데...”

“뭔데?”     


연주가 별 대수롭지 않게 대응했다.     


“실은 말이야. 내가 좀 이상하게 힘이 생겼거든.”

“힘? 무슨 힘?”

“그게... 생각보다 세고, 생각만으로도 상대에게 행사할 수 있는 그런 힘.”     


조심스럽게 이야길 꺼낸 기남의 말에 연주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크흐흑! 이제껏 당신이 한 농담 중 최고다 최고! 당신한테 이런 면도 있었어?”     


기남이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박재국 저렇게 된 것도 사실 나랑 관련 있는 일이야.”     


기남의 표정을 보고 그제야 연주가 정색하며 물었다.     


“그러니까 박재국을 저렇게 만든 게 당신이란 얘기야? 그게 어떻게 가능해?”

“지금부터 다 얘기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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